괜히 듀게 들어왔다 싶어요.
커피도 한잔 마시고, 미드도 한편 보고, 책도 좀 읽고, 청소도 하고.. 그랬어요.
아무 생각없이..
그냥 담담하게..
그런데 듀게에서 나꼼수 김어준의 "어떻게든 해볼께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했다는 이 약속때문에 속에서 북소리가 나고 있어요. 둥둥둥~
나도 어떻게든 해볼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김어준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진 못했어도 나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왔는데.. 결과가 왜 이런걸까? 약속도 못 지키고 처참하다. 그래요. 이런 자괴감이 들고 있어요.
나꼼수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저 역시 때론 그 중에 하나였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결국 우린 그들이 자신을 던진 댓가로 편안히 정보도 얻고 낄낄거리며 카타르시스도 느꼈어요. 지난 2년, 적어도 그들은 우리에게 '혼자가 아니야. 이 부조리하 사회 함께 바꿀 수 있어. 쫄지마.' 라는 희망을 주었어요. 그런데 전 또 다시 저들을 지켜줄 수 없을까봐 겁이 나는군요. 마치 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는 그래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네~ 지나가겠죠. 하지만 그 지나간 자리에 처절한 싸움의 댓가로 남겨질 흔적들은 또 어떡할까요. 그 흔적은 누군가의 목숨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박탈일 수도 있고, 대다수에게는 자기검열과 공포일 수도 있을텐데요.
인정할 수도, 인정하기도 싫어요. 이게 뭐죠? 이젠 '어떻게든 해볼게요." 이 말도 못 하겠어요. 앞으로 5년? 아니 10년, 15년 후에도 이 나라는 똑같을 것 같아요.
정의란 무엇인가? 지난 5년 우리 사회에서 '정의'라는 단어는 광풍이었어요. 어딜가나 정의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찰이 있었고, 그것을 불의한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열망의 투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2012년 12월 19일의 정의는 독재를 포함하나 봅니다. 지난 5년간 외치던 그들의 정의와 저의 정의는 다른 것이었나 봅니다. 이건 적어도 제 생각엔 정의가 아니에요.
가장 무서운 건 제 주변에 ㅂㄱㅎ를 뽑은 사람들을 예전처럼 '너의 선택 존중'이라며 쿨하게 봐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너의 정의는 불의냐?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냥 그래요.
그래도 살아질까요? 눈감고 귀막고 입잠그고 그렇게 살아질까요? 그래도 쥐보다 발전한 닭이라고 누가 위안해 주던데.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