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님께서 DVD 패키지 디자인 이야기를 하시기에 덧글로 달려다가 길어져서 그냥 따로 씁니다.

 저도 DJUNA 님처럼 패키지가 너무 크거나 요상하게 생겨서 다른 타이틀과 함께 수납하기도 힘들고 자리만 차지하는 타이틀은 기피하는 편입니다. 한때는 그런 거에 혹했던 시절도 있지만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박스에 가지런히 넣어 쌓아두는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럽더라고요. 예를 들어 오는 12월에 프랑스에서 출시된다는 《해리 포터》 전편 블루레이 박스세트 특별판 같은 것은 설령 제가 이 시리즈의 열혈팬이었다고 하더라도 안 샀을 겁니다. 심지어 《에일리언》 블루레이 페이스 허거 양각 박스세트도 그놈의 양각이 싫어서 안 샀으니까요.






 DVD 디자인이라고 하면 저는 역시 크라이테리언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물론 크라이테리언의 최대 강점은 그 후덜덜한 내용물의 질에 있겠지만 디스크를 플레이어에 넣기도 전에 탄성을 자아내는 패키지 디자인도 극도로 우수합니다. (크라이테리언 타이틀이라고 항상 최고의 질을 보여주지 않듯 당연히 디자인 면에서도 예외적인 타이틀은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초창기 크라이테리언은 별로입니다.) 통상 전면 표지 디자인만 거론되는 경우가 있는데 앞판만 봐서는 그냥 저냥 깔끔한 정도구나 싶은 타이틀도 막상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면 퍽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도 툭하면 나오는 무슨무슨 한정판처럼 괜히 크기만 왕창 커서 수납하기 힘들어지는 일 없이 DVD/블루레이의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디자인만 좋으니 더욱 마음에 듭니다.



 제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크라이테리언 타이틀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로열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 2002) DVD입니다. 사진에서는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아웃케이스 테두리가 낡고 우그러진 책처럼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케이스는 따사로운 그림체의 그림으로 가득하지요. (크라이테리언에서 출시한 앤더슨 감독 작품은 다 이 그림체를 쓰고 있습니다.) "The Tenenbaum House"라고 적힌 북클릿 내부도 아기자기합니다만 제가 아래 이미지를 퍼온 Criterionforum.org에서는 거기까지 보여주지는 않네요.












 아직 프랑수아 트뤼포 영화에 정을 붙이지 못했을 때 무엇보다도 디자인에 홀랑 넘어가 샀던 타이틀이 바로 트뤼포의 앙투안 두아넬 연작 박스세트입니다. 여행 가방의 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멋집니다.














 이 정도로 공력을 쏟아내진 않더라도, 좀 단촐한 작품도 멋지긴 마찬가지입니다. 막스 오퓔스 감독의 〈쾌락〉(Le plaisir, 1952)이랄지,






 앙리-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디아볼릭〉(Les diaboliques, 1955),








 찰스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1940)는 어떤가요.








 제가 생각하는 역사상 최고의 DVD 패키지 디자인은 이겁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 DVD.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무릎을 치실 만한 모습이지요. 블루레이도 같은 디자인으로 나왔지만 케이스 두께가 얇고 투명해져서 베타테잎의 외양 재현 정도가 떨어집니다. 아마 블루레이 사더라도 이거는 DVD를 계속 간직하게 될 듯.


















 크라이테리언이 이렇게 유명해지고 보니 팬들이 나서서 크라이테리언 스타일의 가짜 커버 이미지를 만드는 일도 생겼습니다. 구글에서 fake criterion cover로 검색하시면 많이 나옵니다. 그대로 갖다 써도 좋겠다 싶은 수준의 작품도 곧잘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실물로 보고 싶은 커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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