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몇 주째 이어지는 중간고사에 끔찍하게 많은 레포트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와중에도, 디아블로 3 베타가 열린다는 소식에 잽싸게 수도사로 13렙까지 찍었습니다. (디아 2 때부터의 주캐였던 바바리안도 하고 싶었으나 현재는 시험 때문에 클라이언트 삭제...ㅠㅠ) 아무튼 만 하루 동안 베타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들.


1. 기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던 베타 플레이였지만, 일단은 아쉬웠던 점들부터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고사양 유저들을 위한 옵션들이 다소 부족했다: 사실 블리자드 게임들이 전반적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뽐내기보다는 기존에 구현된 수준의 그래픽을 적절히 활요하는 쪽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기에, 기본적인 그래픽 효과가 다소 낮게 잡혀 있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낮은(?) 그래픽 수준을, 꼼꼼한 묘사로 보충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좀 더 좋은 컴퓨터를 갖고 있는 유저들에겐 기본 옵션만으로는 다소 아쉬운 게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적어도 다이렉트 10에서 제공하는 그래픽 효과들을 추가 옵션으로 더 넣었다면 고사양 유저들에게도 어필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기능이 거의 없다: 현재 대부분의 RPG 게임들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기능을 기본으로 갖고 있는 것에 비해, 디아블로 3는 이러한 커스터마이즈 기능이 거의 없습니다. 기본 캐릭터의 외모를 바꾸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캐릭터 간에 개성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염료로 장비 색을 바꾸거나 문장을 만드는 정도지요. 물론 이미 있는 기능만으로도 스킬 룬 시스템/아이템 조합으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늘릴 수 있습니다만, 캐릭터의 개성을 죽이지는 않을 만큼의 커스터마이즈 기능이 있었다면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절대 제가 장발의 수도사 여캐를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


2. 그럼에도 이 게임은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와 비교해서도, 그리고 현재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도 꽤나 괜찮은 기능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기능이라면....


-게임이 스피디하다: 이번 작에서는 전작처럼 죽으면 마을로 강제 귀환이 아니라, 체크 포인트에서 장비/인벤토리가 유지된 채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 게임을 삐끗해 죽기라도 하면 아이템이 없는 채로 시체를 찾아 던전 깊은 곳까지 뛰어가야 했던 불편함이 많이 개선되었죠. 설령 한 두번쯤 죽어도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콘솔 게임에선 이미 도입되었던 시스템이라 독창성은 낮지만 게임 특성상 효과가 꽤나 좋습니다. 심지어 게임을 꼭 마을에서 저장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특정 체크포인트에서 저장하고 나면 다음 게임 시 그 포인트로 돌아갈 수 있고, 주 스토리가 아닌 쪽의 던전일 경우 던전 끝에 입구로 귀환하는 포탈석이 배치되어 있는 등 게임을 좀더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는 기능들이 존재합니다. 


-인터페이스가 편리하다: 특히 이런 점을 많이 느낀 게 아이템 장비/교체시였는데, 새 아이템을 장비할 경우 기존 아이템 대비 장단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됩니다. 가령 방어럭 20/체력증가 20인 아이템을 장비하고 있는데, 인벤토리 안의 방어력 10/체력증가 30인 아이템을 갖다 대면 방어력-10/체력+10 식으로 아이템 변경의 장단점을 알려주지요. 덕분에 새 아이템이 구 아이템보다 어느 정도 좋고 어느 점에선 나쁜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신의 캐릭터가 지나가면 스토리와 관련된 주민들의 잡담이 자연스레 나온다든가, 각종 서적 아이템을 습득하면 자동으로 스토리에 관련된 내용들이 재생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죽치고 대화를 들어야 한다든가 같은 면들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꼼꼼한 배경/효과 묘사: 좀전에 그래픽 이야길 하면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디아블로 3는 그래픽 사양 자체는 낮지만 배경/효과 묘사는 정말 꼼꼼하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적 몬스터가 터져나갈 때의 모션이라든가, 룬에 따라 적절히 달라지는 스킬 이펙트들이라든가부터 시작해서, 적절히 무시무시함을 배가시키는 섬세하면서도 음산한 배경들까지. 아, 그리고 성당 퀘스트에서 해골들이 기어올라오는 묘사는 정말 끝내줍니다! 지옥에서 진짜로 해골 악령이 튀어나와도 이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튀어나오진 못할 거에요! 


-타격감이 죽여준다: 스킬 이펙트 쪽하고도 연계되는 이야기지만, 이번 작은 스킬 하나하나가 적에게 들어갈 때마다 적들이 실감나게 맞아주기 때문에 정말 타격감이 좋습니다. 자기 캐릭터가 두들겨맞을 때도, 그냥 크억크억 소리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멀리 튕겨나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는 모션들이 팍팍 나와주고, 배쉬 등의 스킬이 제대로 들어가면 적이 제대로 튕겨져 나가기 때문에(아예 화면 밖으로 튕겨나가는 경우도 있더군요...ㄷㄷㄷ) 제대로 넉백 스킬들이 터질 때의 타격감은 그저 ㅎㄷㄷㄷ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레아가 예쁩니다. (....) 그냥 예쁘장하기만 한 게 아니라 게임 분위기에 적절히 어울리면서도 예쁘지요. 개인적으로 원피스에 보아 행콕이 있다면 디아블로에는 레아가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독보적입니다! 


3. 아무튼 이제 정식으로 게임을 할 날이 3주 정도 남았으니, 이제 슬슬 현실 퇴갤을 위한 준비....는 아니고 그 전에 미리 밀린 일들을 싸그리 해치워 놔야겠죠. 아무튼 디아블로 덕분에 올 여름은 학점이 대규모 너프를 당하더라도 행복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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