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쭈욱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5년 넘게 듀게 눈팅을 해온 듀게 사람이기도 하구요.


최근 ‘내 삶을 5개 단어로 표현해보자’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듀게’일 정도로 듀게는 요즘 제 삶과 사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요. ㅎ


그간 눈팅을 하면서 아주 가~끔씩 나도 껴서 이야기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동안은 귀차니즘과 나 따우(?)가 듀게에 글 썼다가 괜히 돌 맞는 거 아닌가 싶어 회원 가입도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강렬하게 ‘내 생각을 듀게인들과 공유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 형제의 아이디를 잠깐 빌려 글을 씁니다.


네... 그러니까 이 글은 저의 첫 게시글 이네요.


요즘 저도 깊은 멘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배신감 비슷한 감정인 것 같아요. 혼자 내 맘대로 깊이 믿고 마음을 주었다가 대차게 까인 배신당한 느낌....ㅠㅠ

아직까진 현실 회피단계인데 뭐 좀 나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날 이후 듀게에 들어오면 위로받기도 하고 좀 슬프기도 하고 그렇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 그리고 듀게의 글들이 저에게 없던 지역감정을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30여년 살면서 크게 지역감정을 피부로 느끼고 살지 못했었거든요. 뭐 우리 지역에서 슬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과 우리 지역이 지속적으로 소외되어 발전이 더딘 것은 살아오는 과정에서 깊이 체득하고 있었지만(타 도시 갔다가 광주 돌아오면 느낍니다. 휑~한 그 느낌ㅎㅎ 아까 경상도 분이 쓰신 글에서 경상도 분들이 광주에 공장이 많이 들어섰네 어쨌네 하셨다던데 단체로 광주 견학 한 번 시켜드리고 싶네요ㅋㅋ 뭐 특색 있고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어서 재미도 없을테지만요... 그래서 타 지역에서 와 본 분들이 별로 없어 더 그런 오해를 사는건지도 모르겠네요..-_-) 그게 크게 억울하다거나 피해의식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뭐 나름 애향심을 가지고 살고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니... (많이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무소유 정신이랄까..ㅎㅎ)

이번 선거 결과도 제 주변은 생각보다 덤덤한 편 인 것 같고...

물론 아래 여고생 글처럼 차별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시고 이번 선거 결과에 더 마음 아파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문재인 찍었는데 안되서 상심한  타 지역에 비해 살짝 더 상처 받은 정도지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고 계신 것 같진 않거든요... 맘 속이야 어쩔 지 모르겠지만...

크게 바라지도 않을 뿐더러 가만 냅둬도 좋으니 밟지나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랄까요...ㅋ


근데...

아래 경상도 분이 말씀하신 것을 보고 저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영남지역 사람들이 호남지역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는 구나... 하는 것을 지금에야 알았달까요.  그동안 제가 무지하고 눈치가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지금까지 그렇게 공고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인터넷에서 의도적으로 찌질한 글이나 써재끼는 놈들이나 그렇지 현실 세계에서, 그것도 정말 그렇게 믿고 있다니... ! 

저는 사실 살면서 영남사람이 내가 호남사람이어서 특별히 싫어한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못느꼈어요. 뭐 영남 사람을 많이 접할 기회도 없긴 했지만요...

그리고 호남 사람들이 영남 사람을 싫어하는 분위기 역시 못 느꼈고요. 영남 사람은 어쩐대더라~ 하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을 살면서 제 주변에서는 정말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ㅠㅠ

그래서 그동안 영남 사람과 접할 일이 있을 때, 영남지역에 놀러갈 일이 있을 때 전혀 거리낌이 없었거든요. 지역감정 따위 옛날 말이지 뭐 지금이 어떤 시댄데~~ 했었는데...


요 며칠 사이 저의 지역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남을 느낍니다.


1년 전에 직장 동료 중에 한 분 때문에 마음 상할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느끼기론 좀 독선적이고 독설가라는 느낌이었어요. 강한 카리스마 덕분에 장점이 있는 분이긴 한데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타입이랄까요. 저도 그 후로는 그분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하구요. 선거 전에는 이러한 부분이 그냥 이 분 개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요. 근데 요 며칠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이 분의 이런 특징을 지역과 연관 짓고 싶어 하는 저를 느낍니다. 이 분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강한 경상도 억양을 쓰시는 경상도 분이시거든요. 선거 전 당연히 ㅂㄱㄴ를 뽑아줘야한다며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까지 잃은 불쌍한 여자라고 다른 동료분과 언쟁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더 저의 이런 생각이 강화됩니다.

아, 경상도 사람이었구나...!


얼마 전 경주 여행을 갔을 때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길래 밝게 ‘광주요!’ 라고 말했었는데 ‘네..’ 하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시던 것도 이제와 생각해보니 지역감정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의례 ‘멀리서 왔네~’ 라는 말이라도 해 주실 줄 알았는데-_-


그래서 뭐랄까 참... 슬픕니다. 나름 이성적인 판단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 제 마음 속에 이렇게 편견의 대표 주자 지역감정이 자라난다는게요...ㅠㅠ

그래도 한 걸음 진보할 것이라 믿었던 이번 선거에서...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공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의 1번지(?) 듀게에서 오히려 그 생각이 강화된다는 것이요...

참 아이러니하고도 슬프네요.


정말 슬프지만 현실.... 인 것일까요...?

안 좋은 사실들 그냥 모르고, 못 느꼈으면 정말 좋았을 듯 싶습니다.


이제 앞으로 경상도를 바라볼 때 편견을 가지지 않고 바라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왠지 그 지역에 갈 땐 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굉장히 의식하게 될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가지 않으려 노력할지도 모르지요...


누가 나를 그렇게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나는 그 사람을 조금도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나를 미워하는 것이니 그냥 이해해야 할까요...?


그동안 눈치 없게도 너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제가 잘못이겠죠 뭐...


슬프고 씁쓸한 마음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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