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부산대 강연의 의미

2012.06.04 00:36

mc wannabe 조회 수:3431

안철수 부산대 강연의 의미생각의 궤적, 산문의 흔적들

2012/06/01 04:37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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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0, 안철수 원장이 부산대 강연에서 했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정리해봤습니다. 더불어 앞으로에 대한 전망도 다소 덧붙여 봤구요. 발언 다음날, 웹커뮤니티에 편하게 즉자적으로 쓴 글입니다. 어차피 형식보단 내용이 중요한 글인지라, 구태여 손보진 않았네요. 내용을 좀 더 보강하고, 읽기 쉽도록 문단을 다듬어 블로그에 옮겼던 글입니다. 듀게에도 가입 인사겸 첫글로 한번 올려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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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나요. 안철수원장의 부산대 강연이 있었죠. 서울시장 보선 이후 이례적으로 여러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어제 강연은 안철수 현상의 소멸시효 기산점이라고 봅니다. 언젠가 "안밀잠"의 공저자 이재훈 기자도 지적했듯이, 안철수 현상의 원천은 비정치성이거든요. 저는 그걸 이중적 경계성이라고 보구요.


무슨 말이냐면..지난 서울시장 보선을 계기로 안철수는 현실 정치의 경계에 근접하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어쨋든 후보단일화를 통해 일단 정치에서 손을 뗏고 그 후로 현실 정치의 외부에 머물고 있죠. 그러면서도 가끔씩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한 발언들로 현실정치에 뜻을 둘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즉, 외부자임을 자임하는 동시에 내부자로서 현실정치의 겉과 속의 경계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겁니다. 안철수가 지금까지 현실정치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며 대중의 기대와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모호한 이중적 경계성 때문이죠. 특히 "강연정치"는 이 사람이 지금껏 경계성을 유지해온 핵심 수단입니다. 정치적으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정치적 목적을 갖지 않는 강연을 갖습니다. 그러면 참석자들이 알아서 정치적 사안을 질문해 주니, 자기는 그저 의도한 대로 대답만 해주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 비정치성이란 외투를 입고 아무 부담없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셈이지요. 안철수 이 사람은 보면 볼 수록 참 심계가 깊은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안철수가 보여준 액션이 "정치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 였다면, 어제의 발언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의 방향과 내용의 측면을 보여준 것입니다. 즉, 드디어 현실정치의 내부에 진입하기로한 결단의 방증이란 얘기죠. 지금껏 안철수는 사실상 이미지와 표상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이다 제시한게 없었죠. 어제의 강연은 그런 내용과 방향을 처음으로 보여준 겁니다.

 

강연에선 시대적 과제로 복지,정의,평화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문제와 정치권 전반에 대해 언급했구요. 이중 우선 눈여겨 볼게 있다면 복지죠. 안철수는 그간 국가적 해법으로 공정한 경쟁과 경제성장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쪽에 열려있는 입장이구요. 명시적으로 분배에 관해 언급한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분배하고 소비하는 좁은 의미의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히 연결되고 선순환되는 넓은 의미의 복지" 이게 안철수의 발언입니다. 즉,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차등적 과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이고 소극적인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얘기하는 듯. 이른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라는 말과 상통하는 얘기죠. 성장과 시장에 입각한 좁은 복지. 일단 발언만으로 유추가능한건, 현재 진보담론으로 운위되는 보편적 복지, 무상복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복지론이란 겁니다. 공동체 자본주의자로 추정되는 안철수의 성향상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일이죠. 어쨌든 우리가 주목할 건 안철수가 사회적 화두인 복지국가에 대해 처음으로 일종의 상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기존의 방관적 입장에서 한발 더 정치적 구체성에 다가선거죠. 비록 아주 원론적인 수준의 방향제시지만 말입니다.

 

통합진보당 관련 발언에도 시선의 무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문제는 현재 가장 논쟁적이고 민감한 사안입니다. 안철수가 지금껏 두루뭉실한 거대담론만 얘기했을 뿐, 구체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단 점에서 의미가 크죠. 더구나 "북한"에 관한 입장은 우리 사회 현실에서 이념 진영을 가르는 가장 보편적인 인식의 기준입니다. 즉, 새누리냐 민주당이냐, 아니면 통합진보당이냐. 이런 정치적 진영과 이념성에 닿아있는 문제란 얘기죠. 지금까지 이념성이 거세돼 텅빈 공백이 우세하던 안철수란 그릇에, 부피가 작으나마 드디어 일정한 이념적 표식을 채운 겁니다. 자신의 대리자인 박원순에 대한 색깔공격을 언급하면서,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 라는 걸 아주 우아하게 선을 긋고 보여준 의미도 있을테구요. 향후 정국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한 암시가 될 수 있겠죠.

 

(사족으로, 통진당 발언에선 한가지 의미를 더 산출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는 이미 일개 자연인이 아닙니다. 정치권 내외부의 경계에 부상한 후, 그의 중도적 행보는 이미 그를 하나의 노선이나 이념으로 만들었지요. 민주당,새누리 사이에서 부유하던 이념성을 배제한 중도층에게 "상식"이란 이념을 부여한 겁니다. 즉, 안철수는 역설적으로 이미 중도층 유권자를 대표하는 "탈이념적 이념정향"이란 얘깁니다. "종북" 발언은 사회적 사안에 대한 확실한 이념적 입장과 태도가 부재한 중도층에게, 분명한 방향과 판단기준을 제시했단 의미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사안에 관한 원칙적 발언만으로도 파급력을 가지는 이유중 하나지요.)

저는 안철수가 이번 대선에 출마할거라 100퍼센트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젠, 자신의 알맹이를 보여 줄 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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