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돼지님 글에 대해 간단히

2012.12.23 19:13

겨자 조회 수:2480

서산돼지님이 글을 다섯개 쓰셨습니다. 저는 첫번째 글을 adobe pdf로 프린트해놓았습니다. 제가 오늘 주말이라 술을 조금 마신 김에, 알콜기운을 빌려 간단히 서산돼지님 글에 대해 코멘트합니다. 


저는 이 글이 실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알바가 작성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글에 공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봅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톡까놓고 말하는 글은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막론하고, 윤리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막론하고 쉽게 쓰기도 읽기도 힘듭니다. 왜냐하면 속내를 비치지 않을 때 얻을 게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산돼지님의 두번째 글의 결론이 엉뚱하게도 박근혜 당선자 지지로 흘러간다는 점은 soboo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지적하셨습니다. 시니컬하지만 서산돼지님 글을 짧게 요약한 chloe...님의 답글을 봤는데 이 답글에도 무릎을 쳤습니다. 


"서산돼지님이 욕을 먹은 것은 거짓된 정보로 종부세에 대해 비난한 것이 첫번째고요, 두번째는 이전의 두 대통령이 정통이 아니어서 욕을 먹었나 싶어 정통을 뽑았다는 부분이고요, 세번째는 계급투표는 이해하는데 내 이익을 위해 뽑았으니 이해해 달라고 이해를 구하는 부분이고요, 네번째는 본인 아들은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하기 싫으니 너희가 좀 바꾸던지.. 하는 무임승차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강조는 제가 넣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박근혜 공약을 읽어보면 취업에 대해 도와준다는 말이 있지 (기본적으로는 네 책임이다), 앞으로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질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서 비젼이 없습니다. 안철수가 이야기했을 겁니다. 질좋은 일자리는 작은 기업이 중간크기 기업으로 성장할 때 생긴다고. 젊은이들의 질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답인데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김종인을 박근혜 당선자가 얼마나 찬밥주었는가는 뉴스를 읽어보신 여러분들이 아시고 계실 겁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민주당에서는 경제민주화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고 이정우 교수 말고도 민주당 내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분들이 있었죠. 


제 생각에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이것은 개혁이고 새누리당은 개혁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경제민주화를 과연 이룰 수 있을까? 일부나 이루겠지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실행했을 경우 끈떨어질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노무현의 실책, 즉 삼성과의 결탁과 정 반대되는 정책이 아닙니까. 


그리고 서산돼지님이 두가지 정책을 말씀하셨는데 첫째는 입사시험에서 영어시험 폐지, 두번째는 카드 공제 확대입니다. 이 분이 정책을 만드는 프로는 아닌지라 이 두 글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stardust님이 말씀하셨다시피 한국에서 상거래시 카드사용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가 나간 적 있습니다. 이 정책이 너무나 잘 맞아들어서 세무서에서 이정도까진 필요없는데 하고 난색을 표했다는 기사가요. 이 정책은 제가 이해하기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수확대를 하고자 함인데요. 이 정책은 제안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잘 굴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입사시험에서 영어시험 폐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에 관한한 한국식 모델이 있고 일본식 모델이 있지요. 일본은 소수의 번역가들을 전문가로 키워서 일본어로 번역해서 번역서의 수준을 높이고 일반인들의 교양은 일어로 습득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게이트 키퍼가 있고 이 게이트 키퍼가 수준이 높고 속도가 빨라서 해외문물을 빨리 정확히 일어로 전파하게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한국인데, 이는 전국민이 영어를 잘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지요. 그런데 심심이 님이 의미있는 댓글을 다셨습니다. "영어는 해야됩니다 이민가야되니까" 예일대학교 쉴러 교수는 미래에는 영어와 또 한가지를 습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에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사시험에 영어시험 빼면 과연 영어과외 수요가 줄어들까요?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영어과외의 수요는 한국의 대학이 성에 차지 않아서 미국 대학을 쇼핑하려는 학생들, 해외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직장인들, 그리고 해외와 의사소통해야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학부모들에 의해서 주도됩니다. 입사시험 하나가 그 원동력이 아닙니다.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 영어로 재잘재잘 떠드는 어린이들이 입사시험 하나를 보고 영어를 배운 것은 아닙니다. 외려 한국에서 입사시험을 쳐도 별거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것입니다. 


두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는 IMF직후인데, 나이드신 제 상사가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유학생이 어마어마한데, IMF로 인해 한국에서 일자리가 없으면 외국에서 일자리를 얻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이 분은 나쁜 분이 아니고 선량한 분이며, 정말 순수한 뜻에서 의문을 가지셨다고 봅니다. 지금 IMF로부터 15년이 흘렀는데 미디어 다음에는 미국으로, 네덜란드로 일자리 구하러 다니는 부부 이야기(딩뚱땡)가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고, 나는 뉴욕으로 출근한다, 서울에서 월스트리트까지, 나는 런던으로 출근한다, 나는 싱가폴로 출근한다 등등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의 책이 서점에 깔려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뭐냐하면, 한국 영어 입사시험하고 무관하게, 한국 사람들은 지금의 신자유주의 (market fundamentalism)와 세계화 (globalization)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영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입사시험에서 영어를 제거한다고 사람들이 영어를 안배울까 저는 회의적입니다. 남들이 안배울 수록 내가 배우면, 나라는 인간이 노동시장에서 더 값어치가 올라가겠죠.


두번째는 그런 영어교육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에 S로 시작하는 대기업이 서너 개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에 취업한 후배가 그런 말을 합니다. 토익 만점인 사람들이 수두룩해도 영어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부서마다 영어전화 받을 사람 하나씩 해외대학 출신들 데려가려고 한다. 이건 현재 영어교육이, 마치 우리나라 경제계처럼, input driven이고 output driven이 아니란 걸 시사합니다. 


서산돼지님이 잡 쉐어링을 말씀하셨는데 이는 문국현이 말한 방법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 분은 전문 정책가가 아니니까 정책이 말이 안된다고 제가 뭐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서산돼지님이 본인이 지지해야할 후보와, 지지하지 말아야할 후보를 고르는 단계에서 삐걱하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산돼지님 글 중에서 가장 귀기울여 들을만한 첫번째 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 chloe님 닉네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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