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 장기하가 10시 라디오를 시작한다는 것을

이적 트위터를 통해 접하고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1.


처음 라디오에 빠졌던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박소현의 FM데이트를 들으면서였습니다.


시그널 음악으로 이병우의 자전거 - 라는 음악이라는 것은 스물 다섯이 넘어서야 알았지만 - 가 깔리면서

저녁 9시에 시작하던, 여러 수다와 좋은 음악들은

기존에 TV에서 보고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거든요.


한 시간 전에 하던 서경석의 FM은 내 친구, 그 전에 세계는 지금 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사연을 들으며 깔깔대던 기억은 

사연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음에도 오히려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2. 


그 중에 가장 열심히 들었던 라디오 중 하나가

10시에 했던 이적의 별밤이었거든요.

이적이 직접 4명 정도의 성대모사를 하며 열연했던 '적이네 집'부터

김혜림, 컬트 삼총사 등 말빨 굉장했던 게스트들, 

당시엔 왜 자꾸 나오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성껏 선곡되었을 노래들..


'22살 때 듣던 노래를 평생 듣게 된다' 던 연구결과를 이야기하던 오프닝 역시

오랫동안 기억이 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처음으로 나의 미래, 22살에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생각해봤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그 때의 막연했던 상상만큼이나 슬쩍 지나갔던 22살이었지만-



3. 


그 때, 14살에 저 처럼 누군가에게

장기하와 함께하는 두 시간, 그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재미 혹은 자양분이 될 것을 생각하니


문득, 그 꼬맹이의 젊음에 질투가 나기도 하고


라디오를 늘 껴안고 자다가 안테나를 부러뜨려서

기계에 직접 손을 대야만 주파수가 잘 잡히던, 검정 라디오를 떠올리며 

옛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아, 젊은 것들 부럽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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