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참 신기하네요

2012.04.07 19:25

메피스토 조회 수:2508

* 이번 선거를 현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보자? 그럴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왜 현정권을 심판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반MB내부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이 대단히 당연한게 됩니다.

 

우린(아, 해당되지 않는 분들은 제외하죠) 왜 MB정권(혹은 새누리당)을 심판하려고 합니까? 도대체 왜 그들을 심판하려 하나요?

거기엔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겠죠. 시덥잖은 장난같은 얘기를 제외하더라도 일을 못해서, 도덕적이지 못해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일을 못한다는 의미에는 뭐가 있습니까. 물가올라가고 실업률 치솟고 4대강같은 뻘짓하고 그 잘난 국격타령하면서 국가이미지 깎아먹고 등등등. 더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까지 하죠.

도덕적이지 못해서라는 얘긴 어떻습니까? 뻑하면 터지는 여러가지 부정부패나 비리, 성추문 등등등. 마찬가지로 더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까지 하죠.

기타 또 뭐가있을까요. 내 계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아서 같은 것들도 있겠군요. 아무튼.

 

그럼 이런 현정권을 심판하는 행위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가 싫어하는 짓을 하지 않는 정치인, 우리가 싫어하는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정당과 정치인을 뽑아주는것 아닙니까?

부정부패 정경유착  비리 없이 깨끗한 정치인, 성희롱이건 추행이건 헛소리 하지 않는 정치인, 장기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킬 안목을 가진 정치인, 약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정치인 등등등.

뭐 사람마다 디테일한 정치이데올로기는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올바른 정치인상'이라는게 이렇지 않습니까. 정치인들도 이런 이미지 얻으려고 노력하고요.

 

능력도 있고 도덕적인 정치인들을 뽑아줘서 이런 정치인들을 원한다는걸 보여주는게 보통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반적이고 '정의로운' 정권심판입니다.

단순히 다수의 뜻만 강요한다면 그건 정의로운 정권심판이 아니라 저급한 전체주의고요.

능력이 먼저냐 도덕이 먼저냐, 혹은 도대체 이런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에선 무수히 많은 논쟁이 나올 수 있지만 그건 각설하고, 대략적인 뼈대가 이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최근에 벌어진 정치나 선거를 둘러싼 여러 소란과 충돌의 원인이 너무 쉽게 보입니다.

한마디로, 이딴 인간을 뽑아주거나 지지하는게 무슨 정권심판인가?라는 소리가 나온다는거죠.

 

자, 부도덕한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도덕적인 정치인을 뽑아주는 것입니다. 다른건 없습니다.

능력없는 정치인을 심판하는 유일한 행위는 능력있는 정치인을 뽑아주는 것입니다. 다른건 없습니다.  

부도덕한 정치인을 심판하기 위해 부도덕한 정치인을 뽑나요?

능력없는 정치인을 심판하기 위해 능력없는 정치인을 뽑습니까?

이런류의 복수를 외치는 사람은 정확히 두부류입니다. 하나는 국가나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위한 권력을 추구하는 쓰레기들이고, 또하나는 이들에게 낚인 사람들이죠.

 

물론 도덕이건 능력이건 정도의 차이라는건 있을수있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건 대단히 주관적인 가치입니다.

이정도쯤은 봐주자 쟤보단 나은거 아니야? 그건 그냥 니생각이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기준치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해결방안은 원칙입니다. 원칙에 맞는 사람을 내세우고, 원칙에 맞지 않는 사람은 필터링하거나 강도높게 비판해야죠.

 

최근 사건만해도 그렇습니다. 김용민이 왜 그렇게 욕을 먹습니까?

뒤집으면 굉장히 단순합니다. 새누리당 누군가가 저런 이야길 했다는 전력이 들어났다면, 이런 논쟁이 벌어졌을까요? 

아, 그래요. 사퇴하란 얘긴 안나오겠죠. 저쪽은 원래 그런 인물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뿐이니까요.

당연히 맥락따져야 한다 관타나모 수용소 어쩌고...이런 말같지도 않은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들이 나왔겠습니까?

 

그럼 한번 보죠. 연쇄살인범을 풀어서 여자를 강간해서 죽여버리자고 얘기하는건 내세울만한 당당한 원칙입니까?

전 지금 어디 인터넷 게시판에서 정치와 하등 상관없는 사람들을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대상은 한 국가 국민 지역 지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후보의 과거 발언입니다.

수년전 일을 트집잡는건 좀 심하다라고 해도 결국 이 일은 공론화되었고, 그렇다면 비판이 따라올수밖에 없습니다.

수년전 일로 트집잡혔으니 사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수년전 일이라고 면죄부가 부여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수년전 저지른 헛소리의 뒷감당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되죠.

 

 

* 작년부터 꾸준히 황당했던건, '도덕'이라는 말에 코웃음치거나 빈정거리는 무리들입니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지지자가 그딴소리를 하면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래 그런 종자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저모양이니 심판의 대상이라고 얘기하는건데, 안저러는게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옆에서 저따위 부패한 무리들에게 한번 대항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저딴 소리를 하거나 뻘짓을 시작합니다.

아니, 언제부터 도덕이 그렇게 코웃음칠만한 대상이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도덕'을 얘기하는 것이 근본주의적 태도가 되었습니까?

우리가 지금 정권을 심판하자고 외치고 현시국을 개탄하는 이유가 현정권이 도덕적이고 합리적이며 올바른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나요?

소위 정치인들에 대한 일반론적 불신이 자리잡은게, 그들이 착하고 바른 새나라의 정치인들이어서 그랬습니까? 정확히 반대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도덕적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가하고, 혹은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정말이지 너무도 교과서적인 가치들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근본주의적 태도가 되었더군요.

 

프레임 프레임. 정말 지겨운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현재 자기네 진영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쓰이는 말이 되었습니다.

프레임을 짜서 그런다, 프레임에 놀아나지 말아라.............제발. 권력을 잡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딴 촌스런 프레임이나 걷어치웠으면 좋겠습니다.

이따위 논리들이 근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물을 흐리고 이미지를 망치고 있으니 진보가 수구를 이기지 못하는겁니다.

 

어찌되었건 선거에서 이기고 심판하고 비판하면 될까요?

정치인에 대한 가장 의미있는 심판이자 비판은 투표입니다. 이기고 심판하자? 그럼 뻘짓하는 진보와 반mb를 심판하기 위해 이번이 선거 이긴 뒤 다음 선거에서 새누리당이라도 뽑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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