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한국 고생물학회와 한국 진화학회 추진위가 공동 발표한 반론 성명의 브릭 링크입니다.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php?id=128405&Page=1&Board=sori&FindIt=&FindText=&divpage=


교진추가 교과서에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빼달라고 교육부에 공식 요청한 게 지난 12월과 3월입니다.  결과적으로 교육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7개 검정 교과서 중 6개가 상기 내용을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네이처지가 이번달 온라인 속보판에서 한국 보도원 박수빈씨가 작성한 글에 따라  '한국,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했다'  는 자극적 제목이 달린 기사를 냅니다. 여기에 대한 한겨레 보도 링크와 네이처 원문 링크입니다.


http://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6529.html


http://www.nature.com/news/south-korea-surrenders-to-creationist-demands-1.10773


그런데 네이처 원문 링크의 댓글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네이처 보도에 인용된 경희대학교 전중환 교수 (서울대 장대익 교수가 아닙니다 정정) 를 비롯한 한국의 진화론자들이 해당 사건을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반응을 한 것이죠. 이들은 교진추의 청원이 단지 시조새와 말의 진화에 대한 잘못된 진술을 바로잡기 위한 것일 뿐, 한국 과학교육이 미국의 그것처럼 극렬 창조론자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고생물학계와 관련이 없는 일반 독자 저는 네이처와 그 보도원이 한국의 상황을 과잉해석하여 한국 과학계를 그릇되게 조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교진추의 청원 내용만 보면 창조론과 하등 관계 없이 과학적 성과에 대한 잘못된 기술을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으로만 생각했지요. 그러나 교진추 자체가 창조론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나중에 찾아 보니 교진추의 목표는 기독일보의 링크에서 볼 수 있듯 매우 급진적이더군요, 진화론 퇴치랍니다.


http://www.chdaily.co.kr/news/20120405/7313.html


역시나, 교진추는 며칠 전 2차 공격을 개시합니다. 이제 시조새와 같은 어떻게 보면 지엽적으로 보이는 발견 말고 화학발생적 진화론을 부정하고 나옴으로써 개별 발견의 해석 오류가 아니라 진화론 자체가 공격목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죠.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615011019


한국 고생물학회가 성명서 마지막에 붙인 내용에 따르면 교진추의 접근은 참고문헌을 악의적으로 짜집기, 재구성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받아줄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이제 와서야 편파적인 교과과정 수정 신청에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고 교진추는 앞으로 진화론을 격파하기 위한 추가 청원을 계속한다고 하니 과학계가 이번 성명서를 통해 나선 듯합니다.


그동안 교진추가 별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아마 네이처의 자극적인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던 한국의 과학자들도 그런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방심하는 동안 교진추는 한국 과학교육계를 잠식하기 위해 칼을 갈아왔고, 이걸 파악한 고생물학회와 진화학계에서 정색을 하고 반론에 나선 것이죠.


현재의 진화론이 진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창조'과학'이라고 이름붙이고 진화론과 정당하게 맞붙고 싶다면 측정가능성, 재현가능성 등 과학의 특성을 갖춘 접근을 해야 할 것이고, 과학적 발견을 인용해서 써먹고 싶다면 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인용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한국 고생물학회의 성명을 보면 교진추의 주장은 아주 그냥 사기더군요.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쪽이 옳은지를 따지고 싶으면 정정당당한 방법을 써서 과학의 장에서 겨뤄야 하는 게 기본 아니겠습니까. 교육부가 이번 성명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반응으로 교진추에 끌려가지나 않을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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