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의 위기를 몇번 거치고 나서 바쁘게 지내다가 바깥분의 고향인 보스톤에 와서 평화스럽게 보내는 연말입니다.

 

듀게에 리뷰는 속행하겠지만 아마도 내년이 올때까지 포스팅을 올리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네요. 안그래도 최근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발길이 뜸해졌는데 아직도 듀게에 애착은 강합니다. ^ ^

 

전 듀게에서도 능동적으로 글을 올리지 않은 상당수의 분들이-- "침묵의 다수" 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아마도 박근혜 지지자이고 박후보에게 투표를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분들께서는 뭐 별로 선뜻 내키지 않는 상대적 우위에 바탕을 둔 선택이었던, 아니면 "진보" 라는 말로 수도 없이 입방아를 찧는 분들에 대한 혐오감때문에 선택하셨건, 아니면 순수하게 박당선자의 카리스마의 영향권내에 포섭되어서 던진 한표였건 어쨌든 원하시는 대로 일이 진행되신 것이니까,  일단은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겠고요.  저는 여러분들과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을 항상 일상에서 접하고 있고 항상 대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만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금 문후보측이 되리라고 절실하게 믿었다가 크나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신 분들께 짧게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주 짧게,  실망하시지 마세요. 

 

밑에 칸막이님, 마르셀리안님 (하워드 '딘' Dean 을 민중사가 하워드 '진' 이라고 표기하신것만 제외하면 ^ ^) 등 여러분들이 복기와 성찰의 가능성에 대해 좋은 글들을 써주셨고요.  전 그런 선거 분석이나 그런 글들을 새삼스럽게 쓰고 싶지는 않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식민지근대화와 개발독재, 끝없는 '동원' 과 그에 반대하는 '운동' 에 의해서만 규정되어져왔던 민주주의로 표상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모습은 2017년에 최초로 그 모습이 아닌 세상을 구상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누구가 될지는 모릅니다.  문재인변호사일수도 있고, 안철수교수일수도 있고,  민주당계열의 누군가일수도 있고, 더 '진보' 에 속하는 누군가일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새누리당이라고 불리워지는 당의 누군가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만 '진보' 지,사실은 자기가 '꼴통' 이라고 함부로 부르는 보수에 속한 사람들보다 더 새 세상에 대한 비전이 없는-- 나와 같은 386세대의 어떤 인간들을 비롯해서--,자칭 진보들에게서 무수하게 욕을 먹으면서 좌와 우을 다 끌어모을 수 있는 새 비전을 제시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이제 나부터 우리 아버지 세대까지가 (지금 40대 이상의 인구 전부) 가 경험했던 이 '동원' 과 '운동' 의 폭력적근대화의 역사에서 벗어나는 최초의 단계에 다다랐다는 것이죠.   박후보의 카리스마는 굉장한 것이고, 그것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조롱과 무시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것이 '진보' 세력의 큰 패착이었지만, 박근혜대통령의 카리스마는 그 이후로 넘겨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의 카리스마?  그런 건 없습니다.  박정희라는 존재는 일본군국주의 시대의 천황과 같은 것이죠.  누구나가 그의 이름을 들먹여서 자기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하나의 아이콘이자 심볼일 뿐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 한국 사회는 그런 아이콘의 정치로는 절대로 햬결할 수 없는 무수한 21세기형 문제로 그득해요.  이명박대통령의 실정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고, 박근혜대통령도 그러한 현실인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실망을 거두시고,  지금의 좌\절감을 미래의 승리를 위한 초석으로 삼고, 앞으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남보다 앞서 생각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보' 아닌가요?   노인들을, 경상도 사는 사람들을, 조선일보만 읽고 그게 진실인줄 아는 사람들을 다 "꼴통" 으로 매도해버리고, "나는 저런 바보색기들이 아냐"라고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것은 '진보' 가 아닙니다.  다른 이름의 '수구' 일 뿐이죠. 

 

그리고 최소한 듀게에서만은 서로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꼴통" 이라는 식의 대화를 원초적으로 거부하는 표현을 쓰거나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386세대 꼰대인 제 간절한 바람입니다. 

 

마음을 추스리시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마세요.  소주 끊으시고, ^ ^ 담배도 그만 태우시고 ^ ^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세계관도 다른 사람들과 더 대화를 하려는 시도를 계속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그걸 포기하면 누가 그걸 합니까? 

 

연말에 가족분들과, 사랑하시는 분들과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보스톤 찰스호텔 로비에서 콘시에지 눈치 보면서 ^ ^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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