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트랙입니다

2012.12.25 01:52

lonegunman 조회 수:1058


즐거운 연말 보내고 계신지.

사실 저도 그저 흔한 크리스마스, 새해 노래들 돌려가며 듣고 있습니다만

개중 안 뻔한 곡들로 추려봤습니다.

중간에는 함정들이 있으니 

그나마 기운을 북돋아 주는 노래를 듣고 싶다면 첫 곡과 마지막 곡을 들으시면 됩니다.


순서대로

마그네틱 필즈의 '모든 것은 거대한 한 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

펠리스 브라더스의 '루비 메이'

뮤의 '크리스마스에 그녀가 돌아왔어요'

탐 맥리의 '한 손엔 수트케이스, 한 손엔 후회들'

페리 블레이크의 '새해 소원'

조이 드샤넬과 조셉 고든 레빗이 함께 부른 '새해 전날 약속 있어요?' 입니다.


성탄 인사보다, 새해 인사보다, 인용구를 빌어 한 해를 마감하는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더욱.




'대체 거기에 대해 떠들 일이 뭐가 있어? / 

너희들 집이 불에 탔거나 홍수에 떠내려갔거나, 아니면 태풍에 날라 갔을 때 너희들은 집이 사라지게 된 정확한 원인을 따져? 

그게 아니잖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생각하지. / 

이제 스스로 서야만 해. 왜냐하면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는 다만 동지가 없을 뿐 아니라 적도 없기 때문이야.'

(...) 

이런 식의 논리적 설명 없이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었는데 이제 논리적인 이해까지 하게 되자 모든 것이 어처구니없이 절망적이어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도대체 살아서 무엇 하는가? 맙소사.

(...)

'지금 우리는 자연 법칙과 대항하고 있어. 자연에 대항한다는 것은 어리석어. 그리고 자연에 복종한다는 것은 수치스럽지. 게다가 궁극적으론 역시 어리석고. /

서둘 필요 없어. 10억 년의 세월이 우리 앞에 있어.'

그는 더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계속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서둘 필요 없다고,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의 세월이 있다고. 우리가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10억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中









모든 것이 한 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사탕과 불빛으로 휘황찬란하지요

온 세상이 어여쁘게 빙빙 돕니다

모두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립니다

그러니 그만 좀 웅얼거리고 기운을 내요

책은 그만 내려놓고 맥주잔을 들어요


왜 어둡고 쓸쓸한 방 안에 앉아 있습니까?

꼭 진지한 얘기만 할 필요 있습니까?

여기 웃음 가스 향수 한 병을 드리지요

보십시오, 이제 당신이 다가가면 사람들이 웃습니다

누가 당신을 싫어하면, 아, 엿먹으라 그래요

그딴 자식들에게 당신의 운명을 걸 거 없잖습니까


아닙니다, 아마 모든 게 꿈은 아닐 겁니다

그럼 모든 건 악몽일까요? 아니, 아니죠

모든 것은 커다란 한 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그저 역사를 따라 장소를 옮겨갈 뿐이죠


모든 것은 커다란 한 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온 세상이 사탕과 불빛에 둘러싸인 채

예쁘게 반짝이며 빙빙 도는 가운데

모두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타는 어디에 있는 거죠

산타는 나타나지 않고 뭐한답니까








그녀의 이름은 루비 메이

그녀의 직업은 캬바레 댄서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

그녀의 이름은 루비 메이


열려진 창문 너머 한 줄 바람을 싣고

그녀의 무릎 위를 타고 넘는 스타킹

그녀는 미치도록 사랑스런 여인

그녀의 이름은 루비 메이


어느 사랑스런 겨울의 밤

크리스마스 불빛으로 물든 거리에서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네

그녀의 이름은 루비 메이


텁텁한 아침 공기를 머금은

타임 스퀘어의 땅 속 깊은 곳에

그녀의 시체를 묻었다네

이제 그녀는 두 번 다시 길을 잃지 않으리


그녀의 이름은 루비 메이

그녀의 직업은 캬바레 댄서

참으로 사랑스런 소녀였다네









그녀를 건드리지 말아요

그녀는 버스에 실린 채 기억 속에 잠겨

아무것도 볼 수가 없으니까요


행여 마음 속으로도,

기억 하지 않았는데,

마치 떠날 때처럼,

아무 소식도 없이,

그렇게 돌아왔군요,

마치 떠날 때처럼,

마치 우리에게 갚지 못한 빚이라도 있는 듯,

그렇게 내 마음 속으로


내가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그대일 리 없어요

정말로 그대라면 

내가 생각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이건 말이 안 돼요


거긴 건드리지 말아요

그녀가 언젠가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내 마음 속으로,

다 떨쳐버렸다는 듯,

마치 떠날 때처럼,

아무 소식도 없이


내가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그대일 리 없어요

정말로 그대라면 

이대로 내 계획은

모두 틀어져버려요

이건 말이 안 돼요


돌아온 거죠

정말 돌아온 거예요


그녀를 건드리지 말아요

그가 그녀를 보고 있잖아요

그녀도 등 뒤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껴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녀가 돌아온 거예요











자물쇠를 바꾸고

거실 불을 끈다

이제 이곳은 내 집이 아니다


나의 세상 전부를 상자 하나에 우겨넣고

거리를 향해 손짓을 한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을 겨냥하며


그러나 사실은

조금도 준비돼 있지 않아

아직 이런 어둠에는...

한 손엔 수트케이스, 한 손엔 후회

그러나 또 약간의 희망


나는 참 축복받은 도둑놈이었다

도둑질에도 항상 그럴 듯한 구실이 있었거든

하지만 그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그러니까 이쁜이, 잠에서 깨어

작은 것들에 깃든 희망을 맞이해봐

실망감이 그댈 말려죽이기 전에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이라곤

아직 이런 어둠을 맞을 준비가 안 됐다는 것 뿐이다

한 손엔 수트케이스, 한 손엔 후회 뿐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약간의 희망을

이 와인잔에 담아

그대 이름 앞에 건배...


그래, 이번엔 제대로 해보는 거야, 이쁜이

텅 빈 술집과 붐비는 거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 모든 씁쓸한 말들로부터 대탈주극을 벌이는 거야

오늘은 크리스마스

브루클린은 비에 젖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보다 나은 세상, 희망과 기억들 안에서 안전하다

부드러운 와인에 취해

그대가 준 카드패를 쥐고 다짐한다

이번엔 좀 더 운이 따라주기를...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복도 가득 울리는 웃음소리들

크리스마스는 현기증의 계절

새삼 친구조차 너무 많은 듯 느껴지고


지켜야 할 약속이 주머니에 가득한데

어느 하나 어기고 싶지 않고

빈 자리를 채우려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 모으네


마치 방안 깊은 곳에 숨겨둔 다이아몬드처럼

문득 스치는 섬광

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기를

그대는 어디 있는가


겨울이란 그저

여름이 남겨둔 추억들의 총체인가

새해의 소원을 빌며

또 한 번의 시작을 다짐하는데...












아직 이런 걸 묻기엔 이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물어볼래요

새해 전날,

새해 전날 혹시 약속 있나요?


다가오는 새해를 반기며

12시 종이 치는 그 순간

그대는 누구의 품에 안겨 있을 건가요


제가 정말 미쳤나봐요

당신은 수 천 장의 초대장에 파묻혀 있을텐데

저와 새해 전야를 보내리라 기대하다니요


하지만 만에 하나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어

그대에게 엄청난 질문을 던집니다

새해 전날,

새해 전야에 무얼 하시나요, 그대?


혹시 모르죠, 기적이 일어날지

그래서 드리는 잭팟 질문,

새해 전날 혹시 약속 있어요?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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