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낯선 여자와

2012.04.16 21:08

hybris 조회 수:4644

신도림역 출구. 

평범해 보이는 젊은 여자가 길을 물었습니다.


"저어, 이 근처에 아울렛 있나요?"
"저도 여기 잘 모르는데요."
"딱 여기 아니라도 가까운 데...그냥 옷 사고 구경할 만한 데요."
"동대문...?"
내 뻘대답에 상대방은 웃었습니다.
"파핫, 거긴 너무 멀지요."
"그럼 홍대? 홍대 여기서 십분 밖에 안걸려요. 이대도 괜찮고...아, 당산에도 아울렛 하나 있어요."
옷가지가 담겨있는 내 쇼핑백을 가르키며 여자가 물었습니다. 
"그럼 이건 어디서 사셨나요?"
"아, 이건 쇼핑한 거 아니예요."
(웃으며) "혹시 학생?"
"아뇨."
(약간 놀라며) "몇살이세요?"
"XX살이요."
(놀라며) "어? 그럼 결혼하셨어요?"
"아니요."
"그럼 남자친구는요?"
"없어요."

....이쯤에서 뭔가 이상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저는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

"저...혹시 남동생 있어요?"
"아니요."
"그럼 오빠는요?"
"없어요."
(왠지 실망하며) "어..그러면...생일은 언제예요?"
"이월인데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호구조사 중.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아, 이것도 인연인데 다음에 언제 시간되시면 ....."

여자가 핸드폰을 찾아 내밀려는 사이 나는 전화를 받으며 달아났습니다. 


뭐였을까요? 
왜 어쩌다가 신도림역 출구에서 
나이와 남자친구/남동생/오빠 유무와 생일까지 
낯선 여자에게 다 말하게 된 것이었을까요....

헌팅? 신흥종교? 순수하게 친구하고 싶어서? 하지만 기묘한 상황이었습니다. 갸웃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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