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교정을 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인생에 많은 후회가 있었지만 교정한 것도 사무치게 후회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1년 반 정도 걸릴 거라던 교정은 3년정도가 돼서야 끝났고, 대학 생활 내내 교정기를 달고 있어야 해서 이미지가 교정기가 돼버렸습니다. 끔찍하죠.

 

암튼 교정을 위해서 양쪽 4개 이를 뽑았는데, 제가 인스턴트를 많이 먹고 커피, 담배 등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마취가 그렇게 잘 받는 편이 아닙니다.

그래도 3개는 마취를 하고 무사히 뽑았습니다. 근데 나머지 1개는 이상하게 마취가 안되는 겁니다. 마취를 다시 했는데도 안먹으니까 그냥 뽑기로 했습니다.

어쨌거나 뽑기는 뽑아야 하니까요. 입 안에 마취하면 딱 느낌이 오잖아요. 마취가 덜 된 그런 정도가 아니라 뻥 안치고 전혀 마취가 안된 상태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미모의 여자의사였습니다. 이쁘고 마르고 갸날펐습니다. 그래서 교정을 하기로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뽑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식은 땀이 나고 눈물이 흐르고 저도 모르게 입에서 '으허허허허허허허'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이게 한번에 딱 뽑아지지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뻥 안치고 30분 이상을 뺀찌로 제 치아를 흔들고 잡아당겼죠.

 

미모의 여의사도 땀 뻘뻘 흘리고 대충 이런 말들을 계속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왜 이러지?  뿌리가 얼마나 깊은 거야? 와 이상하네. 이거 참...'

결국 뽑기는 뽑았는데 뽑은 이를 보니까 무시무시하기는 하더군요. 뿌리가 뻥 안치고 2cm가량 돼고 마치 굵은 나사 못 같았습니다. 거기다 뿌리가 S자로 휘어져 있었죠.

의사도 '이러니까 이렇게 안나오지'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 이후로 이빨 뽑을 일 있으면 웬만하면 여자의사한테는 안뽑으라고 말하고 싶더군요. 아무래도 힘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를 뽑고나서 계속 '으허허허허허허허' 하고 있는 저한테 그 미모의 의사 누나가 웃으면서 '남자가 엄살은' 그러더군요.

 

암튼 지금까지 제 인생에 가장 아팠던 경험은 그 때였던 거 같네요.

어제 위내시경 하면서 잠깐 그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위 내시경은 우습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37
61215 [바낭] 페이퍼 나이프에 대한 궁금증 [10] 오맹달 2012.12.26 2657
61214 홍준표 신임 경남도지사는 내년 복지예산을 축소한데요... [8] 컵휘중독 2012.12.26 2680
61213 말좀 잘한다는 소리 듣는 속칭 젊은 보수들에 대한 대처법 [8] soboo 2012.12.26 3648
61212 [급질]입술보호제 [31] 봉쥬 2012.12.26 4437
61211 어젯밤 읽은 책 한 구절 [3] 석가헌 2012.12.26 1279
61210 (펌) 실패한 유세기획자의 고백 ... 탁현민 트윗 [4] 영화처럼 2012.12.26 4167
61209 펌) 초등학교 학생들의 시 [14] Rkaehd 2012.12.26 5544
61208 영화 '아무르'-아무리 해도 납득되지 않는 몇 가지 의문들(내용 약간) [13] Koudelka 2012.12.26 2865
61207 <드림> 길냥이용 사료(드림완료) [10] 바깥 2012.12.26 1627
61206 [개님 바낭] 개님 팔자 상팔자 [11] fysas 2012.12.26 3460
61205 나는 딴따라다 들으셨던 분은 아실텐데... [3] 시민1 2012.12.26 2026
61204 ‘범보수’의 등장과 87년 체제의 몰락 (PPSS 기사) [8] nishi 2012.12.26 2114
61203 부모님이 배우실 수 있는 괜찮은 아이패드 일본어 앱 혹은 일본영화가 있을까요? kct100 2012.12.26 1393
61202 박근혜 예산 6조원 증액 관련 여야 격돌 [12] amenic 2012.12.26 3052
61201 크고 아름다운 인천 에잇시티 [19] Aem 2012.12.26 3430
61200 이거 무슨 표시일까요 [4] 가끔영화 2012.12.26 1682
61199 요즘 교육만화 [13] 닥호 2012.12.26 3523
61198 레미제라블 말고 재미있게 본 뮤지컬 영화 어떤게 있으신가요. [31] 루이루이 2012.12.26 2992
61197 [시국좌담회] 송년회 장소와 시간입니다. 좌담회에 오신 적이 없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nishi 2012.12.26 812
61196 아래 괴이한(?) 박정희 만화 말고.. 진짜 한국군 무기도입 사례들 [2] 01410 2012.12.26 20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