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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0518약 20시간 전패한 유세기획자의 고백... http://dw.am/L1Psk9







저는 4번의 광화문유세와 한번의 기차유세를 기획했습니다.
정당중심의 선거유세에 깊은 회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탁이 왔을때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회의는 지난 총선때 몇군데 지역을 도우러 갔을때 느낀 무척 구체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유세차의 올라 연설을 해봐야 동원된 군중이 아니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고. 별 의미없는 영상과, 가사를 바꾸어 녹음한 로고송의 지루한 반복은 다만 시끄럽고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대선이 시작되고 광화문유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했던 첫번째 고민은 동원된 군중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을 어떻게 모이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구성과 컨셉은 그것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뭔가 희망을 낙관하게 만드는 것 그게 거리유세의 방향이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인들은 대선의 유세와 일반공연은 다르다고 정치인들을 무대전면에 세우라고 권유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거절의 이유는 세가지 입니다. 

첫번째 정치인들이 전면에 서는 유세는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혹은 여러 형식과 방식으로 민주당이 직접하면 되는 일이지 굳이 공연연출가인 제가 나서서 할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제가 맡은 유세행사는 하나의 컨셉이 일관되게 진행되기를 바랬습니다. 다시 말해 출연자들에 의해 내용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필요한 출연자들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감성-분노-슬픔-희망이라는 순서로 짜여지고 구현되기를 바랬습니다. 

세번째는 대중이, 혹은 군중이 반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무대에 세우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은 철저하게 객석의 입장에서 판단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오랜 무대연출가로서의 신념입니다. 무대는 자신을 드러내는 자리이지만 드러난 자신에 대한 평가는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유세도 하나의 무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서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크게는 이러한 세가지의 방향이었지만 여기에 하루, 혹은 이틀 사이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무대의 진행과 내용에 대한 이해 그리고 효과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출연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적합한 사람들을 골라야 하는 부담도 적지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사람들은 제게 왜 일을 그렇게 독단적으로하냐, 상의와 협의를 하면서 해야지라고 점잖게 충고하기도 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광화문 유세를 진행하면서 계획되지않은 발언들과 무대로 올라가버리는 사람들 현장에서 막무가내로 순서를 바꾸어버리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체진행과 내용을 한 사람이 쥐고 있지 못하면 죽도밥도 안되는 행사를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초부터 저는 유세를 잘한다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유세를 잘 못하면 거기에 실망을 느끼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의원들을 무대에 올리지 않은 것들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인데 그건 민주당의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리에 적합한 출연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대표를 배려하고, 계파를 배려하고, 의원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출연자는 언제나 관객, 대중의 입장에서 고려되어야지 올라가는 사람들 입장에서 고려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걸 기준으로 하면 망하는 공연이고 망하는 유세고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행사입니다.

저는 이 다섯번의 유세에 시민사회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무대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후보가 돋보일 수 있는 사람들을 무대에 세웠습니다. 조국, 김여진, 명계남, 이은미, 전인권, 이한철, 변영주, 정혜신, 김조광수, 선대인, 우석훈, 안도현, 김형석 등등이 그들입니다. 정치인 중 제 계획으로 무대에 세웠던 사람들은 심상정, 노회찬, 문성근, 도종환, 박영선, 신경민 등이 그들이고 용산참사의 피해자가족과 반값등록금이 절실한 대학생을 무대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 그리고 김정숙여사입니다. 

민주당의원들이 친노중심의 라인업이라고들 하는데 면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명계남과 문성근... 이 두분은 친노입니다. 그러나 친노를 비난할 때 저는 이 분들을 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노무현대통령에게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습니다. 뭐 한자리 한 일도 없고 쥐뿔 받은 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친노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면 뭐 한자리 한 사람들, 뭐 해먹은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이들은.... 슬픈 사람들입니다. 

현수막에 왜 후보 사진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지난번에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고, TV광고를 의원들이 평가하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설자리는 없었습니다. 100여명의 의원들이 국민들 앞에 쇄신하겠다 선언하는 자리를 한번이라도 만들자는 요청에 콧방귀를 끼고, 유세때 의원들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군중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자는 제안도 치기어린 연출로 대꾸없는 사람들에게 구성의 흐름과 의미, 연출의 디테일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적지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적지않은 민주당의원들이 전혀 그렇지 않음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뭐 다 좋습니다. 유세때문에 선거를 망쳤다고 하면 제 책임입니다. 이전 일을 돌릴 수 없으니 죽는 날까지 민주당의 유세에 관여하거나 민주당과 관계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무척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쇄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당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만 더 드립니다. 민주당의 쇄신은 민주당에 가장 비판적인 사람들의 말을 들었을때 가능합니다. 민주당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바랍니다. 서로가 치고받아봐야 밖에서는 쇄신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문재인후보가 '진정성'있는 후보였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제 역할은 그 진정성에 '디테일'을 더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만 유세일 뿐이라도 그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분들께 죄송하며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그간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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