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술을 강권하는 경우도 괴롭겠지만, 굳이 권하지 않아도 알아서 잔을 비워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갑을 관계"의 을이 갑을 접대할 때죠. 

(회사의 영업 파트에서 이른바 "술상무"로 지칭되는 역할이 하나의 예이지만, 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아쉬운"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을이죠.)

 

이런 접대에서 을은 웬만큼 술이 센 사람이 맡아야겠지만, 사정상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죠. 

또한, 웬만큼 술이 세다 하여도 갑이 지독한 술꾼이라거나 상대해야 하는 갑이 여럿이라거나 을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할 수도 있구요.

 

제가 들었던 한 극단적인 경우에서는, 을이 주량을 한참 초과하여 마신 다음에 밖에 나가 토하고 다시 들어가서 마셨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술 고문이죠.  물론 몸도 버리는 것이구요.

 

술 권하는 습속에 대하여 이런 저런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가능한 또 하나의 시각은 이를 일종의 "복종 테스트"로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신체적으로 힘들 정도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은, 괴롭더라도 (심지어는 자기 몸에 해를 입혀 가면서까지도) 을이 갑에게 복종하는가를 테스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구요.

또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인간은 진심을 감추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갑의 입장에선 을이 믿을 만한 자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죠.

 

예, 이건 뭔가 조폭스럽죠.  그렇거나 말거나, 엄연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어젯밤에도 누군가 원치 않은 술을 마시다가 토했을지도 모르죠.

 

직장 문화가 개인주의화되면서 상사가 부하에게 강권하는 경우는 예전보다 줄거나 그 강도가 약해졌다고 생각되지만,

갑을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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