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들..

2012.04.26 21:19

조성용 조회 수:2965


[타이탄의 분노]

작년엔 여러 속편 블록버스터 영화들 때문에 가끔씩 작년이 2009년인지 2011년인지 헷갈렸는데, 이젠 [타이탄의 분노]가 나와서 올해가 2010년인지 2012년인지 간간이 헷갈립니다. 줄거리는 [타이탄] 이후의 이야기이지만 신들이 마구 죽는 다는 점만 빼면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전편에서의 모험 이후 평범하게 살아온 페르세우스는 또 제우스의 호출을 받는데, 처음엔 아버지이자 자신의 어머니 강간범이기도 제우스의 요청을 거절하지만 곧바로 페르세우스는 하데스에게 잡힌 제우스를 구하기 위해 나서고 그러니 여러 CG 액션들이 난무합니다. 영화는 전편처럼 엉성한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 막 몰아붙이는 물량공세 특수효과 액션, 배우들 낭비 등 단점들은 그대로인 가운데 약간 좀 더 잘 만들었긴 했지만, 이미 전편 클라이맥스에서부터 질리기 시작한 저는 후반부의 콩가루, 아니지, 돌가루 가족 막장 드라마에 어이없어 하면서 영화 속 액션들을 덤덤하게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아주 심각하게 지루하진 않았다는 점은 위안이 됩니다. (**1/2)

 

P.S. 빌 나이가 조연으로 나왔지만 수염 덥수룩한 분장 때문에 못 알아볼 지경입니다. 사실, 본 영화에서도 페르세우스가 다른 남성 캐릭터들과 구분되는 중요 이유는 수염의 부재였지요. 전편에선 빡빡이였지만 이번 영화에선 머리를 길렀더군요.

 



[빅 이어]

조류 관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들어 봤지만, [빅 이어]는 그 취미가 꽤 경쟁이 심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미국 전역을 무대로 1년 동안 누가 가장 많은 종류들을 관찰하는 지 갖고 조류 애호가들 간에 경쟁이 벌어지는데, 730종을 관찰해서 신기록과 함께 또 1등으로 군림해 온 보트닉은 이젠 그 기록을 깨는 걸 막기 위해 또 이 경쟁에 몰래 끼어들어오고, 그런 동안 회사 일하는 동안 틈틈이 자신의 취미에 대한 열정을 키워온 평범남 브래드와 회사 CEO였다가 자신의 취미에 올인하기로 결단 내린 스투도 이 치열한 경쟁에 끼어듭니다. 코미디가 약하고 캐릭터들에게 할당된 드라마도 평면적이지만, 느긋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존 클리즈가 맡은 동물의 세계 스타일 내레이션과 함께 1등을 향해 달려가는 조류 애호가들의 보는 건 어느 정도 선에서 재미있는 편입니다. 물론, 이들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갖가지 풍경들과 새들 구경하는 맛도 꽤 있지요. (**1/2)

 


 

[액트 오브 밸러: 최정예 특수부대]

[액트 오브 밸러]를 보는 동안 떠올랐던 건 2007년 그 추운 초겨울 논산훈련소에서 4주 훈련을 받는 동안 보곤 했던 홍보 영상들이었습니다. 촌스러웠고 오글거리는 게 한두 번 아니었는데, [액트 오브 밸러]의 각본 안의 이른바 드라마적 요소들은 딱 그 수준 혹은 그 이상이었고 폼 잡는 내레이션이 나올 때마다 제 손발은 오그라들었습니다. 다행히 이 해병대 홍보 영화는 꽤 잘 만든 액션 장면들을 선사하고 거기에 동원된 실제 군인들 덕분에 이 액션 장면들은 생생해서 보는 동안 오글거림은 멈추었지만, 드라마를 시도할 때마다 영화는 휘청거립니다. 적어도 CG 외계인들에게 총 쏴대곤 하는 그 끔찍하게 지루한 [배틀 인베이전]보단 좀 낫긴 합니다. (**)




[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에 관해 처음 들었을 때 생각난 건 설정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배틀 로얄]이 떠오르고 그 다음엔 십대소년들을 희한한 서바이벌 게임에 몰아넣는 스티븐 킹의 [The Long Walk]와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를 소재로 한 킹의 다른 소설 [런닝 맨]이 떠올랐지요. 하여튼 간에 [헝거 게임]은 자신만의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디스토피아 수준으로 섬뜩하게 부풀어진 리얼리티 쇼의 어두운 면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배틀 로얄]만큼이나 날이 서지 않았다는 게 아쉽고 상영 시간이 약간 좀 길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리즈 첫 영화로써는 비교적 성공적입니다. 물론, 주연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공도 크지요. (***)




[Into the Abyss]

베르너 헤어초크가 작년에 [잊혀진 꿈의 동굴]에 이어 내놓은 [Into the Abyss]는 사형 제도를 소재를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교도소에서 곧 다가올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사형수와 그의 공범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사건을 더듬어 가면서 헤어초크는 그 둘뿐만 아니라 사건 수사를 했던 경찰관, 범인들의 지인들과 가족, 피해자 유족들, 그리고 자신의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사형 집행을 담당했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된 한 전직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가 절로 연상되는 본 다큐멘터리에서 헤어초크는 그의 다른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상당히 절제된 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는 카메라 뒤에서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질문들을 던지거나 의견과 생각을 이끌어내는 역할에만 집중하고 그러다보면 사형 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1/2)  




[셰임]

[셰임]의 주인공 브랜든은 섹스 중독자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오르가즘 중독자인 그는 뉴욕의 한 직장인으로써 번듯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의 끝없는 쾌락 추구 속에서 그의 독신자 생활은 영화 첫 장면에서 보다시피 정말 황량하고 공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의 일상은 오로지 그의 중독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고, 그에게 있어서 섹스 혹은 자위는 쾌락의 주입을 위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비인간적 행위 그 이상은 아닙니다. 전작 [헝거]에서 주연배우 마이클 파스벤더와 함께 극단적인 상황을 치 떨리게 묘사해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감독 스티브 맥퀸은 또 다른 살 떨리는 인간 조건으로 우릴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파스벤더도 그에 맞추어 한 치의 누그러뜨림이 없는 대담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들 덕분에 영화의 후반부에서 브랜든이 중독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과정은 정말 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어서 보는 동안 넋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캐리 멀리건도 오빠 못지않게 불행한 브랜든의 여동생 씨씨 역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특히 그녀가 바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절망과 슬픔으로 절절하게 넘칩니다. 결국에 가서 브랜든은 자신에게 정말 문제가 있다는 걸 아주 뼈저리게 느끼지만, 글쎄요, 중독에서 빠져 나오는 게 쉬운 일이랍니까. (***1/2)

 




[밍크코트]

[밍크코트]의 여주인공 현순은 별로 좋아할 구석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와 같이 기독교 안 믿는 사람들 보면 불신지옥 등등을 외쳐댈 게 뻔한 꽉 막힌 기독교 신자이고, 같은 기독교 신자들인 그녀 가족들 대부분과도 관계가 소원한 편이지요. 그래도 그녀는 연로한 그녀의 어머니와는 잘 대화가 통하는 편인데 어머니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그 이후 몇 개월 째 별다른 진전 없는 가운데 그녀의 동생들은 산소 호흡기를 빼려고 합니다. 이에 현순은 무조건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이 때문에 현순의 가족들(그리고 병원 사람들)은 피곤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주인공부터가 불편한 본 영화는 종교와 가족을 안락사란 소재에 접목시켜서 진중하지만 강도가 센 드라마를 자아내고 주연 배우 황정민을 중심으로 다른 배우들도 전반적으로 고른 연기를 선사합니다. 영화 속 사실적 분위기에 비해 후반부에 영화가 너무 극적으로 돌아가지 않나 싶지만(하루 동안 그 많은 일들이 다 일어났다니...), 사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해서 눈을 뜨는 법이지 않잖습니까. (***)

 




[미래는 고양이처럼]

젊은 커플인 소피와 제이슨은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살아왔었습니다. 소피는 마을 센터에서 애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제이슨은 기술 상담원으로 자택 근무를 하는 동안, 그들은 둘만의 알콩달콩한 삶을 즐겨왔지요. 그러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과 관계를 다음 단계로 옮겨서 좀 더 책임감 있는 삶을 살기로 작정하고, 그러니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기로 합니다만, 그 아픈 고양이가 치료를 한 달 더 받아야 하니 이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책임 있는 삶을 살기 전에 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작정하지요. 꽤나 독특한 영화였던 [미 앤 유 앤 에브리원]로 데뷔한 미란다 줄라이가 감독이니 영화는 별 놀랄 것도 없이 말하니 고양이를 시작으로 해서 여러 독특한 순간들을 늘어놓고, 이들에 재미있어 하다보면 현실 앞에서 자신들이 생각보다 철이 덜 들었다는 걸 깨닫는 주인공들에게 정이 갑니다. (***)

 



[Louder Than a Bomb]

그렉 제이콥스와 존 시스켈(진 시스켈의 조카입니다)가 감독한 본 다큐멘터리는 시카고에서 매년 열리는 고등학교 슬램 시 경연 대회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2008년 대회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우린 이들의 다양한 성장 배경들에 대해 알게 되고 이들이 어떻게 슬램 시를 통해 전진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열정적인 공연 장면들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슬램]의 인상적 장면들만큼이나 훌륭한 이들 공연 모습들을 보면, 점수를 어떻게 주는지 몰라도 9점 혹은 10점이란 평가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나오면 고개가 끄덕끄덕 거려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우승자를 정해야 된다는 게 아쉽지요. (***)

 




[아버지만의 영광]

아들이 잘 나가는 걸 보면서 아버지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기 마련이지만, 탈무드 학자 엘리저 쉬콜닉은 아들의 성공에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연구에 평생을 바치다시피 한 그는 그저 어느 유명 학자의 책의 각주에서만 달랑 한 번 언급되었을 따름이고 한 번도 인정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는데, 아버지처럼 같은 학술 분야에 뛰어든 아들은 자신보다 훨씬 더 잘나가는 편이거든요. 그러다가 엘리저는 어느 날 이스라엘 문화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서 중요한 상을 받을 거란 연락을 받고 기뻐하고, 아들 우리엘도 그 소식에 좋아하지만 그는 곧 자신과 아버지가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작년 깐느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고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던 이스라엘 영화 [아버지만의 영광]은 한 특정 인문과학 학술분야를 무대로 해서 여러 웃기는 순간들을 제공하고, 그런 동안 상아탑 속 지식인들의 찌질함을 보다 보면 속으로 킬킬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한데, 저한테는 이게 단순히 웃을 거리는 아닙니다. 제 지도교수님의 연구를 안 좋아해서 교수님 연구실 논문이 오면 무조건 거부하는 모 학술 저널 리뷰어를 알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이야기의 갈등이 완전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영화는 영리한 한 방을 날리면서 슬며시 빠져가는데, 이게 좀 불완전하기는 해도 그 똑똑한 당사자들도 상황 파악을 한 뒤에도 어찌 할 바를 모르니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1/2) 





[주말]

[주말]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파티에서 일찍 자리를 뜬 러셀은 게이 바로 가서 원 나잇 스탠드 상대를 찾고 그러다가 글렌과 엮이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러셀의 집에서 눈을 뜬 둘은 자신들 사이의 감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는 걸 느껴가지만, 유감스럽게도 글렌이 곧 미국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감독 앤드류 헤이그는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담담하고 일상적 분위기 아래서 가까이 지켜보는 동안 감정 선을 섬세하게 잡아가고, 19금 장면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두 주연배우들도 보기 좋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결말의 덤덤함에도 불구하고 화면에 찡한 감정이 들지요.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하나 확실한 건 그들의 주말은 그들이 평생 잊지 못할 그 어떤 것이 될 것이란 겁니다. (***)




[Tiny Furniture]

2010년 미국에서 개봉될 때 화제를 모았고 최근 크라이테리언에서 블루레이 출시 대접도 받기도 했던 리나 던햄의 [Tiny Furniture]는 약 5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고효율 인디 영화입니다. 주인공 오라는 오하이오 주립 대학을 막 졸업하고 뉴욕 맨하탄에 있는 집으로 다시 들어옵니다. 대학 졸업했으니 취직하고 독립해야 하지만 그녀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합니다. 직장은 가지게 되었지만 별로 맘이 안 가는 변변치 않은 일이고, 명망 있는 예술가로 활동하는 어머니의 집에서 처박힌 동안 어머니와 쌀쌀맞은 동생과 삐걱거리고, 별 도움도 안 되는 친구 샬롯과 그리고 마찬가지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두 남자들과 엮이기도 하지요. 방황과 성장이란 소재에 걸맞게 영화는 줄거리보다는 정체되어 뱅뱅 맴도는 상황에 중심을 두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전 간간히 집중을 잃곤 했고 그런 동안 얄팍한 캐릭터들에게 질려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감독 리나 던햄은 능력 있는 감독입니다. Canon EOS 7D HDSLR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저예산 영화란 게 믿어질지 않을 정도로 결과물은 매끈하게 잘 빠져나온 가운데, 던햄은 그 깔끔한 모던 아트 풍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아파트(실제 던햄의 어머니이자 영화에서 보여 지다시피 예술가이기도 한 로리 시몬즈의 집입니다)을 비롯한 여러 촬영 장소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했고,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로부터 연기를 잘 뽑아내었습니다. 비록 그녀의 데뷔작은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들의 그것에 비하면 덜 흥미롭지만, 일단 던햄은 주목해야 될 감독이란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1/2)

 




[헤이와이어]

스티븐 소더버그의 [헤이와이어]은 익숙한 액션 영화 재료들을 갖고 담백한 재미로 요리해 낸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미국 정부와 연계된 어느 회사에 속한 요원인 맬로리 케인은 그의 상사의 지시에 따라 해외 여러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임무를 수행하곤 하는데, 그녀는 최근에 여차저차해서 배신당해서 큰 문제에 빠졌습니다. 도입부에서 막 위험에서 빠져나온 그녀가 어떻게 이 곤경에 빠졌는지를 보여 주는 동안 영화는 좋은 액션 장면들을 제공하는데, 특히 격투 장면들을 배우들이 이리 저리 부딪히면서 나오는 음향들에만 집중한 가운데 차분히 보여주는 건 생각보다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격투기 선수인 칼라 카라노는 소더버그의 전작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의 사샤 그레이처럼 연기력보다는 직업 때문에 캐스팅 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녀는 좋은 액션 영화 여주인공이고 그녀 주위를 맴도는 여러 유명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으면서 영화를 잘 이끌어갑니다. 요란하기만 한 요즘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좀 질리셨다면 이 기름기 없고 깔끔한 액션 영화가 마음에 드실 겁니다. (***)

 




 [더 머펫]

이야기 설정이나 전개에 간간히 툴툴거렸지만, 어린 시절 때부터 알아온 커밋과 미스 피기, 그리고 그 북실북실한 머펫 인형들에 정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가운데, 여기에 올해 오스카 주제가 상을 받은 “Man or Muppet”을 비롯한 여러 노래들이 곁들여지고, 거기에다가 여러 배우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 나오는 걸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


P.S. 크리스 쿠퍼가 랩을 부르는 걸 보게 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시는 분들을 위해서 잡담 좀 더 하겠습니다...



[조지 해리슨]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의 삶에 초점을 맞춘 마틴 스콜세지의 다큐멘터리 [조지 해리슨]은 그의 유년시절부터 비틀즈 멤버 시절, 밴드 해체 이후의 그의 경력, 그리고 말년까지 죽 훑어보는 동안 3시간이 훌쩍 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신나는 밴드 공연보다는 갖가지 자료 화면들과 그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인들의 대갈치기 인터뷰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주 금요일 전주국제영화제 심야 상영에서 보신다면 보는 동안에 간간히 집중을 잃거나 혹은 졸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건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본 다큐멘터리는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은 편이고, 비틀즈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한 저에게 조지 해리슨은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던 흥미로운 사람으로 다가왔습니다. (***)




[퍼티 힐]

별다른 줄거리 없이 볼티모어 근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영화는 얼마 전에 마약과용으로 사망한 코리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을 관조하고 이들과 가끔씩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합니다. 듣기엔 지루할 것 같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흥미롭습니다. 영화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버블]에서 접했던 그 무미건조한 일상적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데, 감독 매튜 포터필드는 다큐멘터리적 접근 방식으로 능란하게 무료한 분위기를 좋은 비전문배우들과 함께 잘 조성했습니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코리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모임에서 그들은 그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들끼리 잠시나마 흥겹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우린 코리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그가 어쩌다가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도 이들만큼이나 상당히 공허하게 살았고 그러다가 저 세상으로 훌쩍 가버렸다는 것이지요. (***) 




[라자르 선생님]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 하나인 [라자르 선생님]은 덤덤한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캐나다 한 초등학교에서 여선생이 자살하고 얼마 안 되어 알제리에서 온 중년 남자 비쉬르 라자르가 자살한 여선생의 학급을 맡을 임시 교사로 채용됩니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19년 동안 알제리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해도 문화 간격도 있다 보니 처음엔 좀 덜컹거립니다만, 곧 그는 학급 교사로서 자리를 굳히고 그런 동안 아직도 그 자살사건의 여파가 학생들에게 남아 있는 걸 보고 그들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익숙한 부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는 캐릭터들을 우리가 기대할 법한 뻔한 이야기 구도로 함부로 밀어붙이지 않고(예를 들어 이런 영화들에서 대개 악역이곤 하는 교장 선생님은 본 영화에선 라자르와 의견이 충돌해도 악역과 거리가 멀지요), 차분하게 여유로운 접근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뛰쳐나오곤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덤덤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이 꽤 찡해집니다. 주연 배우인 몬하메드 펠라그와 그의 학생들을 맡은 아역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훌륭하지요. (***1/2)

 

P.S.

곧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본 영화를 보는 동안 [더 클래스]가 절로 연상되었습니다. 이 둘을 비교해 보면 캐나다 영화와 프랑스 영화가 분위기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시끌벅적했던 후자와 달리 감정적으로 격렬한 순간에도 전자는 여전히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지요.

 



[테리]

고등학생 테리 톰슨은 미국 고교생 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입의 외톨이입니다. 과체중에다가 그냥 편하다는 이유로 잠옷차림으로 등교하고 지각은 밥 먹듯이 하니 급우들 놀림감이 되기 일쑤이지요. 주위 학우들이나 교사들이 뭐라고 하든 무표정한 표정만 짓는 이 내성적인 십대 소년에게 교장선생 피츠제럴드가 관심을 기울이고, 피츠제럴드와 매주 상담하는 동안 테리는 그처럼 피츠제럴드가 관심을 기울이는 왕따 타입 학생들인 채드와 헤더와 친해집니다. 이 정도로 요약하면 전형적 성장 영화처럼 들리겠지만, 감독 아자젤 제이콥스는 틀에 벗어난 방식으로 테리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느긋하게 풀어갑니다. 친구들과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이 있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게 아니고, 하마터면 문제 생길 법한 순간을 잘 넘어갔지만 여전히 그에겐 그가 돌보는 치매 걸린 삼촌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든 첫 걸음을 통한 작은 전진이 있습니다. 막 배우 경력을 시작한 제이콥 와이소키는 영화를 성실하게 짊어져 가는 가운데, C. 라일리는 겉으로 보기엔 웃기지만 문제 학생들을 도와주려고 정말 진지하게 노력하는 선생으로써 인상적입니다. (***)

 

P.S. 그나저나 [더 오피스] 팬 분들은 출연 배우들 중 한 명이 본 영화에 꽤나 진지하게 나오는 모습에 놀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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