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옷! 너무 좋아요!

2013.01.06 18:21

슈삐유삐 조회 수:2554

드디어 등업이 되었습니다! 하! 별겻 아니지만 (아닌가요?) 그래도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여기서 이것 저것 여러분들의 다양한 글들을 읽으면 마치 한국에 돌아온 것 마냥 흐뭇햇어요.
근데 막상 등업되서 글을 올릴수 있다지만 무슨 글을 올려야지? 그래서 올라온 글들을 쭉 읽다가 댓글부터 달아볼까…? 그래도 첫인사도 없이 댓글부터 달려니 좀 머쓱해지더라구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올라온 글들 중에 "솔로 싱글 외롭다"는 글들을 조금 주의깊게 읽었어요…

오늘 저녁에 뜬금없이 같이 음악하는 친구가 술을 사서 저희 집에 쳐들어왔어요. 주말에 일하는 녀석이라… 토욜은 연락도 없는 친군데…
굉장히 매력있고 재능이 넘치는 친구인데 음악에 전념하며 산지가 거진 15년, 싱글인지 아마 8년 째… 72년생이니까 한국 나이로 40이 벌써 넘었죠.

저는 결혼한지 오래되서 혼자 지내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부족하지만, 이 친구는 쭈욱 혼자서… 잘 지내는게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에 쭈삣 쭈삣 들어오더니, 보드카를 벌쭉 벌쭉 마시다가 취중진담조로 말을 꺼내더라고요. 더 이상은 못참겠다, 뭔가 어떻게라도 해봐야지, 아, 나 저질러야하는데… 도대체 왜 안돼지…? 도대체 여자, 여자가 뭐냐...? 이 상황으로 가다가는 정말 창녀라도 불러야겠다며…
신랑이랑 농담반 진담반 응원도 하다가 (넌 너무 멋진 놈이야! 니가 얼마나 섹시한데! 등등) 흠, 어떻게 하면 니가 여자를 만들수있을까 대책회의 비스름하게 의논도 해보았지만… 인터넷 미팅은 죽었다 깨나도 못하겠다고 하고 (친구 왈 ; 도대체 왜 사진을 올려야 되지? 내가 머 상품이냐?)…아니 그럼 돈주고 사는 여자는 더 쉽냐? 고 제가 물론 한마디하고…
실컷 혼자서 보드카 반병을 넘게 마시며 혼자 떠벌이더니 적당히 곤드레 만드레 취해서, 돌아가는 뒷모습이 정말 쨘하쟎아요.

가난한 무명의 예술인인 친구, 혼자 15년 넘게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자기 음악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정말 순수 + 열정 + 집념의 싸나이를 왜 어떤 여자도 눈길 한 번 안주는지 정말 안타까와요. 저야 같이 음악하고 사랑하는 친구니까 이런 시각으로 보는게 당연하겠지만 (정말 멋지다 차원을 넘어 RESPECT 차원…), 그냥 겉으로보면 아니, 사회적인 잣대로 궂이 따지자면...정말 루져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흑.

단칸방에 살기때문에 40이 넘어서 침대하나 책상하나 간신히 들어간 원룸에 여자데려오기 힘들거라는 것도 사실일수도 있고, 음악한다지만 알려진 곡 아직 아무것도 없고 (언젠간 오리라 믿고 있지만, 어쨌거니 지금 우리는 무명 밴드)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깐 별세개 동네 호텔 리셉션에서 (하필이면) 주말에 일해요. 그 돈으로 월세내고 방에 냉장고도 없어서 대부분 사먹고 하면 모르긴 몰라도 금방 얼마 안되는 월급 쑥 빠지겠죠… 그리고 술마시는 것 엄청 좋아하고 담배도 하루에 두갑씩 피니까 (여기 담배 한갑에 6유로 50이나 합니다). 거기다 플러스, 좁은 방에 비비적거리며 허구한날 졍크푸드만 먹더니 3-4년전에 서서히 한 20킬로 확 붙으라구요. 그래도 키는 거진 186 정도인데 그래서 그전엔 말라깽이라 운치있었거든요. 문제는 졍크푸드 + 술 = 20킬로! 이제는 너무 늦은것 같아요, 그것 하루아침에 빼기는… 그리햐여 몇 년전부터 좀 아저씨 스타일이 되어버렸어요.

멋낼줄도 모르고 , 제가 스타일 코치하면 그게 또 왜 자존심싸움이 되는지, 자기 스타일 바꾸기 싫고, 여자 만들려고 외모에 신경쓰는 것, 관심없다고. 여하튼 여자인 제가 충고하면 오히려 더 자존심상해하니까 신랑이 코치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어요. 신랑의 코치로 조금씩 노력하더니 요즘은 좀 스타일이 좋아지긴했어요. 오늘도 신랑이 열심히 그 친구 새로 산 구두 칭찬을 해주니 뿌듯해 하더라구요.
또 엄청 쑥맥이기도 하구요… 잘 알게되면 정말 별별 얘기, 다 할수있는 오픈된 친구인데, 그게 모르는 사람, 특히 여자하고는 대화까지 연결이 안되더라구요. 제가 가끔 여자친구들의 여친이라도 어쩌다가 모임에 데리고 오면 (흠, 저는 빠리에 여친이 두 세명밖에 없어요, 그나마 다 임자있고… 사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랑스 여자들, 대부분 엄청 피곤해요… 별로 정이 없고 콧대 엄청 높죠. 프랑스 남자들 참 불쌍하다고 생각한적 한 두번이 아닙니다…) 뜬금없는 소리/싸이코식 썰렁 멘트로 그 드문 여자마저 화를 내게하는 등 사실 여자 관계에 정말 제로라고 할수 밖에 없는… 이렇게 얘기하면 저마저 좌절감이… ㅠㅠ

문제는 나이가 좀 차면 누구건 조건을 본다는게 서글픈 사실인것이 분명해요. 순수하던 친구들도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이 익숙해지고, 더더욱 나이가 들면서 이 "사랑"을 못만나면, 그 사랑을 만나게 될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어느 순간 "조건"을 보며 적당히 "골라서" 결혼하더군요. 아니면 "사랑"하던 사람이 있다가도 부모님이 막 압력을 넣으면 헤어진다거나… 또 그런 주변머리도 없으면 이 친구처럼 마냥 쏠로…
"조건"을 보며 "선택"한다는 커플상을 절대 이해할수가 없어요. 직장이 좋고 돈이 많고 집안이 어쩌고 등등...
아니면  "응, 나는 이상형이 있어… 키는 머 이정도고 눈은 이렇게 생겼고…" 등등등. 


말하자면 저희 신랑도 정말 외모로는 절대 제 이상형이 아니였지요. 집에서 엄청 반대하는 신랑을 학생때, 그것도 졸업하고 한국 들어가야하는 판에 만나서 - 사랑하기때문에 (사실 사랑이 뭔지도 모를때였죠…)- 난장이 똥자루 키에 미래도 불분명한 프랑스 놈한테는 절대 안돼! 하는 저희집 반대에 피눈물을 흘리며 8년 동안 저항했습니다.
8년, 말이 쉽지, 얼마나 집식구 보고싶고 한국 들어가고 싶었는지 몰라요. 흑. (불효자는 웁니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4년전에 극적인 화해무드로 반전이 되었습니다.
반대하던 결혼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저항하며 살았던 경험때문인지, 순수하게 사랑하면 정말 무엇이든 할 수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또 제가 그렇게 믿고 살기 때문에인지 저희 신랑의 절친인 이 녀석을 보면, 정말 이 친구도, 아니 이 친구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순수한 사랑을 하게되기를 바라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물론 이런 사랑은 꼭 로맨스 영화같이 진행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저희 케이스를 보면…
운명이라고 느껴지는 사랑은 말 나온것처럼 "느낌"으로 시작되는것 같고 이런 느낌을 잘 느낄려면 좀 모자란다고 생각될 만큼 정말 철없이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바보처럼 한 우물 쭈욱 파는거죠, 똥이되던 밥이되는지는 다 끝날 때 되야 아는 거겠죠. 이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저희 커플이 끝까지 가리라는 그런 집착은 또 전혀 없어요. 어쨌거나 현실에 충실한 마음? 이게 운명적인 사랑인지 아닌지는 다시 말하다시피 끝까지 가봐야 알것 같고… (저희는 바보 커플) 어쨌거나 갖은 고비와 압박과 저항의 시기를 거치고 나니 "동지애"같은 마음으로 믿음이 깊어지는 것은 확실해요. 진실한 친구같은 느낌과 매우 비슷한 것 같아요.

친구의 씁쓸한 절규앞에, 신랑은 "아, 안돼, 우리는 밴드로 성공할수 밖에 없어, 녀석을 위해서라도!" 하며 마무리를 지었지만…
물론 저희 밴드가 잘나가서 이 친구가 임자를 찾을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런 여자, 믿을수 없어! 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언젠가 이 친구의 진가를 알아주는 현명한 여자가 나타날 거라고 믿지만, 현재의 상태로 보면 방법은 오로지 "성공"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같네요.
같이 밴드하고 있지만, 음악으로 돈버는 것도 요즘 시세로는 참 어렵다고 봐야죠. 또 사실 "성공"의 정의도 살다보니 변하더군요.
아, 이 "성공"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하자면 다시 말이 다시 지지부진 길어질것 같네요…
(도대체 "성공"이 무슨 의미로 만들어진 말일까요? 성공과 사랑이 정말 밀접한 관련이 있나요? 흠.)

오늘은 녀석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웬지 저리네요.
올해는 이 친구에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 어디있나요, 이 친구의 임자?)
더불어 모든 싱글 쏠로님들, 올해 느낌이 "조금이라도" 찌릿!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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