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6 20:40
어쩌다 보니 런던에서 뮤지컬을 5년 간격으로 (10주년과 15년 차에!!!) 두 번이나 보고 비교적 최근에 25주년 기념 공연도 tv에서 본 터라 망설이다 이제 봤어요.보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창작물로서 훌륭하네요. 가사를 생각보다 많이 기억하고 있어서 저도 놀랐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클로우즈 업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노래 위주다 보니 영화의 장점인 화면과 액션을 포기하고 가까이서 감정을 잡아내는 게 나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내면의 고뇌를 독백 형식으로 하면 보통 영화에선 이상했을텐데 노래로 확 당긴 클로즈업 화면 속에서 잡아내니까 꽤 잘 살았죠. 역시 원작의 힘은 강력하네요.
똑같이 비참한 사람들의 몸부림을 다룬 19세기 이야기라도 영국과 프랑스는 참 다릅니다. 프랑스는 피가 부글부글 쓿고 선동적이고 낭만적이고, 영국은...정치나 종교 때문에 길거리에 총 들고 쏘는 건 크롬웰 이후로 때려 치워서 그런지 갑갑하죠. 개인적 권선징악 내지 작은 제도 개혁으로....이미 1789년 혁명 때 프랑스에서는 벌써 보통 (남자만) 선거권 얘기 나오고 있는데 같은 시절 영국에선 그게 무슨 사람 잡을 과격한 주장? 민주주의 진도는 비슷하게 나갔을지 모르나 프랑스는 공화국이고 영국은 입헌군주제죠. 차이가 크긴 커요. 프랑스가 공화국이란 것에 자부심을 가질만 하죠. 우리도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르고 얻은 민주 공화국에 그만큼 자부심 가져도 좋으련만. 흑.
배우들 다 좋았고, 다들 음치에 가깝다던 러셀 크로우도 웬만하더군요. 제 취향이 뮤지컬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성량 풍부 쩌렁쩌렁 뮤지컬 가수들이 아닌 배우들이 현장감과 연기가 어우러진 노래를 해서 더 좋았나봐요. 의외로 원작에 꽤 충실한 부분도 있어서 놀랐고요. 가브로슈가 사는 부서진 흰 코끼리 상이나, 칙칙한 파리 빈민가나...주연이 둘 다 호주 사람들이다 보니 호주 발음과 억양이 노래에서 섞여 나와요. 콤 발장 마리엘 주교님과 에포닌을 보니까 아는 사람(?) 만난 반가움이..근데 그 분도 본인의 독특한 억양이 가감없이 나오고, 가브로슈는 런던 코크니, 러블리 레이디즈...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영국 북부 사투리가 섞여 들리더라고요. 프랑스 이야기인데 각종 다양한 영어 억양이 들리니까 재미있더군요.
앤 해서웨이의 팡틴은 제가 본 역대 영화 속 팡틴 중에 제일 애처롭게 예쁜 것 같았습니다. 지금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 영화 버전에서 팡틴이 진짜로 앞니도 두 개 다 뽑은 상태로 불쌍하게 죽는 장면을 봐서 그런지 이번 영화에서 어금니만 뺐다고 하며 클로즈 업을 보여 주어도 팡틴 치고는 예쁘게 비루하고 수척하던데요. 노래도 생각보다 잘 하고요.
근데 여러분은 자막 괜찮으시던가요? 저는 중간에 자막을 눈여겨 보지 않아 다는 못봤지만 은근한 유머 같은 건 다 날려버린 것 같고 특히 맨 마지막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노래 가사는 의역이 좀 지나친 느낌이었어요. 감정이 최고조인 장면에서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를 사랑의 전사가 되자? 이런 식으로 번역한 것 같든데 이게 무슨 손발 오그라드는 번역? 깼습니다.
암튼 이 모든 것의 뒤에 있는 큰 손, 카메론 매킨토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아웃한 게이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뮤지컬과 게이 제작자는 참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죠? 본인이 좋아서 미친 일이 이렇게 성공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작년 말 신문에 영국 음악계의 큰 손들, 부자 순위가 신문에 난 적이 있는데 3위였던 것 같아요. 1조가 넘는 재산인데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2위, 사이먼 카웰은 6위더군요.
http://www.thisismoney.co.uk/money/article-1722112/The-50-richest-people-music.html
2013.01.0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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