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새로 녹음한 더빙판은 반반입니다. 저는 kbs더빙판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대체로 무난했던 이번 뉴버전 더빙판은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더빙 자체는 크게 문제될건 없었지만 그러기엔 kbs더빙판이 너무 유명하고 재방송도 여러번 했으니까요.

단어가 요즘 시대에 맞게 순화되거나 좀 더 쉽게 풀어낸건 괜찮았습니다.

1984년 방영본은 이미 30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보기엔 옛스럽고 문어체 대사가 많은데다 아이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힘든 단어도

많죠. 이번 더빙판은 단어가 좀 더 쉬워졌습니다.

 

해설의 개입은 kbs더빙판과 많이 다릅니다.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도 더빙판으로 보면 아이들 관객을 위해 해설이 개입되는 경우도 많은데

하물며 t.v용 애니메이션의 자의적 해석과 덧붙임은 비일비재하겠죠. kbs판은 중간중간 나레이션의 개입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극장판의 더빙은 나레이션이 두어번 밖에 안 나옵니다. t.v방영본의 일본판도 나레이션이 많았는지 원어버전을 제대로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이번 더빙판은 원판에 충실한 더빙판인듯 싶어요. 더빙판익니 해도 노래까지 한국말로 더빙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추측컨데 원래 빨간머리 앤의 해설 비중이 낮았는데 국내에서 방영되면서 해설을 잔뜩 붙인걸수도 있고

아니면 원래 빨간머리 앤은 해설이 많았는데 극장판으로 편집하면서 해설 부분을 제거했을 수 있고 이걸 이번에 국내로 들어오면서 원판에 맞는 방식으로

해설의 지나친 개입 없이 더빙만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kbs더빙판에 적응이 돼버려서 마땅히 나와야 할 시점에 해설이 없으니 밍밍하더군요.

그리고 빨간머리 앤이 아무리 캐나다 원작의 만화라고는 하지만 일본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보니 캐릭터 성격이나 행동들이

일본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있어요. 원작에 충실한 각색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인물들이 예의를 차리는 방식이나 행동 등이 자연스럽게 일본 정서가

스며있죠. 이게 kbs더빙판에선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것은 국내 시청자 맞춤용으로 재해석 하여 더빙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판을 본 관객이라면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일본판 더빙은 훨씬 정적이고 조용조용, 나긋나긋해요. 인물들의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는 편이죠.

그러나 kbs더빙판은 활기차있고 시끄럽고 굉장히 한국식으로 따따따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대사의 리듬감은 그냥 국내 연속극 보는 느낌으로 활기차게 살아있죠.

 

그런데 그런 모습만 보다가 새로 더빙한 이번 극장판을 보니 원어 버전의 느낌에 맞도록 더빙을 했음에도 재해석한 kbs판이 적응돼 있어서

대사의 리듬감이 전만큼 느껴지질 않습니다. 이것은 완역본보다 더 재밌게 번역된 중역본 문학을 읽는 느낌이에요.

 

특히 마릴라는 말투가 완전히 바뀌어서 이전의 퉁명스럽고 매서운 느낌이 없어졌죠.

당연히 독설도 사라졌습니다. 마릴라가 너무 얌전하고 관대하고 친절해졌어요. 앤은 캐릭터에 크게 위배되는건 아니지만 역시 한계가 있네요. 

한국판 오프닝 송의 가사처럼 '상냥하고 귀여운'의 느낌이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어차피 성우가 전부 바뀐 마당이니 아이 대동하고 가지 않는다면 그냥 원어 버전으로 보는게 나을것같습니다.

 

복원된 화질은 만족스럽습니다. 색감이 다 살아나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화사함이 더 많이 살아났고요.

화면비도 극장용 스크린에 맞추기 위해 자른것 같지는 않아요. 스탠다드 비율은 아니고 그렇다고 와이드스크린은 아니지만

자른것같진 않아요. t.v에 방영되면서 잘렸던 화면들이 극장에 개봉되면서 복원된 느낌이랄까.

 

배경 노래는 전부 원어로 나오는데 국내판에선 중간에 노래가 나온적이 없죠. 일본 문화 수입 금지 시절에 들여온 만화라서 노래는 다 제거 됐는데

그 자리에 노래가 들어갔다고 보면 됩니다. 노래도 상당히 정적이고 조용해요. 노랫말이 예쁘더군요.

큰 화면으로 보니 앤의 감정상태가 더 와닿아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근데 기존의 20분씩 나누어서 방영하던것을 한번에 100분으로 몰아 보다 보니 좀 지루한 감은 있었어요. 유아들은 지루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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