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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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의 홍보 문구 중에 '이펙티브'라는 단어가 유독 강렬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ㅋㅋ)



 - 크리스마스 이브인 듯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앤디라는 이름의 중장년 아저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출근 중이에요. 뭔가 가족과 관련해서 곤란한 상황인 듯 하구요. 이 분의 직장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데... 마침 위생 감독을 나온 사람이 이것저것 지적질을하더니 앤디에게 '너흰 5점 만점에 3점이야. 개선 열심히 하면 3개월 후엔 바꿔줄게?' 하고 떠나가구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앤디는 직원들을 살벌하게 달달 볶지만... 사실은 본인 잘못이 제일 큽니다. 그 와중에 홀 직원 하나는 영화 배우 오디션 본다고 40분 지각하고, 설거지와 청소 담당 직원 하나는 이유도 없이 두 시간이 다 되도록 안 나타나고, 주문과 관리 실수로 메인 요리용 재료가 심각하게 부족한 데다가 앤디와 별로 좋지 않은 관계의 스타 쉐프가 갑자기 나타나고, 이 레스토랑의 실소유주인 금수저님은 일도 잘 모르면서 계속 요리사들만 들들 볶고, 그 와중에 가족 문제로 계속 전화는 오고, 평소에 앤디에게 불만 많던 쉐프 하나는 계속 버럭버럭하며 앤디의 신경을 긁고, 오버 부킹 때문에 손님은 과도하게 들이 닥치고, 그 와중엔 당연히 진상 손님들도 많고, 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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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쉐프하는 분들을 알지도 못하지만 앞으로도 멀리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해보는 2024년 정초입니다? ㅋㅋ)



 - 딱히 줄거리랄 게 없는 영화입니다. 그냥 크리스마스 이브의 겁나게 바쁜 레스토랑의 한 시간 반을 원컷 연출로 보여주는 거죠. 대부분의 캐릭터들에게 약간의 서사와 설정이 있고 특히 주인공 앤디에겐 이것저것 뭐가 많긴 합니다만. 그건 마지막에 앤디에게 영화 제목과 같은 상태를 유발하여 95분 후에 영화를 끝내기 위한 도구들일 뿐 그 드라마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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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캐릭터가 있고 사연이 있으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잘 드러내도록 잘 빚어진 캐릭터들입니다만. 결국 역할은 하나. 앤디의 멘붕입니다.)



 - 그러니까 당연히 이 모든 걸 헬드 핸드 카메라를 들고 원컷으로 담아낸 영화... 라는 컨셉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컨셉 구현도가 아주 좋아요. 

 실시간으로 이 난장판 지옥 같은 식당 풍경을 보여주면서 아주 역동적이고 리얼한 느낌으로 주인공과 각 캐릭터들이 멘탈 나가는 과정을 잘 담아내구요. 또 그 와중에 나름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갈아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루해지거나 지쳐 버릴 위기를 잘 빠져 나갑니다. 다 보고 나니 내가 이걸 왜 봐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보는 동안은 아주 정신이 쏙 빠져 나가더라... 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ㅋ


 근데 식당에 손님도 아주 많고 또 캐릭터들이 워낙 그 좁은 곳을 사방팔방으로 누비고 돌아다녀서 동선 짜고 이야기 정리하기 힘들었을 텐데요. 중간중간 캐릭터 하나가 좀 멀리 가서 혼자 있다 오는 장면을 넣는 식의 트릭으로 문제를 해결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참 고생해서 짠 각본에 고생해서 찍은 영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편집 트릭 없이 진짜 원컷으로 찍었나 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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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촬영 끝내고 나면 이런 기념샷 한 장은 반드시 찍고 싶었겠죠. ㅋㅋㅋ)



 - 다만 이 원컷 묘기 덕에 생기는 엄청난 현장감과 몰입감... 을 제쳐 놓고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얘긴데?'라고 생각해보면 그게? ㅋㅋㅋ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급 식당 쉐프가 멘탈 나가는 이야기'인데 거기에 뭐 별다른 메시지 같은 게 담겨 있어 보이지는 않구요. 딱히 이런 직업이나 직종에 대해 무슨 발언을 하려는 이야기도 아닌 걸로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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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처럼 등장하는 스타 쉐프와 독설 평론가... 님이시지만 역시나 딱히 업계 풍자 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구요.)



 - 그 와중에 그래도 주인공의 캐릭터와 그걸 다루는 방식은 좀 재미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 앤디씨는 절대 결백한 사람이 아니에요. 요 한 시간 반 동안 앤디가 당하는 수난에는 대부분 그럴 법한 이유가 있고, 그 중 대부분은 앤디 본인의 책임입니다. 도의적 책임도 있고 직업인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책임도 있으며... 그냥 애초에 본인이 잘못한 일인 경우가 가장 많아요. 그리고 영화는 그런 걸 하나씩 하나씩 까발리며 앤디를 몰아갑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다 보면 점점 연민의 감정이 생겨요. 이래도 싼 놈이긴 한데, 그래도 아주 나쁜 놈은 아니고. 그래서 이런 꼴을 당하는 걸 보니 딱하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작은 디테일들을 각본에 촘촘하게 깔아 놓거든요. 덕택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펼쳐지는 순간에 '그럴만도 하지'라는 생각과 '그래도 좀 딱하군' 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고요. 그래서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본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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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만도 하지만 그래도 좀 딱하군 No.2인 금수저 오너님이십니다. 음. 근데 생각해보면 딱할 것도 없네요 이 분은. 그냥 잘 사시겠죠.)



 - 주인공은 당연하고 나머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습니다만. 역시 각본상으로 캐릭터들을 확실하게 잘 잡아준 덕이 크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90분동안 원컷으로 펼쳐지는 이 정신 사나운 이야기 속에서도 캐릭터들이 헷갈리지 않게 다 잘 구분이 되고 각자가 갖고 있는 짤막한 이야기들도 잘 기억이 되거든요. 제목에 적어 놓은 '베어'와 비교해서 불리한 점이 많은 조건인데 (많은 캐릭터, 짧은 런닝타임에 한 편으로 끝나는 영화라는 형식 등) 그런 걸 감안하면 정말 각본을 잘 썼구나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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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수쉐프님도 참 별 거 없이 매력적이고 보기 안쓰럽고 그래요. 개별 분량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정말 '효율적인' 각본이었나 봅니다.)



 - 뭐 대충 정리하자면... 결론은 역시나 요식업은 힘들다? 이려나요. ㅋㅋㅋㅋ

 '베어'의 그 정신 사납고 기 빨리는 주방 풍경 구경에서 재미를 느낀 분들이라면 아마 거의 이것도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봉 시기를 보면 이 영화가 먼저인데요. 혹시 그 시리즈 만든 분들이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다만 '베어' 처럼 분명한 드라마와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래서 엔딩에선 좀 탈력감(?)을 느끼게 되실 수도 있다는 거.

 뭐 그래도 크레딧까지 다 해서 95분이니까요. ㅋㅋ 혹시 그 드라마를 다 챙겨보기 부담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 한 편으로 대체하셔도 대략...?

 그래서 저는 재밌게 잘 봤다는 얘깁니다. 하하.




 + '더 메뉴'를 보고 적었던 뻘글에 댓글로 추천이 달렸던 걸 기억하고 본 영화입니다만. 그게 작년 2월이었으니 거의 1년만에 봤네요. 제가 늘 이렇습니다 여러분! ㅋㅋㅋ



 ++ 쿠키라고 하기 뭐한... 건 아니고 쿠키 맞네요. 크레딧을 끝까지 다 보면 사진 한 장을 보여주고 영화가 끝납니다. 별 거 아니지만 괜찮았어요.



 +++ 같은 제작팀과 배우들이 2019년에 내놓은 같은 제목의 22분짜리 단편을 갖고 확장시킨 경우라고 하네요. 그리고 이 영화의 반응이 좋았는지 바로 다음 해에 BBC에서 네 편짜리 드라마도 나왔대요. 이야기상으로는 속편 같은 거라네요. 모자란 앤디 때문에 개고생한 수쉐프 칼리가 나중에 본인 레스토랑을 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직원들을 거의 물려 받아서 캐스팅도 거의 같다고. ㅋㅋ 평가는 이것도 아주 좋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만. 사실 적을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결말 부분만 대애충...


 이 영화에서 줄거리라고 할만한 부분은 결국 다 앤디의 개인사 부분인데요. 알고 보니 앤디가 이 레스토랑을 차린 자금은 옛날엔 파트너였다가 사이 안 좋아져서 갈라진 스타 쉐프 친구에게 빌린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짜잔~ 하고 나타나서 앤디를 압박하고 있는 게 그 양반이구요. 근데 알고 보니 이 스타 쉐프도 겉보기만 화려하지 사정이 완전 절박했던 거에요. 그래서 앤디에게 '당장 돈을 갚거나 아니면 이 레스토랑을 나와 공동 운영으로 바꿔라'고 요구하는데요. 그때 마침 손님 중 하나가 주방의 실수로 나간 견과류 소스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가는 소동이 벌어지고. 그 스타 쉐프님은 '이걸 너희 수쉐프 잘못으로 덮어 씌우고 쫓아낸 후에 나와 동업하면 된다. 이건 명령이야!' 라고 협박을 합니다만. 아주 잠시 고민을 한 후에 직원들을 불러 모으고 책임 소재를 찾던 앤디는... 그게 결국 대놓고 본인 잘못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소스가 떨어졌는데 어떡하냐는 직원에게 '다른 거 아무 거나 써'라고 지시했는데 하필 그 다른 소스에 견과류 성분이 있었습니다) 차마 남탓을 하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 해요.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로 간다면 결국 앤디는 돈을 갚지 못해 망할 뿐더러 그 손님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하니 인생 망하게 되는 것이고. 멘탈이 나갈 대로 나간 앤디는 영화 내내 물병에 채워 홀짝홀짝 마시던 술을 파워 드링킹하며 아무도 없는 자기 쉬는 방에 들어가서 이번엔 약까지 흡입하고는 가족에게 참으로 궁상맞고 애틋한 통화를 합니다. 그러고 매장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다가... 그냥 바닥에 쓰러져 버려요. 손님들과 직원들이 놀라서 달려오는 소리들과 함께 영화는 그대로 끝납니다.


 아. 덧붙여서 쿠키는 이겁니다. 영화 초반에 그 날 영업 시작하면서 우리 금수저 오너님께서 직원들과 단체 셀피를 한 장 찍거든요. 그 셀피의 결과물을 보여줘요. 그냥 그게 전부지만 그 사진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보니 뭔가 느낌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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