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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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이미지가 그냥 연출해서 만든 사기 사진이군요. 저런 장면 안 나옵니다. ㅋㅋ)



 - 좀 옛날입니다. 대략 1950년대쯤 되는 듯 하구요.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형제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식당이 주 무대에요. 빼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형이 요리를 맡고 동생은 형을 도우면서 주로 운영을 맡고 있는데... 문제는 장사가 더럽게 안 된다는 겁니다. 2년을 어떻게든 버텨 봤지만 은행에서 '이달 말까지 돈 못 갚으면 그 식당 우리 거다?'라고 선언하구요. 멸망을 앞둔 상황에서 손을 벌리러 찾아간 성공한 부자 삼촌은 "돈은 못 빌려주지만 대신 대세 인기 가수를 섭외해 줄 테니 갸를 데리고 파티를 열어라. 그게 잘 되면 기사 타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오지 않겠니?"라는 제안을 하네요. 뭐 선택의 여지가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가게와 두 형제의 명운을 건 '빅나이트'가 펼쳐지게 되는... 뭐 그런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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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형제의 모습. 두 배우와 표정들 때문에 사진만 봐도 슬쩍 웃음이 나오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의외로 안 웃기는 영화라는 게 반전입니다?)



 -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ㅋㅋ 검색을 해보니 1997년에 국내 개봉도 했던 모양이네요.

 근데 제작진이 좀 재밌습니다. 일단 감독이 캠벨 스코트 & 스탠리 투치 공동 연출인데, 스탠리 투치야 그렇다 쳐도 캠벨 스코트가 감독도 했는 줄은 몰랐네요. 찾아보니 이게 연출은 데뷔작인데, 스탠리 투치와의 역할 배분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 작품만 보면 연출력도 상당히 좋은데요. 덧붙여서 스탠리 투치는 형제 중 동생이자 사실상의 주인공 역할이고 캠벨 스코트도 작은 역할로 나옵니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형 역할은 토니 살룹. 형제를 돕는 주방 보조는 마크 앤서니. 스탠리 투치의 여자 친구는 미니 드라이버에 형제를 돕는 삼촌 역할은 이안 홈경이시구요. 이 분의 팜므 파탈스런 애인으로는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나옵니다. 거기에다가 별로 안 중요한 역으로 리에브 슈라이버도 나오고... 제가 보고 있는 '더 베어'의 삼촌으로 나온 올리버 플랫이 제작에 참여했군요. 이 정도면 많이 쟁쟁한 출연진 아닙니까. ㅋㅋ 보다가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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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게티엔 치즈 가루 계속 뿌려달라 그러고, '리조또'가 뭔지 몰라서 뭔 음식이 이러냐며 화내고, 왜 미트볼이 없는지 이해 못하는 미쿡인들 때문에 열받는 이탈리안들... 모습을 보니 요즘에도 관련 밈들 유행하는 게 생각나서 웃겼습니다. ㅋㅋ)



 - 역시나 '주방은 전쟁터'이긴 한데 제가 앞서 본 영화들 같은 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구요. 대체로 엉망진창 난리통 소동극... 의 형태를 갖춘 드라마입니다. 믿을 게 서로 밖에 없는, 각자 나름 결함 투성이인 형제가, 그것도 미국 물정 모르는 이탈리아 이민 형제가 어떻게든 살아 보려 몸부림을 치면서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다가 종국엔 뭐 어찌저찌 되는 (스포일러니까요 ㅋㅋ) 이야기구요. 좀 이해하기 쉽게 거친 비유를 들자면, 옛날 옛적에 자주 나왔던 '순진한 시골 청년들이 서울 와서 눈 뜨고 코 베이며 고생하는 이야기' 비슷한 분위기를 상상하시면 대충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 난리법석 유쾌한 코미디... 같은 걸 기대하시면 좀 실망하실 거에요. 별로 안 웃깁니다. 게다가 의외로 좀 무겁고 컴컴한 이야기거든요. 클라이막스에서 벌어지는 반전(?)과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 같은 걸 보면 서늘한 기분까지 들 정도라서... 뭐 애초에 이런 영화라는 걸 알고 보면 괜찮을 텐데, 가볍게 즐길 즐거운 영화를 기대하고 봤다가는 '대체 이 영화 정체성이 뭔데?'하고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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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식 이탈리안 음식으로 대박난 사업가 vs 전통 이탈리안을 고집하는 요리사... 는 됐고 이안 홈 할아버지 반가웠구요.)



 - 하지만 그냥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좋은 배우들이 잘 빚어 놓은 캐릭터들을 맡아서 출연 분량에 관계 없이 훌륭한 연기들을 보여주고요. '운명의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와중에 이런저런 사건과 소동을 엮어 넣어 재미나게, 그리고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 가는 각본도 좋구요. 클라이막스 즈음의 파티 장면도 아주 좋아요. 진짜로 이탈리아 음식들을 좌라락 보여주며 (코스별로 화면 암전 시키고 자막으로 요리 이름까지 넣어줍니다 ㅋㅋ) 음식 영화 구실도 제대로 하고, 또 흥겨운 파티 분위기 속에 각자 사연들이 있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며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연출도 센스 있었구요. 마무리도 깔끔하게 여운까지 남기면서 잘 지어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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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베어'나 '보일링 포인트' 정도의 난장판을 기대하심 안 됩니다만. 그 영화들엔 없는 '정성 어린 요리를 즐기며 보내는 행복한 시간' 장면이 길게 들어갑니다.)



 - 그래서 뭐랄까...

 재치 있으면서 전반적인 완성도도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 잘 뽑은 소품입니다.

 우루루 몰려 나오는 유명한 배우들 젊은 시절 연기 구경하는 재미도 좋구요. 이야기 자체도 평범한 듯 하면서도 보다 보면 몰입되게 잘 짜여져 있어요.

 특별히 호불호 갈릴 것 없이 대부분 재밌게 보실만한 작품입니다만. 저 같은 취향의 인간에겐 딱히 강렬함 임팩트를 남기는 것 없는 '잘 뽑은 드라마'라는 게 좀... ㅋㅋ

 어쨌든 재밌게 잘 봤습니다. 요 뻘글에 적힌 설명들이 괜찮아 보인다... 는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아마 크게 실망은 안 하실 듯 싶네요.




 +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토니 살룹의 혈통이 대체 뭔가 궁금해져서 (극중에서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꽤 나옵니다) 검색해보니... 음. 일단 본인은 그냥 미국인이고 아버지가 레바논에서 이민 온 사람이었네요. 그럼 결국 유태인도 아니고 이탈리안도 아니고... 제가 오랜 세월 혼자 착각하고 살았던 걸로. ㅋㅋㅋ 



 ++ 이 영화를 보다 보니 미니 드라이버의 전성기 생각이 나서 좀 웃겼습니다. 대략 90년대 후반 쯤에 갑작스런 전성기를 맞아 꽤 많은 영화들에 주연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연기력은 좋은데 외모 측면에서 '아니 왜...' 라는 반응들이 많았었죠. 근데 저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여러분!! 왜냐면 제가 그 때부터 이미 깨어 있는 영화팬(...)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 분 출연작을 본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ㅋㅋ 방금 확인해 봤는데 참 신기할 정도로 이 분 연기를 본 적이 없었네요. 분명히 뭔가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유명한 사람이라 제가 멋대로 착각한 거였나 봅니다(...) 출연작 중 본 게 '그로스 포인트 블랭크' 딱 한 편 뿐이고 전 그걸 재작년에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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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영화에선 그냥 예쁘게 나와요. 그리고 생각보다 키가 커서 좀 놀랐네요. 찾아보니 178cm라고.)



 +++ 형인 프리모가 파티용 결전 병기로 제작하는 '팀파노'라는 요리가 있는데요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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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생겼습니다. ㅋㅋㅋ 뭔가 되게 입맛 떨어지게 생겼습니다만. 저 내부가 무엇인지는 귀찮아서 안 알려드릴래요.

 뭔가 이탈리안 개밥스럽달까요. ㅋㅋ 근데 맛있어 보였다는 게 함정.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 파티'를 준비하는 형제들의 모습을 내내 보여주는데요. 그러면서 캐릭터들과 서로의 관계에 대한 설명들이 추가가 됩니다.

 예를 들어 형인 프리모는 동네 꽃집 사장님을 짝사랑해요. 하지만 작업을 걸 주변머리도 없는 사람이라 결국 동생 세콘도(형제들 이름이... ㅋㅋ)가 대신 파티에 초대하구요.

 한참 준비 중에 술 사러간다고 나간 세콘도는 난데 없이 삼촌의 애인 집으로 가서 끈적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 인간이 상냥 친절한 애인 미니 드라이버를 냅두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거죠. 뭐 그게 이사벨라 로셀리니이니 이해는... (쿨럭;) 


 결정적으로 이 파티에 대해 이견이 크게 있는데, 프리모가 이안 홈이 연기한 삼촌 캐릭터를 아주 극렬히 혐오하거든요. 삼촌은 커다란 식당(겸 옛날 말로... 캬바레 같은?)으로 성공을 한 사람인데, 대충 이 사람 식당의 음식들이 전혀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라고. 이탈리아 음식들을 다 죽이는 놈이라고 싫어합니다. 아마도 미국화된 음식들을 판다는 이유로 그러는 듯 하네요. 프리모는 자기가 하는 이탈리아 정통 음식에 자부심이 있어서 "왜 스파게티에 미트볼이 없어요?"라고 항의하는 손님과 싸움 붙으려 드는, 그런 사람이라서요.

 그렇다 보니 이 파티를 기획한 게 삼촌이라는 건 프리모에겐 비밀이었는데, 파티 직전에 그걸 들켜 버리는 바람에 또 사단이 나고... "이걸로 성공 못하면 우린 이 가게 접어야 한다고!!!" 라며 프리모를 설득해서 간신히 일은 진행이 됩니다. 이렇게 고지식한 프리모의 성격 때문에 세콘도는 자기가 형을 일방적으로 돌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파티는 열립니다. 아직 삼촌이 섭외한 인기 가수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요리는 시간 맞춰 준비해 놨으니 먹어야죠. 프리모가 온 힘을 쏟아 부은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요리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파티 손님들은 음식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세콘도가 초대한 꽃집 사장님은 프리모와 바로 눈이 맞아서 로맨틱한 관계가 되고 뭐 다 좋은데... 그렇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인기 가수는 도착하지 않습니다. 결국 디저트까지 나온 후에도, 새벽 세 시가 되었는데도 안 와요. 그래서 미리 불러다 놓은 언론사 기자는 "안 왔으니 가수 기사는 못 쓰겠네요. 그래도 음식은 최고였으니 나중에 음식 담당 보내드릴게요." 라며 떠나고. 좌절한 세콘도는 화장실에 짱박혀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자길 위로해주러 온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다가... 당연히 정식 애인, 미니 드라이버에게 걸리겠죠. 그래서 뛰쳐나간 미니 드라이버를 쫓아서 가게 옆 바닷가로 갔다가 정식으로 아주 대차게 차이고 좌절하는데요.


 이때 식당에선 파티가 마무리 되고. 손님들이 떠나는 가운데...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프리모에게 폭탄 발언을 합니다. 니들 속은 거에요. 사실 저 삼촌이란 인간은 애초에 그 가수에게 연락도 안 했음. 그리고 우리의 이안 홈 경은 뻔뻔스럽게 대충 미소를 짓구요.


 동생을 찾아 바닷가로 간 프리모는 동생에게 방금 들은 이야기도 전하고. 위로격의 대화를 나누지만, 감정이 격해져서 "대체 형은 우리를 위해 한 일이 뭐냐!!!"며 대드는 세콘도와 한참 몸싸움을 벌입니다. 그러다 둘 다 지쳐서 뻗은 후에 형은 절규하죠. "대체 여기에 머무르려는 이유가 뭔데!! 이 곳은 우리를 잡아 먹고 있다고!!! 난 이 곳이 싫어!!!!" 

 그리고 세콘도는 식당에 돌아가 삼촌에게 왜 나를 파멸시키냐고 따져 봅니다만. 삼촌은 당연히 태연하게 "너를 위한 거다. 이 식당 접고 내 식당으로 형과 함께 들어와라." 라고 말을 하구요. 세콘도는 "우리 형은 당신 같은 인간 밑에서 일하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비슷한 말을 하며 삼촌을 떠나 보내죠.


 마지막 장면은 롱테이크로 길게 이어져요. 바닷가에서 주방으로 들어온 세콘도가 조리대 위에 뻗어서 자고 있던 직원에게 '배고프지 않냐?'며 요리를 해줍니다. 요리라고 해봐야 그냥 계란 몇 개 풀어서 오믈렛을 만들고 그걸 나눠서 바게뜨빵과 함께 먹는 겁니다만. 한참을 말 없이 계란 풀고, 익히고, 빵 가져오고, 그릇에 담고, 나란히 앉아서 먹고... 하는데 이때 계란을 좀 남겨 놓았네요. 잠시 후에 형이 주방에 들어오고. 동생은 말 없이 남겨뒀던 계란을 접시에 담아 빵과 함께 형에게 내밀고. 눈치 보던 직원이 자리를 떠나자 형제는 나란히 앉아 빵과 계란을 먹습니다. 형이 먼저 동생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동생도 어깨동무를 하고, 말 없이 계속 먹어요. 이걸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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