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관에서 만화를 연재했던 일본 만화가의 만화가 드라마화가 된 후, 드라마는 원작을 수정하지 않을 것을 전재로 했습니다만, 방송사와 제작은 이를 무시했고, 그러다 나서서 마지막화 즈음의 각본을 맡았다가 드라마 각본가와 제작진이 비판이랍시고 소셜미디어에 비난을 하는 바람에, 원작가는 심경을 트위터에 토로한 후, 잠적한 뒤에 1월 28일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린시절 학대나 학교폭력등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은 정신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그 일부입니다. 순전히 남탓...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집안 내력상, 스스로가 하는 행동이 별로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는 행동을 하는 친척들을 친가, 외가 가릴 것 없이 봤고요. 저도 그 친척들의 친척이니까요. 제 가족도 포함되고요.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제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까.. 사람이 좀 사회성이 떨어지고, 못났다고 해서, 찐따라고 해서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학창시절에 겪은 것들은 가만히 있어서, 애가 멍청한 것 같다는 이유로 당했던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바보같거나 순진하다고 그런 사람을 이용해도 되는 건 아니지요. 


MRI 스캔 결과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갖고 태어난 뇌과학자 의사도, 부모님의 지원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일반적인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나는 대사가 앞으로 잘하면 된다,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아니면 "그래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리 살아도 혼자라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물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랍시고 이기적인 행동을 조장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잘난 사람은 추앙하고, 못나면 못났다고 상처를 뿌리고요.


그래서 같은 영화의 대사인, "스스로 구원하라."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혼자인 상태에서 아무리 자신을 정신적으로 각성시키고 치장해도 별로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선 쉽게 알아주지 않습니다. 익명성에 의지한 경우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신승리하려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쉽상입니다. 오프라인에 나가려고 해도, 지속적인 관계망 속에서 그를 만나줄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전 아직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감정이 혼란스럽고, 행동이 제어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도 이 트라우마의 원인 제공자인 아버지한테, 폭언을 문자로 보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다고 과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처음이 아니라서, 이미 압니다. 몇번째인지 셀 수도 없는 사과문자도 보냈지만, 아버지의 알콜중독처럼 반복됩니다. 예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용서하려고 해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저는 과거를 용서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학창시절 정상적으로 자랐더라면 제가 무방비상태에서 남들에게 당하지 않았더라면, 저도 굳이 남에게 해코지 하지않을 테고, 호감있는 여성에게 바보처럼 접근하지도 않았겠죠. 만약 이 우주에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 불안도, 외로움도, 고통도 없을 테니까- 저의 존재도, 아버지의 존재도 지속적으로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의 상태를 인정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아직도 상태는 나쁩니다.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고, 현재의 결과가 다시 미래의 불행이 될 원인을 만드는... 도돌이표죠. 저같은 사람은 결국 저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고 외로움을 많이 탈수록 정신 상태가 나쁩니다. 환경적 측면과, 한국사회의 성적제일주의로 학교폭력에는 무관심한 방치, 그리고 열등생과 사회이탈자들을 신경쓰지 않는 언론보도등 같은 무리들이 서로의 존재를 간혹 떠올리면서도,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 길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그냥 외곽에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언더독 효과처럼 반격하고 싶었고,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거죠.


암만 생각해도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얼마전까지의 일들로 생각을 고쳐먹을수록 제가 하고 싶은 온라인의 활동이, 오히려 제가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와 만나며 진심으로 교감하고 저 자신이 변화하고자 하는 행동을 저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오래 정든 듀나게시판을 포함하여 오프라인과 연계되지 않는 온라인 커뮤활동들은, 한동안 닫아놓으려고 합니다.


감사했습니다. 가끔 눈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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