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 정권 이래로 소위 개념인이라 할만한 먹물들이 대거 부상해서 정치적 논설을 뱉어내는데 그 중 가장 대표주자가 진중권이고 그 아래에 무수한 유망주 중에 낯설은 양반이 허지웅입니다. 원래는 호러영화 사이트 운영하고 영화 기자 하던 양반인데 언젠가부터 파워블로거로 대중들 귀를 파주는 글로 인지도를 얻다가 진보신당 쪽의 정치색을 드러내면서 어느덧 정치색을 갖춘 논객급이 되었습니다. 영화평론보다는 그 쪽이 더 재미를 보게 해주기도 했구요. 비교대조군이라 꼽을만한 이동진 기자에 비하면 내공이 얕고 전형적인 먹물형 쉬운글 어렵게 쓰기 평론이라 대중적이지 못합니다. 본인도 영화기자 정도로 그칠 생각은 없는지 몰라도 이상한 방향으로 야망이 뻗은 글을 올리곤 합니다. 명색이 파워블로거인지라 RSS 목록에 추가해놓은지 좀 됐지만 최근에 포스팅에서 본업인 영화글은 비중이 크지 않아 좀 재미가 없었는데 모처럼 관심이 가는 글을 올렸더군요.

 

 김어준은 모세인가

 http://ozzyz.egloos.com/4636003

 

 김어준을 모세로 비유하면서 그에게 호감을 가진 대중들을 이성의 영역을 넘어선 종교적 광기의 영역으로 범위를 정해버렸습니다.

 허씨가 가장 힘주어 썼을 마지막 단락을 볼까요.

 

김어준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를 신봉한다는 듯 싸잡지 말라는 말로 이 글을 싸잡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결점과 명백한 위험을 전제하고 있음에도 단지 그것이 듣기에 통쾌하거나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옹호한다면, 거대 교회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회의주의자의 느슨하고 이율배반적인 경계심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여기에는 명백히 종교적인 선동이 존재하고 실제 기능하고 있다. 이에 저항할 최소한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민의 힘 뿌잉뿌잉 하는 건 당신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그러니까 ‘빠’가 되는 지름길이다.

 

 여기서 허지웅이 저지른 가장 큰 모험이자 패착은 과연 뭘까요. 거대 교회? 종교적 선동? 빠? 물론 허씨는 자기 정치취향에 부응하지 않는 대중들을 광신도로 격하하는 오만한 먹물기질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거라 생각합니다. '듣기에 통괘하거나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옹호한다면'

 허씨 관점에 종교적 광기로 보이는 이 나꼼수 신드롬은 듣기에 통쾌하거나 재밌다는 이유에서 유래한거라 단정짓습니다.

 

 저는 나꼼수가 이룬 성취 중에 가장 큰 것은 이명박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보의 '정리'라고 생각합니다. 계몽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흩어지고 색바래지고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정보들의 파편을 정성스럽게 모아서 쉽게 정리해서 2시간 안에 아주 파워풀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주는게 나꼼수의 구조입니다. PD인 김용민 교수가 큰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김어준의 언어유희적 통쾌함이나 재미는 어찌보면 to the core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뿐이죠. 어찌보면 저는 나꼼수의 핵심인물은 주진우와 정봉주라고 생각합니다. 그 둘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어준은 없습니다. 김어준의 감성론에 호도될리가 없고, 정치에 무지했던 이들도 나꼼수를 경계하면서 들으려 해도 탁월한 (주진우와 정봉주의) 정보 편집력 앞에 계몽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것이 가장 강력한 동력이고 여권에는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주진우나 정봉주도 김어준이 없으면 대중과 이토록 친화적이게 될 수는 결.코. 없었을 겁니다. 한나라의 유방은 특출난 것은 없었지만 사람을 잘 썼기에 천하통일을 했죠. 탁월한 인덕의 리더쉽을 가진 얼굴마담 김어준이 주진우+정봉주+김용민과 조합을 이루면서 결점이 없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며 계몽을 넘어 가카를 퇴치하는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 합니다. 내곡동. 아, 위대합니다. 악마기자 주진우..  나꼼수.. 대중들은 여기에서 진정으로 열광하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허지웅은 배알이 꼬일만 합니다.

 

 왜냐면 이는 진중권이나 허지웅의 병과상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허지웅이나 진중권같은 이들은 그들이 가진 고급정보와 두뇌를 결국엔 자신들을 위해 써왔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논객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고급스러운 글을 써오면서 가카 정권의 불의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인 관찰자 시점의 텍스트 생산에 그쳐왔습니다. 실질적 공격력 제로의 그런 글 말이죠. 주진우나 정봉주처럼 가카를 섬멸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거죠. 어찌보면 가카가 존재해야지만 자신들의 고결한 먹물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가카에 그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지적 과시를 발휘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면, 먼 친척뻘 되는 아군 마저 공격을 합니다. 진중권의 곽노현 비난이 대표적인 예죠. 허지웅이나 진중권의 호쾌한 공격성은 악마의 배를 두드리는 현상에서 대중의 대리만족을 자극하는 인기로 연결되는데 그칠 뿐이지, 악마를 죽이는데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먹물 논설들은 그들만이 알아듣는 '텍스트'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동류 계급들의 지적 과시, 키치의 세계에서 환영받기도 합니다. 그런 한계성을 적잖게 많은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트윗 하나 떠왔습니다.

  

[통화권이탈]
진중권이나 허지웅 같은 분들의 독설은 추종자들에게는 시원하게 들릴 지 모릅니다. 저도 그 중 하나이고요. 그러나 그게 옳든 논리적이든 위대하신 가카께서는 하고 싶은 거 거의 다 하셨죠. 결국 독설은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시대의 프레임은 가카와 한나라당 섬멸이란 깃발 아래에 있습니다. 명백한 이 목적을 가지고 모여든 사람들을 칭찬하지는 못해도, 비아냥을 대는 것은 정치적 논객으로 오늘날 인지도를 얻은 허지웅이 감당해야할 자기무능을 긍정하는 것이고, 열등, 질투의 표출 밖에 안되는 행위가 됩니다.  또한 나경원 패거리가 박원순에게 하는 짓과 별반 다를 바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역풍에 대해서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용히 입 닥치고 있느니, 발악이라도 하는게 낫습니다. 그들에게 동조해줄 (왕따)세력들이 없진 않으니까요. 어떻게든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어딘가 헛점이 있을 대통합파의 대세를 부정하는겁니다. 그럼 언젠가 대통합파의 실책이 발생할 때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겠죠. 하지만 박원순과 안철수가 그리 녹록한 인물은 아닙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실책을 복습하게 만들 두뇌의 소유자들이 아닙니다. 정권교체가 이룩되면 분명 강도높은 개혁과 숙청의 대복수극이 시작될겁니다. 어쩌면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탑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칭 진보들에게도 상당한 손해가 됩니다. 이미 한계에 부딪힌 고귀한 먹물의 시대가 안철수를 구심점으로 한 대통합파에 의해 종결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내년 대선, 총선 모두 승기가 대통합파에게 돌아온 상황입니다. 그들에게 동참하지 않은 외로운 왕따가 되어버린 자칭 진보들은 참으로 착찹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김어준은 정권교체를 이룩하면 국정원장 할거라고 벌써 지분을 챙기고 밝은 미래가 예고되어 있는데, 자칭 진보들은 이제와서 지분 챙기기도 힘듭니다. 소리없이 죽느니 꽥 소리라도 질러보고 죽자는거죠. 아아 불쌍합니다.

 나꼼수를 '닭'이라 묘사한 진중권, 김어준을 '모세'라 비아냥댄 허지웅. 이 대표 먹물들이 가장 원망스러운 것은 어쩌면 김어준의 비전이 현실로 다가오게 만들어준 주진우, 정봉주, 김용민, 느닷없이 나타나 초특급운빨이 되어준 안철수라는 인물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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