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보고 나오는 길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를 구성하는 장면들이 개별적인 에피소드들로 느껴졌습니다. 비둘기가 들어온 사건, 아내의 병이 재발된 사건, 아내의 제자가 찾아온 사건...각자의 사건을 조명하는 감독은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보여주네요. 불필요한 클로즈업도 없고, 굳이 노부부에게 시선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습니다.

    노부부는 기품 있고 우아한 사람들이에요. 이 영화에서 많이 나온 말이 고맙다는 메르씨 같네요. 그 사람들은, 심지어 부부끼리도 부탁할 때마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삶은 견고해 보이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할 느낌이었어요. 그런 사람들이니, 병이라는 거대한 질병 앞에서 더 힘들어졌겠죠. 정신줄도 몸도 놓아버리는 건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내인 안느가 제대로 치매를 앓기 시작하는 것이 침대에 실례를 했을 때부터 같습니다.

    사랑이지만 수식이 불가능하네요. 만약 진정한 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내가 온갖 끝을 달려갈 때 옆에 있어주고 돌봐주고 심지어는 '죽여주기까지' 하잖아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저 상황에서 저런 행동들을 할 수 있을까요?

    특유의 현실성과 건조함이 적절하고, 또 마음을 찌릿찌릿하게 울렸습니다. 요즘 노년의 삶에 관심이 많아 그런지 더 마음에 닿았습니다.

 

    극중의 제자로 나온 알렉상드르 타로라는 사람은 아주 유명한 프랑스인 피아니스트이더군요. 굉장히 미남이라 배우인 줄 알았는데 68년생 예술인일 걸 알고 좀 놀라긴 했습니다. 20대인 줄 알았거든요.

 

    할아버지 조르주는 죽었겠죠? ... 첫장면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줄 알았다면 더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하는 거였어요. 조금 아쉽네요. 뭐 놓친 건 아니었습니다만...

 

 

+ 아 이 이야기를 깜빡했군요.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오랜 시간 앓던 아내와 동반 자살한 이야기와 내용 자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뭐, 우연인지 영감을 받은 건지의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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