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책 5권

2013.02.11 00:02

호크브라운 조회 수:2530

정회원 기념 첫 포스팅 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5편이 더 멋질 것 같지만 서도... 그건 다음 기회에...

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민음사

 

영원한 재귀에 대한 철학적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의외로 가벼운 연애담처럼 읽힐 수 있는 책이다. 그 속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그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애태워 찾지 않더라도 이 책의 통속적인 이야기는 머릿속을 파고든다.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새로운 관점을 찾을 수 있는 책. 저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주인공들을 친구처럼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머릿속에 여유가 있을 때는 복잡한 생각 속으로 자신을 던지게도 하여 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가벼운 마음이든 무거운 마음이든 이 책을 펼치면 어떠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운도 어느 정도 따라야 하는 건 물론이다.

 

2. 빅픽쳐 -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이 책의 원제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라고 한다.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은 우리가 모두 갖고 있다. 이 책은 그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떠한 사건에서 시작되며 그의 꿈을 향한 욕망은 스릴러의 형식으로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현실을 떠나 낯선 사람의 이름으로 자신이 꿈꾸는 삶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인생이 행복한 결말이 되기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보게 된다. 과연 이 이야기는 해피앤딩일까?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해야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이 책은 그걸 얘기해 주는 것 같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내가 꿈꾸는 자유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 되묻게 해주는 책이다.

 

3. 69 - 무라카미 류

 

흥겨운 학생들의 즐거운 성장소설이다. 젊음과 솔직함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은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라고 자신 있게 소리친다. 나의 고교 시절에도 축제란 게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게 해주는 책이다. 물론 이 책처럼 과격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도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결코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이다.

 

나는 정말 즐기고 있는가? 이 책의 표지를 쳐다보면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4.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이 하루키

 

하루키의 성장소설.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나오는 등 특이한 판타지 같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로 가기 위해 열다섯살 소년이 선택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해 섬세한 문장과 리얼리즘으로 풀어나간다. 소설의 전개는 특이하다. 주인공 열다섯 살 소년의 가출기와 어린 시절 기묘한 사고 이후 기억을 잃고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노인의 이야기가 교대로 전개한다. 하루키의 역작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떠오르게 하는 전개다. 이 책은 더 흥미롭고 끝맺음도 여운이 있다. 그리스 비극과 일본의 고전 등 다양한 소재를 토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비장하게 이야기한다.

 

"다무라 군,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들은 그저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이 책을 펼쳐 들고 내 인생의 성장 변곡점이 어디였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싶다.

 

5.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멋진 상징을 준다. 세상의 시선과 도덕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영혼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부딪히지 못한 채로 남들의 평판이나 남들이 쓴 걸 읽고 마치 다 경험한 것처럼 행동하는 나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조르바를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과 푸짐한 말을 쏟아내는 커다란 입과 위대한 야성을 가진 사람. 그는 모태인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채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예술, 사랑, 정열의 의미가 막노동꾼의 입에서 나온 단순한 언어로 내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이 책으로 조르바는 우리에게 자유로운 영혼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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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인문학이나 과학에 대한 책도 내가 좋아하는 책에 포함할 수 있도록 앞으로 노력을 ....

윤대녕이나 폴 오스터 책도 한 권 쯤 포함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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