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 않는 삶.

2021.11.24 17:28

잔인한오후 조회 수:692

요즘 들어 직장의 손익을 따져보게 됩니다. 과연 직장을 다니면서 축나는 몸을 보수하는 비용과, 직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기타 시간에 몸을 유지하는 비용들보다 월급이 더 크긴 한 것일까? 별 문제 없이 써왔던 몸의 이 곳 저 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져갈수록 그런 의심이 들어찹니다. 하지만 동일한 연령의 회사를 다니지 않는 제가 병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으니 알아낼 수 없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장이 주는 효용 중, '삶을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다'라는 안심감이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판매 요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인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성격도 있겠지만서도요. 어찌 되었든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요인은 당연히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직장의 업무 수준이 최근 들어 꾸준한 고점을 찍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대한 돌덩이 몇 개를 장기간에 걸쳐 쪼개내어야 하는데, 곡갱이를 하루 하루 박아 넣기 전까지는 하루에 얼마나 떨어져 나올지 명확하게 알 수 없고, 매일 떨어져나간 돌 무더기보단 별반 흠집이 없어뵈는 돌덩이들의 무게감이 충분히 압박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기간이 널널해 보이기도 하면서, 다르게 보면 또 촉박해보이기도 하고. 깨어 먹을 수 없는 알사탕을 입에 계속 담고 있어야만 하는 저주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몇 달이란 기간이, 상중하로 나누거나 일자로나 주간으로 나눌 때마다 기한은 좀 더 다르게 느껴집니다. 


숨막힌다고 생각하기에 숨이 막히는 신비로운 이런 상황은 개인 시간에 얼마나 자유롭게 평소 하던 것들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안심감이라는 회사의 상품을 얻어 메고 집에 오면 질적으로 나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통행증을 얻게 됩니다. 딱히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할 수 있으니 하며 불필요하게 더 피곤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쩌면 충분한 안심감을 얻어내지 못해서, 집에서 추가의 안심감 교환 거리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예측건대, 아마도 다음주까지 꾸준히 이 강도로 업무를 유지하면 일덩이에 금이 여러 줄 가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완전히 뒤집진 못해도, 어느 정도 기울일 수 있는 기분 전환거리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글쓰기처럼 말이죠.


P. S.


[브렉시트 : 치열한 전쟁]을 봤습니다. 괴짜 전략가인 컴버배치가 세계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들으려 바닥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장면은 꼭 제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빅 쇼트]의 괴짜 사이언티스트가 모든 빚 목록을 읽어볼 때와 마찬가지처럼요. 동일 영화의 포커스 그룹 말싸움도 인상 깊었는데, 잠시간 단순하게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모두가 빠르게 달릴 때는 정신이 없지만, 느리게 달릴 때는 타자가 더 쉽게 눈에 띄겠죠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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