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이 이제 재작년이네요. 대략 30분 안쪽의 에피소드 8개로 되어 있구요. 진행 중인 드라마이니 스포일러는 안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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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베어'이고 식당이 고기 굽는 식당이니 베어 그릴...)



 - 미국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 에서 수쉐프로 다년간 일했고 '올해의 새로운 쉐프' 상까지 받았다는 화려한 경력자 카르멘이란 젊은이가 낡은 구닥다리 식당에서 직원들을 마구 갈구며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대충 듣자하니 이 식당은 원래 이 분 형이 하던 식당인데 죽었어요. 그러면서 유언으로 동생에게 이 식당을 넘긴 거죠. 근데 이게 잘 나가는 식당도 아니고 직원들도 오합지졸이고, 또 조금 더 보면 나오지만 자영업에서 상상할 수 있는 오만가지 안 좋은 조건들의 집합체 같은 곳입니다. 대체 이런데 주인공은 왜 이걸 맡기로 했을까요. 형은 뭣 때문에 어떻게 죽었을까요. 식당 꼬라지가 이 꼴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주인공은 왜 이리 가족들과 사이가 안 좋고 또 이 식당의 원래 오너처럼 구는 녀석은 왜 이렇게 주인공을 싫어하고... 등등등 수많은 의문을 안고 드라마는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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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값 하느라고 정말 곰도 나옵니다? ㅋㅋㅋ)



 - 뭐 설정을 보면 대충 그려지는 그림이 있죠. 화려한 고급 식당 주방에서 심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자신의 고향 같은 곳에서 작은 동네 식당을 운영하며, 프로 의식은 좀 부족하고 개인적으로도 문제 투성이지만 아무튼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내적 고통도 치유하고 삶에 대해 긍정적 시각도 갖게 되고 또 함께 서로의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따사로운 힐링물...

 근데 놀랍게도 그런 이야기가 대략 맞습니다. 맞는데, 그걸 그려내는 방식이 아주 독하고 시끄럽고 정신 없고 살벌해요. ㅋㅋ 그게 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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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주인공의 표정입니다. 물론 나머지 인물들도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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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며 지내죠. ㅋㅋㅋㅋ)



 - 그러니까 대략 '중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죄다 성격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되어 버린 이유가 있는데 그건 주인공의 상황 떡밥과 함께 아주 느긋하게 천천히 풀어내구요.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중심이 되는 건 '오늘의 장사' 입니다. 늘 출근과 함께 시작하고, 매일매일 소소한 돌발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주방은 전쟁터가 되구요. 그렇게 어떻게든 오늘 장사를 무사히 마무리해야 한다!!! 는 압박 속에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슬쩍슬쩍 끼어들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그리고 그 '전쟁터' 느낌을 되게 잘 살려요. 이 드라마의 주방 식구들은 늘 악에 받혀서 홀의 손님들 다 질려서 도망가겠다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악을 써대구요. 카메라는 헬드 핸드 & 롱테이크로 이 주방 안을 날아다니며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 사고와 이들의 갈등을 무슨 실황 중계하듯 보여줘요. 분위기가 이러니 당연히 자주 들어가는 요리 장면들도 무슨 총알 날아가고 대포 터지는 모습 같은 기분이. ㅋㅋ 그래서 보는 내내 기가 빨립니다만. 어떻게든 이들이 그 날 장사를 무사히 마치고 퇴근하는 장면이 되면 갑자기 심신의 평화가 찾아오고 그러죠. 그 안심되는 느낌이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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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과 공포다 이 거지 깽깽이들아!!!!!!)



 - 그래서 시청시 스트레스가 상당한 드라마입니다만. 현명하게도 '그 에피소드의 갈등은 그 에피소드에서 끝낸다' 라는 식의 구성을 갖춰서 다음 편 보기 겁난단 생각은 거의 안 들구요. 또 캐릭터들이 그렇게 살벌하고 거칠고 유치하게(...) 서로에게 진상질을 해대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훈훈한 장면들을 삽입해서 "얘들 그렇게 미워하기 없기~" 라고 사인을 보내는 센스가 있어서 계속 붙들고 보게 됩니다. 


 사실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니 그냥 영업 외 시간에 모여 앉아 대화 좀 나누면 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 본 후의 이야기고 보는 와중엔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어요. 정말 그만큼 빡세게, 스피디하게 몰아 붙여 버리거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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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멘탈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진상 동료 군단... 이라고 적다 보니 사실 이 중 2.5명만 그렇군요.)



 - 캐릭터들도 다들 재밌게, 그러면서 정 붙일만하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서로 악을 악을 쓰며 싸울 땐 (아마 '스카페이스'보다 시간당 훨씬 많은 F-단어가 등장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ㅋㅋㅋ) 대체 이 모질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싶지만 그래도 그래서 꼴 보기 싫다기 보단 안타깝고 좀 잘 풀길 바라는 마음이 더 드는 건 캐릭터 빌드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역시 보면서 그 중 비교적 정상인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ㅋㅋ 디저트 담당 마커스와 능력 신입 시드니요. 특히 시드니가 험한 꼴을 당할 때면 "아니 그냥 때려 치우고 다른 데로 가라고!!! ㅠㅜ" 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나중에 보면 이 양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붙어 있는 이유가 대략 설명되긴 하지만, 그래도 말이죠. 하나부터 열까지 '독성 직장' 그 자체인 요 레스토랑에서 그 재능과 젊음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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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밀히 말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억울하게 고생하는(?) 인물 시드니씨입니다만. 다행히 이 분도 성깔이 만만치 않아서 좋았어요.)



 - 위에서 이미 잠깐 언급했지만 특유의 이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전개로 대충 덮고 가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꽤 많은 이야기입니다.

 이게 가만 보면 원래 있던 박힌 돌 직원들이 의외로 능력도 좋고 성실해요. ㅋㅋㅋ 처음엔 당연히 좀 모자란 동네 주방 직원들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식당 체계가 대충 잡힌 후의 활약들을 보면 다들 너무 잘해서 당황스럽구요. 또 매일매일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대체 왜 돈을 못 벌어서 그 난리인지도... (재료를 지나치게 고급을 쓴다. 는 핑계가 바람결에 살짝 휘리릭 지나가긴 합니다) 그리고 뭣보다 '미국 최고 레스토랑'에서 상까지 받아가며 몇 년을 수쉐프로 일한 주인공은 왜 그렇게 돈이 없는 겁니까. 그동안 뭐 했길래? ㅋㅋ

 하지만 뭐 각본부터 이런 건 대충 신경 안 쓰도록 잘 덮고 있기도 하고. 또 보다 보면 아 뭐 재밌으면 됐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심으로 신경이 안 쓰여요. 큰 단점은 아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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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요리하며 대충 막 살 것 같은데 성격까지 안 좋은... 이었는데 극 후반이 되면 어느샌가 은근슬쩍?)



 - 대략 '일단락' 느낌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니 이게 사실 좀 급전개이긴 한데요. 게다가 그 일단락을 위해 등장하는 반전 비슷한 전개는 더더욱 갑작스럽구요. 근데 마무리하는 폼을 보니 애초에 '그 일' 후의 이야기까지 고려해서 짠 각본 같더라구요. 아마 다음 시즌에선 첫 시즌에서 대충 덮고 간 이야기나 설명되지 않은 떡밥 같은 걸 풀어내면서 차근차근 풀어가겠죠. 어쨌든 뭔가 정리가 되는 느낌의 시즌 피날레를 선호하는 제 입장에선 이것도 충분히 좋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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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의 인기 덕에 여기저기서 극중에 나오는 '이탈리안 비프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다는군요. 극중 배경이 되는 시카고에서 시작된 나름 향토 음식(?)이라나봐요.) 



 -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걸 '요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ㅋㅋ 그보단 그냥 식당을 배경으로 하는 '자영업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어요. 물론 요리 장면은 충분히 많이 나오고 또 충분히 맛있어 보이긴 합니다만. 그보단 사면초가, 완벽하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식당 주인과 직원들의 서바이벌 드라마 느낌이라.

 암튼 엄청 매운 맛이긴 해도 '결과적 힐링'을 제공하며 꾸준히 이어 달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드라마였구요. 보는 동안 시간도 휙휙 가고 캐릭터들에겐 정도 붙고 어쨌든 재밌으니까요.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겐 소심하게 추천해 봅니다. 왜 소심하냐면 이게 완결이 아니어서(...) 시즌 2까지 나와 있고 올해 세 번째가 나온다는데 그쯤에는 제발 끝냈으면 좋겠네요. 이게 런닝타임이 짧기에 망정이지 정말 보는 사람 지치게 만드는 시리즈라, 시즌을 길게 이어가면 나중엔 질려 버릴 것 같아요. ㅋㅋㅋ 아무튼 요 첫 시즌은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이걸 추천해주신 쏘맥님 말씀대로, 이게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지만 평범한 의미로의 '웃기는' 장면은 별로 안 나옵니다. 대체로 어이가 없거나 상황이 너무 격렬해서 헛웃음이 나거나... 그래도 주인공이 빚 진 삼촌 댁에 서비스하러 가서 벌어지는 일은 되게 웃겼어요. 사실 되게 심각한, 아마 첫 시즌에서 벌어진 사건들 중에 가장 심각 살벌한 사건일 텐데 그에 대한 삼촌의 반응이... ㅋㅋㅋㅋㅋ



 ++ '아직은 사랑을 몰라'의 전설적 청춘 스타 몰리 링월드님께서 출연하셨더라구요? 뭐지? 언제 지나갔지? 하고 찾아보니 주인공이 참석하는 어떤 모임에서 발언자로 나왔다고. 이건 카메오일까요 아님 그냥 단역 출연일까요. 시즌 2에 나오는 카메오 군단을 보면 카메오일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제가 미국 드라마를 잘 안 봐서 그런지 주연들보단 오히려 조연들 중에 눈에 익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그 삼촌 역의 올리버 플랫이라든가. ('유혹의 선'을 비롯해서 옛날 헐리웃 영화들에 자주 보였죠) 주인공을 괴롭히던 고급 레스토랑 쉐프 역의 조엘 맥헤일이라든가... 



 +++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7번 에피소드였네요. 피날레를 위한 파국 조성용 에피소드인데, 에피소드 하나가 그냥 실시간으로 진행이 됩니다. 원컷이라는 건 아니고, 실시간으로 딱 런닝타임만큼 상황을 보여준 후 끝내는데 스타트 지점부터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엔딩으로 흘러가는 전개가 아주 그냥 사람 질리게 만들더라구요. 진짜 숨 막히는 느낌. ㅋㅋ



 ++++ 거의 영화 위주로만 이용하다 보니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디즈니 플러스 자막 상태'를 처음으로 경험했네요. 뭐 앱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암튼 중간중간 자막이 잘려서 보인다거나, 아예 씹힌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지는 않아서 감상에 지장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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