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2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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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인 '헝거'는 극중 등장하는 고급 요리팀(?)의 이름인 동시에... 이 이미지에 적혀 있는 카피 그대로를 의미합니다.)



 - 때는 현재. 장소는 태국이구요. 폴이라는 이름의 쉐프가 태국 최고의 원탑 쉐프로 군림하며 갑부들의 미식 취미를 만족시켜주고 있네요. 하지만 주인공은 이 분이 아니라 '오이'(...)라는 이름의 젊은이입니다. 학교 졸업하고 바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길거리 서민 음식점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파는 음식은 팟씨유인 듯 하네요. 계속 그거 만드는 것만 보여줘요. ㅋㅋ 암튼 그 날도 힘차게 팟씨유를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그걸 맛나게 먹은 젊은 훈남 손님이 "당신, 재능이 있어 보이는군? 나의 동료가 되어라!"며 명함 하나를 주고 갑니다. '헝거'라는 레스토랑의 수쉐프 명함이었고, 이 레스토랑이 바로 처음에 말한 폴 쉐프의 식당이었죠. 

 그리고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에게 밥 만들어주고 실 없이 대화를 나누다가... 참 다들 꿈도 희망도 없고 현실 암담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첨엔 별 생각 없이 받아 들었던 그 명함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뭐 이후야 말 할 것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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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랬던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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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것이죠.)



 - 그러니까 순전히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님 때문에 본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봤을 때도 그래서 찜해 놨고. 그래서 언젠간 봐야지... 하고 미뤄두다가 '베어' 한 시즌을 보고 중간에 보기 좋겠다 싶어서 오늘 챙겨봤어요. 둘 다 요리 영화이고, 또 성격 안 좋은 쉐프가 나오고... 근데 뭐 됐고 결국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님 때문에 본 거죠. 그리고 제가 자꾸 이 분 이름을 풀네임으로 적는 건 제발 좀 외워보자... 라는 의도에서였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으니 그냥 '옥밥'으로 적겠습니다. ㅋㅋㅋ 다들 아시겠지만 '배드 지니어스'의 주인공을 맡으셨던 분이에요.



 (자, 다 함께 따라해 봅시다. 어렵지 않아요.)



 - 뻔한 이야기인데요. 어떤 방향으로 뻔하냐... 가 중요하겠죠. 그러니까 이야기는 대충 이런 식입니다.

 당연히 우리의 폴 쉐프는 성격 파탄에 요리 실력은 천상계에서 거니는 사람이구요. 오이를 비롯한 자기 소속 크루들을 늘 달달 볶고 인간적 모멸감을 던져주며 심지어 물리적 폭력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는 빌런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갑부들을 위한 케이터링 서비스가 전문이에요. 자기 주방이 있긴 한데 영화를 보면 주방만 있고 식당은 없군요. 그 주방에서 요리 준비하고, 사람들 훈련시키면서 실제로 요리를 할 땐 무조건 케이터링만 갑니다. 좀 괴상하지만 영화 속에선 말이 돼요. 이 사람은 말도 안 되게 비싼 페이를 받는 스타 쉐프이고 또 본인 스스로가 갑부들 아니면 상대할 맘이 없거든요.


 이런 사람이니 길바닥 허름한 가게에서 서민들 대상으로 팟씨유, 팟타이 팔다 온 오이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개고생을 하는 가운데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자신도 잘 몰랐던 재능을 꽃피우며 결국 승승장구를 할 것이구요. 그럼 이제 그렇게 성공해서 해피엔딩이냐, 아니면 그러면서 우리 빌런스런 스타 쉐프님과 대립각을 세우게 될 것이냐... 가 관건인데요. 딱 여기까지만 말하자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후자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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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자!!!)



 - 그리고 저건 스포일러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대놓고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영화거든요.

 앞서 말한 그 젊은이들의 꿈도 희망도 없는 삶 푸념... 을 봐도 다들 하는 얘기가 '우리 같은 서민들은 걍 이렇게 살다 죽는 거 말곤 없지'구요. '가업을 잇는다'는 말이 젊은이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레 튀어 나올 정도로 사회적 계급이 고착된 환경이에요.


 그 와중에 우리 폴 쉐프가 상대하는 갑부 손님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다 부정적으로 그려집니다. 정치, 재계와 결탁해 먹는 군인들 파티에, 가상 화폐로 한 방에 엄청난 부를 쌓고 매일매일 술과 마약으로 세월 보내는 개진상 젊은이들에, 부정하고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재벌이 됐다가 멸망 직전인 CEO 가족에... 결정적으로 다들 폴 쉐프의 음식을 먹고 우와앙앙앙!!!! 하며 감탄하지만 사실 그렇게 미식 센스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구요. 잘 나가는 스타 쉐프 불러서 남들에게 뻐기고 싶어하는 속물들... 만 나와요. 정말 끝까지 그럽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결국 태국 사회의 빈부 격차가 낳은 사회 꼬라지(...)를 드러내며 비판하고 풍자하는 이야기인 겁니다. 파인 다이닝 요리 퍼레이드는 그런 특권층, 갑부들의 모습을 비꼬기 위해 등장하는 소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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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대략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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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식을 기반으로 전개됩니다. 뻔하죠. ㅋㅋㅋ)



 - 조금 재밌는 부분이라면 우리 폴 쉐프님의 캐릭터와 그가 대표하는 의미... 인데요.

 이 분은 출신이 주인공처럼 서민이에요. 그리고 사실은 부자들의 특권에 대한 증오심으로 이 바닥에 들어섰구요. 그런데 왜 그 부자들을 위한 특권 요리들만 하고 사냐면, 그 갑부들이 자신을 '갈망'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 그들 위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네요.

 그러니까 이야기의 구도가 이렇게 되는 겁니다. 짜증나는 갑부, 특권 계층들이 있고. 거기에 서민들이 맞서는데 그 방식이 두 가지가 나오는 거죠. 첫째는 폴 쉐프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에게 인정 받는 쪽으로 성공하는 것. 그러면 주인공은... 택할 길이 하나 밖에 안 남겠죠. 그냥 서민의 편에서 자신의 길과 행복을 찾는 것. 그런 것이구요.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주인공은 폴 쉐프와 갈등하고 맞서야 하구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망할 놈의 태국 사회(...)에서 흔한 서민들이 꼴 보기 싫은 특권층에게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어떻게 우리들의 살 길을 찾을 것인가. 이런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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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면 주방이란 참 위험한 공간인 것입니다...)



 - 문제는 그 결론이었습니다.

 영화가 해답으로 내놓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안 들어요. ㅋㅋㅋ 

 아니 뭐 괴상한 답을 내놓는 건 아닙니다. 아무 전형적, 전통적인 해피 엔딩인데요. 이제 나름 이런 이야기를 수십년 동안 이골이 나도록 본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니 이게 왜 해답인데. 이게 어째서 해피 엔딩인데. ㅋㅋㅋ 뭔가 한국의 80~90년대 드라마들스런 해답이랄까요.

 영화가 애초에 얌전하고 건전하기라도 했음 모르겠는데. 이야기가 나름 되게 독하게 흘러가거든요. 클라이막스도 아주 과장되게 화려하면서 스케일도 크고 매운 맛으로 가요. 그래 놓고 결말을 그렇게 내니 좀 '뭐임?'스런 기분이 들었는데...

 뭐 다시 생각해보면 그 결말이 절대로 나쁜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저는 좀 더 화끈한 걸 바랐어요. 그래서 아쉬웠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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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면 이렇게 남자만 우글거리는 곳에 여자 혼자 뛰어들어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딱히 그런 부분을 활용하는 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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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연애는 좀 합니다... 만. ㅋㅋㅋ 주방에서 연애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건 비중도 적고 또 나중에 다른 용도로 쓰이기 위한 포석 정도.)



 - 그거 말고도 크고 작은 단점들이 좀 많습니다.

 일단 주인공의 성공 가도가 너무 쉬워요. 대체 어디서 요리를 어떻게 배웠는진 모르겠지만 이게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동네 노포에서 갓 일 시작한 젊은이가 팟씨유 한 그릇 맛있게 만들었다가 갑자기 전국 최고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데뷔하고, 반년도 안 되어서 그 곳의 우두머리랑 맞짱 뜨는 이야기거든요. 아주 많이 말이 안 되는데 이걸 뒷받침 해줄만한 에피소드나 전개가 거의 없어서 더 쌩뚱맞구요.


 감독님께서 이것저것 비판하고 풍자하고픈 게 참 많으셨는지 이야기가 좀 장황합니다. 20분 정도 이야기를 쳐내고 압축했음 훨씬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결정적으로 이게 어쨌거나 요리를 소재로 한, 그것도 요리 배틀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아무리 봐도 영화가 요리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ㅋㅋ 정확히 말하면 '파인 다이닝' 쪽에 관심이 없어요. 애초에 이쪽 요리는 아주 부정적 의미를 듬뿍 담고 풍자 도구의 역할만 하니까 이해를 못할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걸 이렇게 나쁜 것 취급을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요리 영화인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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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대충 요롷....게 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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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칭찬 받았다!! 수쉐프다!!! 와 와~~~!!!! 뭐 이런 느낌으로 너무 쉽게 갑니다. ㅋㅋㅋ)



 - 하지만 장점들도 있습니다.

 일단 이게 좀 거칠고 우악스럽긴 해도 '태국의 빈부 격차 풍자'라는 메시지 하나는 확실하게 이해가 되도록 잘 꽂아줍니다. 이와 관련해서 참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 중에 어떤 건 별로였지만 어떤 건 또 확 와닿기도 하고 그랬어요.

 단순하게 부자 vs 빈자 구도로 가는 게 아니라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응하는 서민들의 서로 다른 선택과 그에 따른 갈등... 쪽으로 이야기 방향을 잡은 것도 이야기의 뻔함을 많이 덜어내주는 좋은 선택이었구요. 폴 쉐프의 캐릭터가 이걸 꽤 잘 살려줍니다. 되게 뻔한 듯 안 뻔한 독특한 캐릭터였네요.


 그리고 뭣보다도 우리의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님이 계십니다!! (아직도 이름 못 외워서 글 제목 보고 쳤습니다 ㅠㅜ)

 이게 제가 본 이 분의 네 번째 작품인데요. 데뷔작인 '배드 지니어스'에서도 괜찮게 하셨지만 확실히 연기가 계속 느는 게 보이네요. ㅋㅋ 얼핏 보면 소박 평범해 보이는데 볼 수록 매력적인 마스크... 가 강단 있는 억척 서민 캐릭터에 딱 어울려서 캐스팅 자체도 잘 된 듯 하고. 후반부로 가면 나오는 감정 폭발 장면들 같은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해줬어요. 그러니까 이제 1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막 다섯 편씩 마구 찍어내면서 더 자주자주 많이 눈에 띄어주시기만 하면 감사하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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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 출신이고 평소엔 이렇게 곱게 하고 다니시는 분입니다만. 이상할 정도로 출연작 캐릭터들이 싹 다 가난, 빈곤, 고난의 아이콘들로 점철된...)



 - 대충 정리하자면요.

 솔직히 21세기 컨텐츠 소비자로서 엄격하게 봤을 때 좀 모자라고 아쉬운 구석이 많은 영화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냥 만든 사람들의 의식이 살짝 시대에 뒤떨어진 듯... 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도 태국의 일반적인 정서나 의식 같은 게 아직 한국의 90년대랑 비슷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구요.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올드합니다. ㅋㅋㅋ

 하지만 우리 옥밥님이 그 비주얼과 매력으로 탱킹을 해주시고요. 또 태국 사회에 대한 만든 이들의 울분 같은 건 생각보다 강렬하게, 좀 단순해도 어쨌거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옥밥씨의 팬으로서는, 그리고 이런 영화들을 통해 평소 잘 모르던 나라 사정들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2시간 25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2시간이었으면 훨씬 좋았겠구요. ㅋㅋㅋ 뭐 그렇게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만. 옥밥씨 팬이 아니시면 크게 추천하진 않겠어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갑작스런 의문의 특채로 폴 쉐프의 식당에 들어간 우리의 주인공은 첫 날부터 광탈 위기에 처하지만 '특별해지고 싶다!'는 의지로 양팔을 화상 범벅으로 만들며 밤샘 특훈을 해서 다음 날엔 쉐프를 만족시키고야 맙니다. 그래서 정식 크루가 되구요.

 얼른 성공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을 싸늘하게 야단치고 비웃으며 오랜 세월의 수련을 예고하는 쉐프입니다만... 음? 갑자기 한 놈이 일이 생겨서 그만두고. 다른 한 놈이 식당 고급 식재료를 훔쳐먹다 걸리고서 잘리구요. 또 다른 놈은 일부러 고객의 알러지 재료를 몰래 넣어서 쉐프 욕을 먹이려다 들통나서 신나게 갈굼 당하다가 쉐프를 푹 찔러 버리고 잘리구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주인공은 수쉐프가 되어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칼 맞은 쉐프를 병문안 가서 집에서 만든 '사랑과 추억이 담긴 가족 요리'를 건넨 주인공에게 쉐프는 '사랑이 담긴 음식 따윈 세상에 없어'라고 단언을 하죠. 그래서 그럼 너는 왜 이렇게 열심히 요리하는데? 라고 묻는 주인공에게 쉐프는 나름 마음을 열고 본인의 동기를 설명합니다. 어렸을 적 부잣집에서 가사 도우미를 하는 엄마를 보며 자랐는데. 그러다 캐비어가 너무 신기해서 병을 꺼내 보다가 주인들에게 걸려서 도둑으로 몰리고 작살나게 혼났대요. 그런데 실수로 그 병을 깨뜨리고는 그거 치우다가 슬쩍 먹어 본 캐비어가 너무 맛이 없어서 충격을 받고. 아 이 자식들 사실 맛엔 개뿔 관심도 없구나. 다 허세구나... 라는 걸 깨닫고는 내가 이 놈들이 바라는 대상이 되어 군림해주마! 뭐 이런 마음을 먹었다나요. ㅋㅋ


 이 긴 이야기를 듣고 '아 이 양반 정말 답 없네...'라는 생각을 한 주인공은, 며칠 후 이 쉐프가 실세 군인을 위해 수렵이 금지된 보호 동물을, 콕 찝어 코뿔새를 잡아다 요리하는 걸 보고서는 인내심이 바닥 나서 식당을 때려 치우고 나와 버립니다. 근데 그러고 집에 돌아오고 나니 아빠는 크게 아파서 병원비 대박을 내고. 먹고 살 길 막막해지니 쉐프네 일 하던 시절에 알게 된 갑부 사업가에게 도와달라 연락을 하는데요. 그랬더니 이 양반이 대뜸 '내가 투자해 줄 테니 니 식당 으리으리하게 내서 폴이랑 맞짱 떠라'라는 대박 제안을 하네요. 어쩌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죠.


 그래서 나름 되게 열심히 메뉴 연구하고 연습하고 해서 천신만고 끝에 오픈한 식당은 대박이 나고. 미모의 실력파 쉐프로 홍보 되어서 계속 잘 나가는 주인공이지만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고 이 일이 즐겁지가 않고 그렇죠. 옛 친구들, 아빠 식당 생각도 나는데 그냥 돌아가기엔 아직 더 성공이 고프구요.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폴 쉐프가 이끄는 팀과 어느 갑부 연예인의 파티장에서 케이터링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요. 주인공이 야심차게 준비한 음식을 화려한 퍼포먼스의 맛난 음식으로 간단히 제압하는 폴 쉐프. 이때 매우 예상대로, 주인공의 비장의 무기로 '아빠가 해주던 소박한 국수'가 출동해서 좌중을 감동시키는데... 폴 쉐프는 이걸 또 되게 하찮은 무슨 차인지 맑은 수프인지... 로 한 방에 역전을 시키고 주인공에게 다가와서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자, 이게 내 마지막 교육이니 잘 들어라. 어차피 이 곳 사람들은 처음부터 내 팬이야. 나를 지지하기로 맘 먹은 사람들이니 내가 뭘 주든 날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들이 너를 열망하게 만드는 것이 요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야!!!"


 ...근데 그 순간 사람들의 핸드폰이 일제히 울리고. 폴 쉐프가 코뿔새를 잡아 요리하는 장면 영상이 인스타에 올라갔네요. 동시에 경찰에 신고도 들어간 모양인지 순식간에 폴 쉐프는 연행되어가요. 폴 쉐프는 '이런 비열한!! 난 다시 돌아온다!!!' 이러면서 끌려 나가는데 어리둥절한 주인공이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를 후원해준 그 갑부 사업가가, 예전에 자기를 직접 스카웃했던(그리고 잠시 사귀었던) 재능 부족 요리사와 함께 빙글빙글 웃고 있습니다. 


 크게 낙담하고 좌절한 주인공은 꺼이꺼이 울며 길을 걷구요. 계속 걷구요. 계에에속 걷는 가운데 태국 도심의 가난한 사람들 풍경이 스쳐지나가구요.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니 어느새 아빠의 국수 가게 앞입니다. 그 곳에 들어가니 당연히 아빠가 나와서 반기겠고, 동생도 나와서 반기겠고, 자길 참으로 아껴주던 동네 남자 사람 친구도 '나도 이 식당 일 돕기로 했어'라며 씨익 웃네요. 따뜻한 이들의 환대에 마음이 풀어진 주인공은 씩 웃으며 "지금 배고픈 사람?" 이라고 물은 후 자신의 웍을 들고 불을 붙이며 말합니다. 이곳이 내 식당이고, 난 이 식당의 쉐프야. 이 곳에서 나의 요리를 펼치...고 어쩌고 저쩌고. 이러면서 엔딩입니다.

 

 + 제가 위에서 엔딩이 맘에 안 든다고 했던 건 이런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주인공은 그 재수 없는 부자들에게 한 방도 먹이지 않아요. 계속 그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나중엔 아예 대놓고 이용 당하다가 그냥 '난 이런 건 싫어' 하고 집으로 돌아올 뿐이죠. 그러고선 허름하고 하찮지만 내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하는 이 곳이 나의 삶! 나의 일터!! 이러면서 행복을 찾는 건데... 이거 80~90년대 한국 드라마에 되게 자주 나오던 정신 승리 엔딩(...)이잖아요. ㅋㅋㅋ 이 장면에서 우리 옥밥님의 표정이 넘나 아름다우셔서 그냥 넘어가긴 했지만 이런 걸 해피엔딩이라고 들이미는 건 2023년엔 좀 아닌 것 같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 그랬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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