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참 요새 답답합니다.

 

결혼하고 보니 제가 원치도 않았던 모르는 사람들과 가족이 된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이건 너무 클리셰스럽다 싶지만, 제가 후천적 가족관계를 맺어서 가장 괴로운 사람은 다름아닌 '남편의 어머님'입니다.

 

왜 이렇게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하나라도 쉬운게 없는건가요!

 

중요한 건 제가 참 못된 사람인지라, 어머님이 그냥 싫다고 해야되나...그래요.

딱히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좋지도 않아요.

생각하면 딱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 5초만에 딴 생각하고 싶어지고요.

같이 어디 가야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고요.

제가 뭐가 문젠거지요?! 흑흑.

 

사실 제가 사근사근한 며늘아기 스타일은 전혀 아니올시다고, 시어머니도 똑부러지는 젊은 시어머니와는 1억만년 거리가 존재하거든요.

거의 70년대 시골 할머니와 같은 생활 패턴에 사고방식까지 꼭 그러합니다.

한 말씀 또 하시고 또 하시기 선수시고, 무슨 일만 있으면 '돈쓰지 말아라, 돈 아껴라, 싼거 해라' 라는 식.

안해도 되는 걱정을 하루 종일 하시면서 옆에 사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뇌이시는 것이 특징이시죠.

 

근데 저한테는 잘하시는 것도, 잘못하시는 것도 없거든요.

요즘 보면 사이코패스 같은 시엄니들 많으시잖아요-_-;; 그런분은 절대! 아니시고 오히려 순박하시고 착하시고 저 어려워하시고 그래요.

 

그런데도 이렇게 제가 몸서리 치는 건 딱 한 사건 때문이에요.

그 놈의 신혼집 ㅠㅠ 흑흑 ...........OTL

구구절절히 쓰면 신상 털릴 것 같지만, 너무 답답해서요.

신혼집 얻을 때 저희가 돌아다니겠다고 그렇게 말렸는데 굳이 당신이 불편한 몸 이끌면서 집을 알아 보셨어요.

저는 그 때 죄송했지요. 우선은 몸도 편찮으신데 그냥 집에 계시지...싶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어느 날 전화가 와서 받으니 시댁 근처에 집을 당신하고 남편될 사람만 가서 보시고는 계약을 하셨데요.

저한테는 뭐 상의는 커녕 저는 집을 보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집이 너무!! 후져서 그것 때문에 신랑될 사람하고 엄청 싸웠었죠.

그래도 신랑은 그럽디다. 편찮으신 노모가 알아주신 집인데 어떻게 욕하냐. 고마운 줄 알고 그냥 삽세. 뭐 그래야죠 어쩌겠어요.

근데 저는 그 때 되게 순진하게 동네도 괜찮고 전세매물도 없는데다 겨우 있는게 시댁 근처였으니 어쩔 수 없지 했거든요.

근데 이번에 막내시누이 분이 결혼을 하시는데 ㅠㅠ 시어머니가 그렇게 집 근처에다가 신혼집을 얻으라고 잔소리를 하시고 부탁하신데요.

그제서야 저는 알게 되었지요. 전세매물 어쩌고 다 그냥 집어 치우고 아들 멀리 보내기 싫으셨었나보다.....아아...그래서 이렇게 된건가보다. ㅠㅠ

 

저 자신의 머릿속을 깨끗히 비우고 시어머니의 좋은 의도만 꽉꽉 채워서 이런 생각하기 싫은데, 그게 힘드네요.

왜 이렇게 난 옹졸한 인간인가 ㅠㅠ어흑...

저 사건 하나 때문에 잘못하나 안하신 시어머니가 그렇게 미울수가 없어요. 생각하면 막 소름도 끼치고요.

그런데 남편의 어머님이시고, 남편키우느라 고생하셨고, 그래도 가족인데 생각하면 이런 제가 참 죄스럽고 밉기도 하고요.

노력해야되는데! 잘해드리려고 열심히 맘 속에 그래도 없는 애정이라도 심어야되는데! 그게 너무 잘 안되고 힘들어요.

겨..결혼하신 듀게님들....혹시 이런 분 계신가요. 힝.

너무 답답해서 뻘글 썼네요. 지금 또 시어머님과 함께 외출해야 되기 때문에 마음이 답답했나봐요.  

 

제 글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시면 우선 사과 드립니다. ㅠㅠ 사람 사는게 맘대로 안되네요.

 

 

 

 P.S. 새 게시판 너무 멋집니다. 사춘기소년님 정말 고생하셨네요. 전보다 훨씬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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