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양가 없는 연애를 많이 했었고, 남편은 32살에 1개월 동안 딱 한번 연애를 해봤어요. 그것도 여자쪽의 적극적인 대쉬로 말이죠.

동갑 친구로 36살에 우연찮게 만났을 때 둘 다 결혼은 못할(안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영양가 없는 연애에 지쳐 있었고 전남친은 헤어지기 전에 제가 나이가 많아서 네가 원하는 결혼은 못할 거라 했었어요.

들은 바로는 남편은 여자와 이야기를 길게 이끌어가지 못하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전 여친에게 재미가 없다고 차였고, 소개팅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해요.

남편은 그 흔한(?) 남중 - 남고 - 공대 - 군대 - it회사 - 격무였거든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알게된 날도 저에게 이직에 대한 상담을...ㅋㅋㅋ

저는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인 이직 이야기라 열심히 대화를 했었고, 남편은 다짜고짜 이직같은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잘 받아줘서 신기했대요.

그리고 몇달동안 친구로서 잘 지냈답니다.  가치관도 비슷했고, 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고, 미드와 영화를 보는 것도 비슷했고, 게임도 같이 했으니까요.

남편은 저를 좋아한다는 자각이 없다가 제가 인던 문제로 고정팟 지인들과 한번 크아앙했을 때 처음 깨달았다고 하네요. 저를 놓치기 싫었다구요.

둘 다 나이가 있어서 남편은 고민을 했대요. 고백했다가 거절 당하면 좋은 친구로서의 저도 잃는 거니까 차라리 친구로 오래오래 지낼까 하구요. 물론 저도 똑같은 마음.

그러던 중 어느날 새벽에 둘이 이야기를 하다가 고백 비슷하게 말이 흘러갔고, 마음을 확인했고, 연애를 시작했으며 불과 몇 달만에 결혼을 했어요.

생각보다 양가의 반대도 없었어요. 진짜 인연을 만나면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연애를 할 때 자존감이 낮은 저는 늘 불안해 했었고 상대는 그걸 참 잘 알아서 이용했어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연애를 할 때는 항상 결혼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구요.

웃기는 건 연애를 할때만 그렇고, 연애를 안할 때의 저는 평온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았던 겁니다.--;

지금 남편과 만나서 연애를 시작할 때도 상당히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전 남친에 대한 트라우마가 좀 심했거든요.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도 또 반대를 당하면 어떡하지라고 공포감이 컸구요. 그 어마어마한 공포감은 잘 이해를 못하실 거에요.

남편은 처음부터 결혼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이야기를 했고 양가에서는 별 말씀이 없으셨어요. 나이 들어서 결혼한다고 하니 어서 빨리 하라고...ㅠㅠ

그리하여 결혼 후 아직은 평온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제 얼굴이 확 달라졌대요. 전엔 어두웠는데 이젠 빛이 난다구요.

 

남편은 애처가가 꿈이었고, 화를 내지 않으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저흰 모든 걸 대화로 해결하기 때문에 싸울 일도 거의 없어요.

집안일도 저보다 더 많이 하고, 가계부도 남편이 쓰고 있어요. 전 돈관리가 귀찮거든요. 같이 내역을 보면서 둘이 경조사비와 저축, 양가 용돈 등을 의논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심심한 부부일 거에요. 주말은 항상 집에서 게임과 만화책과 치킨으로 보내니까요.

여행도 저흰 슬슬 다니면서 맛나는 거 먹고 손 꼭 잡고 산책하거든요. 남편 친구가 너네 무슨 재미로 여행하냐고...ㅋ

남편에게 제가 베프고, 저도 남편이 베프에요. 언젠가 이성적인 사랑이 없어져도 동갑내기 친구로 잘 지내자고 둘이 약속했어요.

으아아아아. 가끔은 남편이 너무 완벽해서 이런 남편을 차준 전여친님이 감사하다는 생각도 해요..--;

까칠하고 비관적인 제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걸 보면 남편 효과가 어지간히 좋은 모양입니다.

 

별거없는 바낭이지만 길게 적는 이유는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인연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할까 해서요.   

그때 그 인연을 잡을 만반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갑자기 허니와 클로버의 마야마가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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