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까지 "확산성 밀리언 아서"(이하 확밀아) 라는 게임에 빠져있었습니다.

이게 어떤 게임인고하니, 헐벗은 2D 여인네들이 그려진 카드를 가지고,

마찬가지로 헐벗은 적(주로 여자지만 헐벗은 남자들도 있습니다)를 때려잡는 그런 내용입니다.

플레이 방식은 자체는 대단히 단순합니다만 구성은 매우 기묘하게 짜여저서 나름의 깊이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입문은 쉽되 빠져들기는 무지하게 빠져드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붙잡고 있다보니, 어느새 저는 15만원 가까운 돈을 썼더라고요.

사실 15만원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는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것은 전혀 안 하고 이것만 붙들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스스로 콘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 계정을 공짜로 다른 분에게 넘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그 게임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니, 여파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웃긴건 모 커뮤니티에 계정을 넘긴다는 글을 남기자 '축하한다.' 라는 내용의 쪽지가 왔더란 겁니다.

이 게임에 중증으로 중독된 자들을 두고 스스로 '노라이퍼'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생활이 없는 자들이란 뜻입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과 카드가 아까워서 발을 못 빼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SFC시절이나 PC통신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중독적인 게임은 드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고 사행적으로 변해가는 게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확밀아를 보자면, 이건 명백히 사람을 오래 묶어두고 주머니를 털기 위한 상술로 가득합니다.

제가 15만원을 썼는데, 이건 다른 패키지 게임을 3~5개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심지어 그래픽의 완성도나 투입된 제작비도 비교도 안 됩니다. 확밀아는 아주 저렴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게임이죠.

물론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고 좋은 게임을 아닐 겁니다.

문제는 게임은 점점 유저를 과몰입 시키고(이건 게임 제작의 보편적인 방향이니 그렇다쳐도)

사행적으로 변해간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가장 가벼운 형태로는 DLC를 꼽을 수 있을테고,

중간 정도로는 MMORPG의 부분유료화 정책,

궁극적으로는 확밀아와 같은 형태를 띕니다.

 

그런데 MMORPG와 같은 부분유료화 정책은 처음 나올 때는 상당히 논란이 되었던 방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욕은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런 방식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확밀아와 같은 극단적인 과금 방식도 자연스럽게 여기더군요. (역시 욕하는 건 다르지 않지만요.)

 

확밀아를 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라고 말할 분도 있겠죠.

하지만 확밀아는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 1~3위에 드는 물건입니다.

매출로만 치면 (아마도) 1위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 중에 2% 정도가 과몰입자라고 한다면 그걸 단순히 개인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게임은 확밀아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러면 어느 정도까지는 사회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봅니다.

물론 저 역시 아청법이나 셧다운제 같은 몰상식한 규제를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형태가 되든 저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셧다운제와 같은 극단적을 방법을 반대할 때 내는 의견은 대부분은 이런 식이더군요.

 

"대한민국 컨텐츠 수출액의 최고를 차지하는 건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규제는 유저들의 자율에 맡겨야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같습니다.

이건 시장주의자들이 규제철폐를 말하면서 내는 목소리입니다.

문제는 유저들이 시장주의자들을 대변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하더란 말입니다.

저는 담배중독자가 담배회사를 옹호하며 "담배는 나쁘지 않아!"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더란 말이죠.

심지어는 좌파성향을 띈 분들도 저런 말씀을 하는 것을 왕왕 봤기 때문에 더욱 어리둥절하게 느껴졌죠.

글쎄요... 게임 회사가 그렇게 정의로울까요?

어차피 게임회사는 이익을 추구하고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유저의 주머니를 털어먹을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들이 절대악은 아닙니다만,  합법적인 내에서 돈을 뜯으려 하는 건 다른 기업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담배든, 술이든, 중독적인 성향을 띄는 물건은 국가가 나서서 규제를 하며, 또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셧다운제 같은 단순무구한 규제로 중독을 방지할 수 있으리라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정밀한 규제가 필요한 때가 왔고, 놔두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되리라고 봅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유저들이 게임의 중독성을 애써 부정하면서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제가 놓친 부분도 있을 거고,  잘못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부분은 댓글에서 보충이 되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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