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책의 원제목은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고 총 네 편의 중편(단편이라 불러야나요?)과 서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크로이체르 소나타에 다른 작품들이 묻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제목을 저렇게 적었습니다.

-서문은 작품의 이해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1.

가정의 행복은 이른 시기에 쓰여졌고, 나머지 세 작품은 톨스토이의 후기작이라 합니다.

현재의 제 수준에서는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고 이해가 쉬웠습니다. (가정의 행복 < 크로이체르 소나타 < 악마 < 신부 세르게이)

-신부 세르게이의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습니다.

 

2.

김동렬님의 사이트에서 거장이 되어가면 한단어로 된 작품을 쓴다고 하더라구요. 건강한 의미로서의 '오만'이라고나 할까요?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희생'이나 배창호 감독님의 '정' 같은 경우가 될까요?

 

톨스토이 역시 그런 거창한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네 편은 '사랑' 혹은 '결혼'에 대한 이야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말 그대로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작품은 '삶'이 될까요?

 

3.

여기 작품속에서도 자신의 결혼전 방탕함이 적혀있는 일기를 아내에게 강요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아시는 분은 익히 아시듯 톨스토이 역시 아내에게 그렇게 했었다지요?

톨스토이의 완전, 결백함, 매우 높은 이상에의 추구같은게 느껴집니다.

 

반면 아내는 무슨 죄인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다보니 세계적인 거장의 아내가 된 기분은 어떤것일까요?

톨스토이의 작품속에는 자기 자신과 아내의 삶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매우 많이 나(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오는데

매우 진솔하고 직접적인 이런 글들을 읽게된 기구한(?) 운명을 그녀는 어떻게 이해했을까요?

일반적인 가정에서라면 이런 이야기들은 어느정도는 가식과 금기로 언급되지 않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4.

악마 라는 작품은 정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무랄데 없는 아이와 아내와 살아가면서도 어떤 다른 여인에게 정욕을 느끼고 죽을만큼 괴로움에 뒤척여본 사람은

매우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을거라 봅니다. 바둑 고수가 수십 수 앞을 읽듯이, 톨스토이라는 고수는 그런 정욕의 끝의 여러 갈래를 머리속으로 수읽기 했겠지요.

 

금기, 혹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불리기도 하는, 정욕에 휘둘려본 사람은 알겁니다.

배고프면 먹으면 되고, 졸리면 자면 되는데 이 정욕이란 놈은 어찌할 수가 없으니까요.

옛 이야기 속 스님이 자신의 고추를 직접 잘라버리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김성종의 만다라였나 싶습니다. 결국 고추를 없애도 번뇌는 사라지지 않았던 듯)

 

5.

신부 세르게이 는 참 좋았습니다. 좋아한 뒤에 생각해보니 어딘가 바보 이반과 같은 이야기를 좀더 디테일하게 쓴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저는 세르게이의 고민과 번뇌를 극한까지 챙겨보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극한에서까지 자신을 채찍질하며 진실된 삶을 고민하는 모습에 눈물났습니다.

 

세르게이의 생각은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사람들을 치유하는 성자라는 명성이 퍼져서 사람들이 찾아오는걸 즐기게 되고, 그런 즐기는 자신을 자책하게 되고,

자책의 기도를 매번 올리면서도 그 자책이 공허하다고,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게하려는 기도라고 또다시 자책합니다.

 

*바르셀로나 인근의 몬세라떼 수도원에서 산책로로 가다보면 옛 수도승들의 토굴들이 있는데 읽으며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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