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2013.02.28 19:48

화려한해리포터™ 조회 수:4695

한 마디로 <화려한 시절> 이후 가장 대중적인 노희경표 드라마군요. 비록 일본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라 해도 말입니다.

 

1,2회 연방할 때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별로 재미 없더군요. '역시 노희경이네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를 쓰고도 재미가 없다니' 했죠.

그런데 시간이 나서 3회부터 6회까지 몰아보면서 '어 재미있어졌네' 싶습니다.

 

전 노희경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노희경 드라마는 모든 사람을 - 극중 설정이 '나쁜 놈'이라 할지라도 -

어느 시점부터는 불쌍하게 묘사하고 이런 '하느님 병'이 한국드라마 전반에 퍼져 있다고 보거든요.  

가해자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희생자들보다 더 많이 울고 불쌍하게 그려지면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미화한다는 느낌이 들죠.

그래서 노희경 드라마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가 되곤 했죠.

 

이 드라마에도 그런 노희경의 특징은 여전히 있습니다. 임신한 여친을 버리고, 빚을 갚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 행세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접근한

오수(조인성)는 제 예상대로 눈물을 흘리며 울지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조인성을 증오하는 김태우와 정은지가 있고 - 정은지야 일방적인 증오심만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

조인성을 의심하면서 압박하는 배종옥과 김영훈이 있고, 언제든지 조인성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서효림도 있으니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가 없죠.

노희경의 장점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부분도 있습니다. 사랑에 냉소적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왜 김규태 PD가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자고 노희경 작가를 설득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반면 노희경 대본의 주요 특징인 내레이션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사는 필요할 만큼 있되 배우와 영상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 드라마를 끊기도 하죠. 다른 작가의 드라마에선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노희경 드라마에서 이런 엔딩은 보기 힘들었죠.

정말 노희경이 대중성을 위해 자신의 개성을 덜어내고 타협했다는 말이 맞네요.

 

연기는 송혜교가 좋고, 비주얼은 조인성이 좋죠. 달리 표현하면 송혜교의 비주얼은 전만 못하고, 조인성은 아직도 힘이 들어간 과장된 연기를 하네요.

하지만 둘다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김주혁-문근영보단 낫습니다.

주제가가 남발되지 않아서 좋긴 한데 대신 경음악이 많네요. 특히 배종옥과 김규철이 함께 나올 때 코믹한 BGM은 꼭 필요했나 싶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이 드라마는 종전에 1위를 했던 <7급 공무원>이나 <아이리스 2>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이게 노희경의 오리지널 대본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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