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CTV 뉴스를 보다가 문득....

2013.03.10 20:01

01410 조회 수:1417

(개인공간에 먼저 끼적거렸던 거라 평어체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오늘 낮, 중국 CCTV 뉴스(중문국시) 보다가 느낀 것들 :

1. 철저히 공산당, 그 다음 국제정세, 그 다음이 다른 소식들로 채워진다. (어쩌면 대외용 채널이라 이렇게 편성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중국 가서 BTV 봤을 때도 비슷했다.) 전인대 소식은 뭐 알려진 대로니까 크게 인상적인 건 없고, 다만 푸통화로 사람 이름 읽는 게 한국어 표기랑 조금 다르다. '리커창'이 아니라 '릐커치양' 비슷하게 들린다.

근데 쟤들은 리포트 하나에 무슨 3분이 넘어가냐(...) 중화권에서는 뉴스도 신문이라고 표현하는데, 문자 그대로 신문기사를 읽는 느낌이다. (이건 대만이나 홍콩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의외로 미국식 리포팅 체계가 잘 잡혀 있다.) 다만 중국이 빨리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지긴 하는데, 요즘은 서양 방송개념을 적극적으로 많이 들여오고 있고 많이 바뀐다. 오늘 전인대 직조 생중계하는 기자는 5분 넘게 원고도 안 보고 직접 마이크들고 얘기하는데, 어떤 의미로는 ㅎㄷㄷ...


2. 북한과 한미연합군 키 리졸브 훈련을 보도하며 우리나라 국군 화력시범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KBS 등 방송3사 뉴스보다 오히려 저 동네 CCTV 뉴스에 나오는 화면이 더 간지나는 건 왜일까(..)


3. 그런데 이 중요한 판국에 ㅡ CCTV는 자료화면과 KBS를 인용해서 북한반응을 보도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평양에 있는 주재기자를 불러내서 직조(중계)를 때려서 특파보도할 텐데... 이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북한 편을 안 들고 있단 얘기다. (뭐 그렇다고 딱히 한국편 드는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CCTV 뉴스 보며 느끼는 건, 지금 중국은 곤혹스러워 한다는 거다. 중국은 일종의 꽃놀이패로 댜오위다오를 국제무대에 갖고 나오면서 써먹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 동맹을 견제하고 양안관계에도 변수로 써먹으면서, 나아가 중국내 집안단속까지(내부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자) 일타사피로 합종책을 펴려는데, 뜬금없이 북핵이 튀어나와 곤혹스러워하고 귀찮아하는 티가 역력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북한 덕택에 대만을 못 먹었다.(..) 대만침공 준비하는데 한국전쟁 터지는 바람에 중국 입장에서는 인민의용군이 갈려들어가고(...) 3년이나 역량이 분산된 꼴. (그리고 진먼댜오에서 중국군은 역량을 회복한 대만군에게 문자 그대로 코피 터진다.)


4.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정말로 빡친 중국과 미국이 무슨 연합국마냥 북한을 분할점령해버리는 시나리오.

중국이 북한을 봐 주고 있는 건 그 지역이 서방과의 완충지대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일텐데, 이런 식으로 북한이 중국 통제를 벗어나면 중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북한을 제압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중 국의 '니즈'를 상정해보면, 1)체제 안정을 위한 외부 변수의 감소. 2)동해로의 영향력 확보. 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저런 돈먹는 하마(..)같은 북한을 혹달린것마냥 걍 놔두는 것은, 북한이 뭘 어떻게 지지고 볶든 중국 입장에서는 조용히 (친중 성향의) 완충지대로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중국 안으로 외부 영향력이 직접 행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 일당체제의 붕괴다. 사실 중국 공산주의는 이미 어느 정도 자본화되어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적어도 수십 년간은 안정된 체제 속에서 경제를 성장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불안요소로 떠오르는 게 하필이면 북핵이다. 북한은 체제 자체도 국제적으로 문제지만, 여기에 핵문제를 끼게 되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진다. 미국이나 서방이 당장 가만 안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서방이 동북아 문제에 '개입'한다고 볼 수도 있고, 중국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 당장 천안함 사건 때 서해에 미군항모 들어오려니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게 중국이다.

이 상황에서 오히려 강대국들이 불안정을 세력확장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북한을 무력으로 해체시키는 시나리오는 현재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 경우에는 피는 한국군 (육군) 병력이 흘리고, 돈은 미국이 쏟아부으며(..,) 중국은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지상군을 신속 전개시켜 점령해버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을 때, 문제는 중국이 과연 군대를 철수시키겠느냐 하는 것.(,...) 티벳도 위구르도 깔아뭉갠 전력이 있고 지금 난사군도나 센카쿠(댜오위다오)의 땡깡을 참고해도 좋다. 1949냔 이후 중국 군사력은 베트남을 제외하곤 철수한 역사가 없다. 특히나 북한과 러시아에 막혀 동해로의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던 상황에서 그 리미터가 해제되었을 시에 과연 중국이 순순히 그걸 도로 내려놓으려 할까? 믿기 어렵다. 즉 이 시나리오상에서는 한중 국경이 고려시대의 그것이 되어 버린다.-_-;;

어떻게 보면 좀 과도한 가정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예가 없지 않다는 게 문제. 외교관계에서 이익의 합의에 의해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았다. 폴란드는 육군 강국이었지만 독-오-러 삼국에 의해 분할 멸망했었고, 포츠담이나 얄타 회담은 사실 땅따먹기(...)에 진배없다. 그런 일이, 북한에 일어나지 말라는 일도 없다. 중국 입장에선 일거양득이 되고, 미국 입장에서도 아주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우리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지만 가장 힘이 약하다. 일본은 어떤 콩고물을 받아 먹을지는 모르겠다.


5.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비슷한 사례가 최근 마산에서 일어났다.(...) 통합창원시의 역학관계에서 마산, 창원, 진해의 니즈를 모두 채우기 위해 희생당한 것은 마산야구장이다. 창원은 시 청사를 지키고, 마산은 도청을 이전해 와서 좋고, 진해는 야구장 하나 받아서 좋고. 힘없는 야구계와 엔씨를 대상으로 서로 사이좋게 이익을 나눠가진 것이다. 이런 일이 국가 단위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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