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오랫동안 게임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기간동안 제대로 해 본 MMORPG는 몇 개 없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리니지 비스끄므레한 무협RPG는 한 이틀 하다 때려치웠고,

마비노기는 2시간 제한의 압박+양털깎기와 과일 얻자고 엄한 나무를 두들겨 패기 지겨워 일주일 남짓 하다가 관뒀죠.

WOW는 예전 회사 선배의 권유에 조금 하다가 사흘만에 땡.


아무래도 저한테는 MMO의 게임 방식이나 호흡이 영 안 맞는 듯합니다. 지겨워요. 별 재미 없어요.

일단 아이템 파밍이라는 개념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디아블로2도 안다리엘 죽이고 좀 더 하다 말았어요.

(그래도 보더랜드2는 계속 하고 있군요. 이거야 뭐 기본은 FPS니까...)


하지만 이런 저도 꽤나 열심히 한 MMORPG가 있습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드래곤볼 온라인(...)


이걸 한 이유는 별 거 없었어요. 진짜 딱 하나, 드래곤볼이라서 했습니다.

그놈의 초사이어인 한 번 되어 보겠다고 이 게시판에도 서식중인 친구 누구씨랑 둘이서 참 열심히 했습니다.


이 게임은...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캐릭터/직업별 밸런스가 개판이기로 유명했고, 재배맨 온라인이라 불릴 만큼 태반의 몹이 이런저런 재배맨 변종들이었으며,

한동안 무공술이 도입되지 않아 초사이어인이 바이크 타고 뽈뽈뽈 다녀야 되는 거지같은 광경을 연출한 게임이었습니다.

이거 말고도 하여간 이런저런 단점들이 산재한 물건으로,

나름 드래곤볼 테이스트를 잘 살린 그래픽과 세계관, 스토리가 아깝기 그지없었죠.


그래도 저와 친구는 이걸 열심히 했습니다.

어쨌든 드래곤볼이었고, 그나마 재미가 없지는 않았고,

난생 처음 뛰어본 '레이드'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어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파티 맺고 던전에 들어가 팀플레이로 보스몹 때려잡는 거, 안 해본 사람은 모를 재미죠.


하지만 우리가 키우던 클래스가 대규모 패치로 자타공인 쓰레기 캐릭터가 된 이후, 산뜻하게 접었습니다.

밸런스 잡는 게 그렇게 힘든가...왜 패치할 때마다 그 모양인지.

참는데도 한계가 있었죠. 거지같은 게임 애정으로 해 줬는데 레이드고 필드사냥이고 못해먹게 만들어 놨으니

뭘 더 하겠습니까.


그 이후로는 눈도 안 돌리고 있어요. 온라인 게임은 몇 가지 하는 게 있지만 RPG는 아닙니다.

얼마 전 옛 추억에 홈페이지 잠깐 들러 봤더니 아직 안 망했더군요. 놀라워라.

서버는 한개 뿐이지만 어쨌든 굴러가고는 있는 모양입니다;


여튼 이 드래곤볼 온라인 트라우마가 꽤나 심해서, 앞으로도 MMORPG는 눈도 안 돌릴 듯 합니다.

가끔 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게임을 보면 화려한 게 이뻐보이긴 합니다만,

그 세계에 들어가서 얻게 될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면 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드래곤볼 온라인과 비교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사람들 평가를 들어보니 발생하는 문제는 대동소이한 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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