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학교 폭력 만연은 총체적인 시민의식 부족 때문이라 생각해요.

아이들 사회라는 게 결국 어른들이 만든 사회의 축소판 같은 것인데,

우리나라가 정의구현이나 준법정신 같은 의식은 매우매우 낮은 반면 어떤 집단이든 정이나 의리 같은 감정적인 연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죠.

그런데 그게 진짜 정이나 의리냐면, 정과 의리로 포장된 권력 구조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니 정의를 구현하기보다는 당하는 사람이 바보,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라며 까는 쪽이 공감대가 더 크게 형성되고요.

그런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범죄 신고나 고발에 대해서 사법 기관들마저도 굉장히 허술하게 대응해서 뻑하면 신고한 사람이 복수 당하는 일을 만들고요.

 

사실 아무리 전인교육을 하고 담임이 애를 열 명씩 맡고 운동도 시키고 성적 줄 세우기를 안 해도 어차피 왕따는 생기거든요.

그렇게 해서 왕따나 청소년 자살을 방지할 수 있으면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 나라에선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늘 발생하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유토피아 정도로 여겨지는 북유럽에서도 왕따, 학교폭력, 아이들의 자살 등등 모두 있으니까요.

많고 적고의 차이,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차이일 뿐.

 

결국 없앨 수는 없고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저는 아이들에게 시민의식을 교육하지 않는 한 어떤 제도적 방법도 근본적으로 소용없다고 봅니다.

불의를 신고하는 것은 그저 배신이고 의리없는 짓이며, 괜히 나서면 나까지 손해를 받게 된다는 의식이 이처럼 팽배한 사회에서 왕따를 위해 나서줄 아이들은 나올 수 없어요.

왕따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어차피 소수입니다. 피해자도 소수예요. 가장 많은 다수는 사태를 바라보는 3자들이죠.

학교폭력의 많고 적음은 그 방관자들 중 “그래선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높아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올바르다 여기는 사회적 공감대와 시스템이 필요하고요. 한 마디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용기를 배양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일 때나 성인이 되고 나서나,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늘 권력에 대한 굴종과 복종을 교육받죠. 그러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순 없어요.

 

요즘들어 자주 나오는 얘기죠.

학교에서 지리, 역사만 가르칠 게 아니라 시민의식, 노동 권리 등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아직 전혀 시도될 걸로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데서 발전을 기대해도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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