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잔나를 봤습니다

2024.01.05 14:23

돌도끼 조회 수:331

소리소문도 없이 1월 4일에 개봉했습니다.

걍 '원서머나잇'이나 한번 더 듣자...는 생각으로 봤어요. 상영하는 곳도 거의 없는데 사람도 없더군요. 한 다섯명도 안되었던듯...



대만의 송존수 감독이 홍콩 출장가서 찍은 영화입니다.
70년대에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히트작이었고 사운드트랙은 지금까지도 인기가 안식었죠.

한국 한정으로, 한중합작으로 만든 한국영화이고 김정용 감독이 공동 연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홍콩판 크레딧에는 합작이란 문구도 안나오고 한국측 제작자도 없습니다.

그시기에 한국정부는 한국배우가 세명 이상 참여하고 감독이 한국사람이면 합작으로 인정해줬다든가 했던 모양이고, 그래서 한국배우 몇명이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면 한국 감독 이름을 날조해 집어넣고는 합작이라고 위장한 사례가 빈번했죠.

이 영화에, 세명의 한국배우가 나옵니다. 여기서 애매한게, 이 세사람이 주연급이거든요. 여주 엄마, 여주 동생, 남주(그치만 크레딧 순위로는 한참 밀리는...) 한국이 배경으로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진짜 합작 영화가 맞을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이것도 한국 한정이지만, 짜가 속편/리메이크로 볼 수도 있는 영화죠. 제목이 [사랑의 스잔나]인데, 영화 전체에서 '스잔나'란 단어가 단한번도 안나옵니다.

이 영화 나오기 몇년 전에 [(리칭의) 스잔나]가 국내 개봉되어 미친 인기를 끌었더랬습니다. 이 리칭의 [스잔나]란 영화가 아마도 지난 수십년간 국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온 불치병 멜로의 원조일겁니다. 영화 자체는 이제 잊혀졌지만 그 영향력은 엄청났죠. 한참 뒤에 나온 딱히 관계없는 영화의 제목에 스잔나가 붙었을 정도로...

[사랑의 스잔나]의 원제는 [추하]입니다. 리칭의 [스잔나]와의 관계는...?
두 영화 다 사이 안좋은 자매 나오고 불치병 나옵니다. 그니까 스토리가 대충 비슷한 거죠.
제작사도 다르고 각본가도 다르고 주인공도 다른 영화를 스토리가 비슷하다고 같은 제목을 붙여버린.... 어쩜 처음부터 일부러 비슷하게 만든 아류일 수는 있겠는데 한국에선 제목까지 같게 만들어서 아류를 넘어선 짝퉁으로 만든 거죠(혹시 진짜 합작이 맞는 경우에는 한국측이 비슷하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을지도...?)

뭐 영화 개봉 후엔 두 영화 다 영화속 여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한국에서 히트했고, 주연 여배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선 리칭도 [스잔나]도 [스잔나]에서 리칭이 불렀던 노래도 다 잊혀졌지만 제목을 베낀 아류작 [사랑의 스잔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추억의 영화가 되었죠.

[사랑의 스잔나]에는 '원서머나잇'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까...

그럼 원조 [스잔나]와는 별 관계 없었던 이 [추하]라는 영화는...
제목이 [추하]이고 여주인공 이름이 추하, 추하를 연기하는 배우가 당시 주목받는 신인이던 소녀가수 진추하ㅂ니다.
진추하의 영어 이름이 첼시아 챈이고, 영화의 영어 제목은 [내사랑 첼시아]. 영화속에 수많은 곡들이 나오는데 그게 대부분 진추하 노래들입니다.
그니까... 아이돌 영화예요. 대~충 한국으로 치면 이지은양이 지은이란 제목의 영화에 지은이 역할로 나와 자기 노래를 잔뜩 부른 것 같은 상황...

지금의 아이돌 영화는 팬이 아닌 사람은 오글거려서 보지도 못하게 만들지만, 70년대는 그런 시대가 아니니까, 이 영화는 걍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평범하고 멀쩡한 영화ㅂ니다. 대신에 70년대 멜로물을 지금 보면 오글거릴 가능성은 있죠.

그니까, 평범한 영화ㅂ니다. 졸/망작은 아니지만 걸작도 아닌. 홍콩이나 기타 해외에선 한국만큼 히트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치만 워낙에 우리 국민들이 불치병 멜로를 사랑하지 않았겠습니까. 영화가 당시 사람들 구미에 딱 맞아떨어졌던...

거기다 '원서머나잇'이 있으니까요ㅎㅎ

영화의 마지막 20분 정도는 느닷없이 한국관광홍보영화로 변하는데... 이 부분이 지금 와서는 의외의 스펙터클입니다ㅎㅎ 70년대의 한국의 모습은 현재의 한국사람들에게는 신기한 광경이니까요.



이번에 개봉한 버전은...
시작할때 제가 싫어하는 포춘스타 로고가 나와서 깼습니다. 저런건 디비디에나 넣을 것이지 극장에서까지 보게되니...(어쩌면 상영중인 버전이 극장상영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 뒤로 80년대 골든하베스트 로고(네모가 하나씩 생기는 그거)가 아닌, 70년대 골든하베스트 로고가 나온 건 좋았습니다. 요새 비됴건 뵤디건 뭐건간에 골든하베스트 영화라면 닥치고 모조리 80년대 로고로 바꿔치기해서 내보내는 게 좀 그랬었는데...(이소룡 영화라든가...)

개봉전에 4K 리마스터라고 언플을 한 모양인데 4K는 고사하고 2K급도 안되는 디테일입니다. DVD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 같았어요.(제가 시네마테크에서 DVD로 상영하는 영화를 꽤 봤거든요. 잘빠진 DVD는 극장에서도 꽤 볼만합니다.)
뭐 실제로 '스펙'이 4K였을 수는 있으니 영화사가 거짓말은 안한 걸 수도 있지만 4K'끕'은 절대 아닙니다.

사운드는 서라운드로 리마스터했어요.
뭐 이런 영화에서 서라운드 사운드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만, 그래도 음악이 중요한 영화니 음악이 스테레오로 나온다는 건 득이겠죠.
그치만, 홍콩영화의 서라운드 리마스터란게 좀 그렇죠... 조금 듣기 괴로운 면이 있었어요.
전체가 다 리마스터된 것도 아니어서, 사운드트랙 음반에 실리지 않은 부분, 예를 들어 추하가 처음 '원서머나잇'의 데모를 들려주는 장면의 피아노 소리 같은 거는 지직거리는 원본 사운드가 그대로 들립니다.
때때로 원본과 리마스터 사운드가 교체되는 순간 소리가 확 변하는게 고스란히 들리고요. 홍콩영화 DVD 등에서 악명높은 밸런스 문제도 있고...

거기다 화룡점정을 찍는 부분은,
영화 말미에 우리 가곡 '봄처녀'가 나오는데, 이부분을 지들이 못알아듣는 노래라고 막 맘대로 짜깁기를 해서 걸레를 만들어놨어요.('님찾아 가는 길에'만 한 열번은 반복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추하에게 해설해 주는 남주(한국배우)의 대사는 또 제 가사대로 나오니 들리는 노래소리하고도 안맞고, 엄숙하게 만든 장면이 완전히 코미디가 되어버립니다.(그렇게 느끼는 것도 한국 한정이겠지만요)
원래는 안이렇고, '봄처녀' 전곡이 온전하게 다 나왔어요.

그니까 그림으로도 소리로도 좋은소리는 별로 못하겠습니다만 뭐... 극장에서 상영해주는게 고맙다는 계열의 영화니까...
그래도 사운드트랙에 실린 노래들은 들을만하게 나와요ㅎㅎ


글구...
혹시나 싶긴 했는데... 광동어 더빙판이었습니다. 북경어 영화인 걸로 알고있는데...


이번에 48년만에 재개봉이라고 하던데 48년전에 했던건 한국판이고, 이번에 개봉하는 건 홍콩판이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똑같은 영화는 아니죠. 사람들 추억속에 있는 영화가 이 홍콩판인 것도 아니고... 저도 나이가 어려서 한국판은 못봤어요. 한국판은 비됴로도 나온적 없고, 극장개봉 이후에는 공개된 적이 없다는 것 같습니다. 완전 사라져버린게 아니라면 발굴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싶기도...







한줄요약
'원서머나잇'을 원곡으로 극장에서 듣고싶으신 분은 보러가세요.




-개봉과 동시에 국내 ott에 풀렸다고 하네요. 티빙등에 있다는가봐요.

나름 기대를 가지고 들여와서 작년말에 시사회도 하고 47년만의 개봉을 할 예정이었나 본데 극장을 못잡았나봐요.





[사랑의 스잔나] 말고 그냥 [스잔나]에 나온 '청춘무곡'.
정정이 부르고 리칭이 립싱크합니다.
민요에 가사를 붙인 노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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