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논란 정리해보면.

2013.03.27 13:17

유로스 조회 수:3460

1. 강제해야 할 필요가 있냐? 라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교재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강의입니다. 교재 강독 형식이기 때문에 교재 없으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총 2권을 사라고 했는데, 한 권은 '문학과 성'이라는 강의에서 쓰는 [문학과 성]이라는 제목의 책이고, 

수업계획서에 따르면 344쪽짜리 책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룬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 권은 중간고사 대체 레포트의 독후감 대상인 책입니다. 

중간고사 대체 레포트는 전체 점수의 40%를 차지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강독 수업에서 교재 가져온 사람이 거의 없어서 교수가 직접 자기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업 자체가 진행이 힘들 만큼 학생이 비협조적일 때는 아무리 자유를 사랑해도 강제수단을 쓸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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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값은 13800원, 12000원입니다. 

최저가로 따지면 한 권은 ebook으로 7000원, 한 권은 인터넷 서점에서 10800원입니다.(인터뷰에서 비싸면 ebook 사라고 함) 

구내서점에서는 더 쌀지도 모르겠군요. 


여하튼 공식적으로 최저가는 17800원입니다. 

3학점짜리니까 학점당 6000원 투자하는 셈이군요. 참고로 연대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이 학점당 20만원 정도 됩니다.


물론 물려받는 것과 중고책 사는 것도 사유서 쓰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연대 게시판에서 가짜 영수증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물려받는다 해도, 작년에 600명 중 50명도 안 샀는데 누구한테 어떻게 물려받을지가 더 문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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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포트 제출 마감시한은 5월 8일입니다. 그 이전에만 사면 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학기 초에 책을 한꺼번에 사야 해서 부담이 크다고 하는데, 

레포트는 기한 내에만 내면 되고 기한은 아직도 한참 남았습니다. 

오늘부터 5월까지 하루 500원씩만 아껴도 17800원을 모아서 책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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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물려받거나 중고로 사는 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작년에 10%도 안 샀는데 물려받을 책이나 중고책이 그리 많을 리 없죠)

그리고 그런 경우는 사유서 내면 인정이 되므로 논의에서 제외됩니다.


연대 도서관에는 3권밖에 없으니 빌려볼 수도 없고,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해도 대여기간이 짧기 때문에 한 학기짜리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저 같으면 다른 도서관에 대여기간 끝날 때마다 왔다갔다 하는 차비와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하루 500원씩 아끼고 책 사보겠습니다.


그 학점당 6000원이 그렇게 아까우면 교수에게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볼 테니 봐달라고 말이라도 해보겠어요. 게시판에 영수증 조작법부터 공유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인터뷰 내용을 봐도, 마광수 교수가 그런 걸 용인 안 하겠다고 나올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도서관 대출 인증샷이라도 첨부하면 마광수 교수가 그걸 무시할까요? 불러도 도망가는 상황에서도 전자출결 고수하는 양반이?


무슨 대단한 함무라비 법이라도 만들어서 학생 쥐어짜는 게 아닙니다. 그냥 책은 웬만하면 사서 보라는 걸 예외 인정해주면서 좀 강하게 하겠다는 거잖아요?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수업도 억지로 출석 체크하고 앉혀놓는 게 치사한 거야. 그래서 방침을 자유를 주겠다, 전자출결로 학생증만 찍어라, 했다고. 그런데 학생증만 찍고 도망가는 거야. 제가 불러도 가버려요."


억지로 출석하게 하는 게 치사해서 자유를 줬더니 교수가 불러도 전자출결만 찍고 도망가버리는 식으로 악용하고, 

책 검사 안 하니까 강독 수업에 책 안 들고 오는 애들이 90%를 넘고,

레포트 자유롭게 쓰라고 하니까 인터넷에서 남이 쓴 거 사다가 짜깁기해서 내고,


그래도 계속 자유를 주다가, 보다 못해서 중간고사 전까지라도 책을 사서 영수증 붙여 내라고 한 건데,

정말 돈이 없으면 교수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면 책을 주기도 했다는데


학생들이 한 건 게시판에서 가짜 영수증 만드는 방법 공유하는 거였죠.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으면 된다, 레포트를 꼼꼼하게 채점하고 짜깁기나 컨닝을 걸러내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치사한 방법(그 방법이야말로 교수의 권한을 휘둘러 학생들을 강제로 공부하게 만드는 '꼰대'식 방법 아닌가요?) 안 쓰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자유롭게 수업하기 위해서 자율에 맡긴 건데요.


마광수 교수가 인터뷰에서 이젠 학생들을 믿을 수 없다고 한 건 그런 맥락입니다.


 

책 가져와라 필기 검사한다, 출석 일일히 부르겠다, 매주 레포트 내라, 중간고사도 본다, 레포트 짜깁기 걸러내는 프로그램 쓰겠다 하면


교수 손해일까요 학생 손해일까요?


소위 말하는 '놀자강의'라도 교수가 그냥 학생들 공부하지 말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알아서 공부하라고 그러는 거란 걸


진짜로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설렁설렁 해도 학점 잘 받을 수 있다는 걸 악용하는 걸까요?




'도'를 넘지만 않았어도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얼핏 반응만 보면 뭐 대단히 빡빡하게 꼰대질한 건 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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