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일상화된 나라

2012.01.28 17:47

데레데레 조회 수:4917

나꼼수 사람들의 성희롱적 언행으로 게시판이 시끌벅적 하네요. 지지자들에게 비키니 사진을 보내줄 것을 독려하고, 보내온 것들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이 조금 충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충격받을 것도 없습니다. 그들 역시 (나쁜 의미의) "일반적인 한국 아저씨" 감성을 가득 가진 사람들에 불과히니까요.

 

대학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걸 처음 접했습니다. 페미니즘을 함께 공부하던 친구 중 많은 이들이 성 문제에 대하여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부장제, 성적 권력관계, 성폭력" 등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았죠. 엄격한 잣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들은 마초로 비난받기 일쑤였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한 남자선배가 술자리에서 소주병샷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공부한 친구들은 그 행동이 남성성을 과시한 행동으로 여성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했죠. 당시 페미니즘을 공부하던 친구들의 발언권이 꽤 강한 편이어서 그 남자선배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습니다. 이런 엄격한 잣대로 인해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갖는 남자들이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경우에는 엄격한 잣대가 좀 불편하기도 하였고 가끔씩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가부장제, 남녀간 권력관계의 문제 등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버하는 것처럼 비칠수도 있는 그런 문제제기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건 정말 우리나라는 성희롱으로 가득찬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대학때 불편함을 느끼던 엄격한 잣대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추고 그래서 때로는 무섭기까지 한 직장상사는 술만 먹으면 여직원에게 블루스를 추자며 들이댑니다. 당연히 거부하는 여직원들이 있습니다. 이 놈은 자기의 성추행을 거부한 여직원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날 낮에 업무로 그 직원을 깨죠. 업무실력은 좋은 편이라 낮에 혼내는 말이 완전 억지는 아니어서 더 짜증이 납니다.

 

어떤 직장선배는 본인의 학생운동 경험을 은근히 내세우길 좋아합니다. 열성적인 노무현지지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씩 술을 먹으면서 그를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열혈 물살롱 매니아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그 선배는 술을 잘 먹지 않는 후배들을 술자리에서 혼내기로 유명합니다. 직장내에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일상에서도 관철하려는 불편한 사람이죠.

 

그것 말고도 대학 때 사용한 엄격한 잣대로 보면 직장생활은 성희롱의 복마전이라고 할만 합니다. 옷차림으로 시비거는 사람, 노골적인 음흉한 시선,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음담패설 등등.

 

우리 회사만 이상한 곳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매우 일상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유명해진 강모이나 더 오래전 실제로 성추행을 해서 유명해진 최모의원 등 성희롱으로는 한나라당 정치인이 뒤쳐지지 않네요. 하지만 민주당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전에 신문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차관급이라죠) 중 민주당이 추천한 양 모 위원과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영화배우 출신 최모 의원이 룸살롱에서 놀다가 걸린 일이 있습니다. 양 모 위원은 제가 알기에 언론운동으로 유명한 분이라 민주당 몫으로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고, 최모의원도 꽤나 진보적일꺼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대기업이 돈을 부담한 룸살롱 자리에서 둘이 놀았다는 사실이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식당만 가도  성희롱 장면을 숱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시급 4천원 남짓 받으며 힘들게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술이라도 따르라는 남성들은 정말 흔하게 목격할 수 있죠.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정치적 이념이나 부와 크게 관계가 없는 듯 합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다들 그런 놈들이 있네요. 그리고 나꼼수로 인해 진보진영의 마초가 한명 더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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