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킬러 노블레스 클럽 : 원제는 Monster Party, 2018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9분. 장르는 스릴러/호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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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제 창작자들의 창의력에 경배를. 킬러 노블레스... 뭡니까 이게 정말. ㅋㅋㅋ)



 - 남자 둘, 여자 하나로 이루어진 좀도둑 3인조의 업무 수행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금고 비밀번호를 집안 물건들로 유추해서 말도 안 되게 금방 풀어내는 걸 보면 딱히 전문 범죄자들을 다룬 영화는 아닐 것 같구요. 어쨌든 나름 똑똑하고 손발 잘 맞는 애들로 봐달라는 것 같긴 해요.

 근데 그 중 백인 남자애가 사정이 안 좋습니다. 아버지가 도박 중독으로 사채를 빌려 쓰고 못 갚아서 손가락을 잘렸거든요. 며칠 안에 1만 달러를 구하지 못하면 목이 잘릴 겁니다. 그래서 여자 동료가 알바 뛰는 언덕 위의 갑부집을 털기로 결심하는데. 하필 그 날이 또 그 집 파티 날이네요. 손님 여럿이 도착해서 분주한 틈을 타서 집안을 수색해 도둑질 플랜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데, 그 순간 흑인 남자애가 그 집 아들래미에게 붙들려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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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감 없는 주인공님들)



 -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모르고 보는 게 나을 정보... 가 있는 영화에요. 근데 이걸 얘기 안 하면 영화에 대한 얘기가 아예 불가능해져서 그냥 툭 까놓고 말하자면, 그 집 식구들과 손님들의 정체는 사이코 살인마들입니다. 다행히도 무슨 정신적 지주 같은 걸 만나서 다들 살인을 끊는데 성공했습니다만. 알콜중독자 모임 비슷한 살인중독자 모임을 만들어서 서로 금단 증상 스트레스도 풀고 결속도 다지고 그러며 살고 있었던 거죠. 근데 하필 그 날 집주인네 말썽쟁이 아들래미가 성질을 못 참고 살인을 저질러 버리고, 그들이 모두 실수로 술 한 잔을 마셔 버린 알콜중독자들마냥 미쳐 날뛰는 가운데 우리의 운 없는 주인공이 어떻게든 이 집에서 살아 나가려고 몸부림 친다!!! 뭐 이런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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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거의 95%가 집주인 가족과 손님들이 맡습니다. 요기 가운데 분은 로빈 튜니시구요)



 - 장점을 말하자면 소재의 독특함입니다. 살인중독자들의 금살 상담 모임! 도망갈 길이 없는 집구석에서 미친 살인광들에게 쫓기는 좀도둑들! 나름 참신한 편이죠. 그리고 그 중독자들의 광기는 잘 캐스팅된 배우들의 생김새(...)와 연기, 그리고 고어 난무하는 폭력 장면으로 충분히 잘 살려줘요. 덕택에 긴장감도 괜찮고 미쳐 돌아가는 분위기도 그럴싸하고 볼만 합니다. 대략 중반까지는 그래요.


 그런데 중반부터 좀 스탭이 엉키기 시작합니다. 일단 주인공들의 '손발 잘 맞는 프로 좀도둑들'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전혀 활용되지 않습니다. 전 당연히 얘들이 뭔가 자기네 기술들을 써서 위기를 탈출하고 그런 게 나올 줄 알았죠? 그런 거 전혀 없어요. 그냥 도망자 1, 2, 3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도입부에 보여준 그 장면이 완전히 잉여처럼 되어 버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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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팅이 잘 되어서 빌런들 구경하는 재미는 괜찮습니다. 이 분 '보슈'에도 나오고 '존윅'에도 나오고 자주 보이시죠.)



 또 자기네가 만들어 놓은 매력적인 떡밥을 잘 살리질 못합니다.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무슨 아이디어 같은 게 없어요.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살인마들도 각자의 캐릭터가 부족하거든요. 대화 장면에선 나름 각자 역할이 있는데 실제 액션에선 다 그냥 평범해집니다. 주인공들은 애초부터 평범했으니 결국 영화의 본론은 그냥 도망가고, 잡힐 뻔하다가 도망가고, 흔한 칼질, 도끼질 몸싸움 뒤에 머릿 수 하나씩 줄어들고... 이 패턴의 반복이에요. 나쁘진 않은데, 그냥 평범합니다. 빌런들의 '나 미친 놈이다~' 연기도 계속 반복되니 약빨이 떨어지구요.


 그래도 그냥 초반 분위기빨로 그럭저럭 잘 봤는데. 그 후엔 또 철저하게 잉여로운 에필로그가 남아 있어요. 나름 '놀랐지!?'와 의미심장함을 의도한 것 같은데 전 그런 거 없고 걍 재밌으라고 억지로 만들어 놓은 액션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좀 깬다'라는 기분으로 감상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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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더 보이즈 시즌 3은 언제 나오나요 스타라이트님하)



 - 재미가 아주 없냐. 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반짝 아이디어를 뽐낸 후 아주 평범한 전개와 고어로 승부하는 그냥 캡사이신 듬뿍 친 매운 맛 배달 음식 같은 영화였어요. 시켜 놓은 김에 우걱우걱 먹고 있을 땐 나쁘지 않지만, 또 먹거나 입소문 내고 싶진 않은 거죠.

 그저 '보슈'의 높으신 분이 맡으신 금살 모임 리더 캐릭터의 사람 아닌 것 같은 카리스마와, '더 보이즈' 스타라이트의 예쁨이 반가웠습니다. 나름 튀는 소재의 평이한 고어물로 시간 때려잡고 싶으신 분만 보세요.




2. 안나와 종말의 날 :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3분. 장르는 좀비 아포칼립스! 틴에이지!! 뮤지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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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 크리스마스 + 고딩 + 뮤지컬 조합! 그 결과는!!!)



 - 주인공 안나는 졸업을 앞둔 고딩입니다. 학교 관리인인 아빠랑 둘이 살아요. 아빠는 안나가 졸업하고 괜찮은 대학으로 진학하길 바라지만 안나는 그저 이 마을을 벗어나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픈 마음 뿐이죠. 열심히 알바 뛰어서 아빠 몰래 비행기 티켓도 이미 구해놨구요. 한 1년 정도 호주로 가서 자유롭게 살아본 후 뭘 하든 해보겠다... 는 입장이지만 당연히 아빠는 달가워하지 않구요. 당장 대학부터 가라구!!!

 그러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집니다. 안나는 친구들과 함께 알바하던 볼링장에서 운 좋게 살아남지만, 학교에 갇혀 버린 아빠가 걱정 되네요. 가서 구출해서 이 마을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가는 길도 참 멀고 또 학교에는 사이코 차기 교장이 행패를 부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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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주인공팀 주요 멤버들. 다들 생긴 것도 귀엽고 성격들도 매력 있고 그래요. 캐릭터는 괜찮습니다.)



 - 좀비 소재로 안 나온 장르가 뭐가 있을까요. 제가 본 게 많지 않아서 장담은 못하지만 분명 좀비가 나오고 뮤지컬 장면이 나오는 영화도 이미 있었을 겁니다만, 그걸 이렇게 본격적으로 자기 장르로 삼아 버린 영화는 아마 없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게다가 '하이틴' 뮤지컬이잖아요. 꿈과 희망! 용기!! 사랑과 우정을 그대에게!!!


 하지만 솔직히 그저 포스터의 여주인공이 예뻐 보여서(...) 골라 버린 듣보 영화였고. 출연진 면면만 봐도 예산 많이 썼을 작품은 아니구요. 아주 낮은 기대치로 감상을 시작했는데, 오. 생각보다 괜찮은 겁니다? 일단 주인공과 친구들 캐릭터를 하나씩 훑고 지나가는 도입부가 좋아요. 나름 다들 개성이 있고 또 귀여운 구석도 있는 놈들입니다. 다 함께 꿈과 희망에 대해 노래하는 첫 곡도 생각보다 괜찮구요. 개그 센스도 나쁘지 않아요. 이거 자칫하면 또 좋은 작품 하나 얻어 걸리겠는데? 하고 즐겁게 보는데... 


 중반부터 갑자기 걷잡을 수없이 망해버립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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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도 망하고 영화도 망했습니다! 깔깔깔)



 -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그냥 진지한 좀비 영화라는 겁니다. '하이틴'과 '뮤지컬'은 걍 토핑이구요. 스토리 본체는 걍 좀비 영화에요. 그래서 이야기가 본격화되는 중반부터는 뮤지컬이 걍 잉여가 됩니다. 스토리와 따로 놀거든요. 그리고 진지한 좀비 영화이다 보니 주요 인물들이 팍팍 죽어나가거든요. 뭐 그럴 순 있는데 이럴 거면 도입부에서 왜 그리 열심히 소개를 해줬나 싶은 거죠. 좀비 영화라는 건 알지만 동시에 '하이틴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거잖아요. 그래서 걍 캐릭터들이 낭비된다는 생각만 듭니다.


 결말도 그렇습니다. 계속 말하지만 '우리들의 꿈을 찾아가리~' 풍의 노래와 함께 밝고 경쾌하게 시작한 영화였는데 그 중 대부분이 이미 죽었어요. 살아남은 애들이 있지만 갸들이 맞이하는 운명도 '꿈을 찾아 떠나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시작과 전혀 상관 없는 엔딩을 장착한 영화가 되어서 다 본 사람 벙 찌게 만들구요. 차라리 이 영화의 좀비를 뭔가의 비유나 상징으로 만들어서 '젊은이들의 꿈을 짓밟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었음 재미와 별개로 이야기의 아귀가 맞는단 느낌은 들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여기서 좀비는 그저 '이러면 재밌겠지?'라는 작가들의 생각으로 튀어나온 존재일 뿐, 그 외의 어떤 의미도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은 그 '진지한 좀비 영화'의 이야기가 되게 재미가 없다는 거겠죠. 차라리 뭐 뮤지컬 형식을 핑계로 화려하고 코믹한 좀비 무쌍이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그런 거 전혀 없구요. 중반 이후의 스토리는 걍 게으르고 진부한 좀비 영화 클리셰 모음집이에요. 드라마도 약하고 액션은 뻔하고 캐릭터들 매력은 이미 한참 전에 다 증발해버린지 오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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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톤으로 시작한 영화가 갑자기 맥락 없이 진지하게 어두워져 버리니 적응이 안 되는 것입니다.)



 - 좋은 점이 없진 않습니다. 이미 다 말 한 부분이지만, 주인공을 비롯해서 주요 캐릭터들이 귀엽고 나름 매력적이에요. 다들 착한 애들이어서 지켜보는 재미도 좋구요. 뮤지컬 넘버도 두 세 곡 정돈 그럭저럭 괜찮았고. 영화의 배경 설정상 처음부터 그득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보면 상당히 괜찮은 연말 연시용 영화가 될 가능성은 충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들이 뭘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도 몰랐던 듯한 후반부 전개가 그 좋은 장점들을 다 깎아 먹고 무매력 영화로 마무리를 지어 버립니다. 지금으로서 이 영화에 대해 해 줄 좋은 말은 그저 '주인공 배우 예뻤어...' 밖에 없네요. 참으로 아쉬운 것입니다. ㅠㅜ




 + 하지만 '안나' 역할 배우는 예뻤습니다. ㅋㅋㅋㅋ 보니깐 앤 해서웨이 닮았단 얘길 많이들 하던데. 전 케이티 홈즈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 배우들도 다 꽤 괜찮아요. 영화가 좀 더 재밌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싶었죠. 그냥 이 친구들이 씩씩하게 좀비 무찌르고 마을 탈출해서 자기 인생 찾아가는 훈훈한 영화로 만들었음 뻔하고 진부해도 전 흐뭇하게, 재밌게 봤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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