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인트 모드>


저는 솔직히 기대이하였어요. 못 만들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나중에 끝나고 자막 올라가는 시간빼면 대략 79분 좀 넘는 분량 잘 써먹었죠. 그런데 저는 고립된 젊은 여성 - 아마 의료사고였는지는 본인이 사고를 친 건지는 몰라도 스스로 고립을 택한-이 종교에 몰입해 자신이 돌보는 상대를 구원해야 하는 사명감에 고취돼 그런 파국을 맞는 이 줄거리가 그냥  닳고 닳은 설정 중의 하나로 써 먹고 있지 종교,광신에 깊은 탐구를 했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아마 그게 목적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감독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특히 마지막 몇 분간의 급발진같은 진행은요. 정신 건강에 대한 경각심 제고? 이전에 나왔던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스콜세지의 <비상근무>가 그 점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와 인물에 충실했죠. 과거의 착오와 죄책감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인간의 선택은 슈레이더의 <퍼스트 리폼드>가 더 깊이있게 다뤘습니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얄팍하거나 혹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이 게시판의 좋은 반응만 믿고 기대가 컸나 봅니다. 저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쌓인 것으로 결재해 본 거라 호기심 충족용으로 아쉽지 않았습니다. 2800원에 이틀 대여이고요. 

주인공은 그 전에 헌신적인 간호사로 일했고 바같은 데 가고 하는 식의 사교 생활을 아예 누리지 않는 것 같긴 했어요, 지나가는 이의 대사에서 비친 걸로 봐서요. 그 전에는 나름 사회 생활도 하고 적당히 세속적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인 제니퍼 일리와 육체적으로 친밀해지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던 게 설명되기도 하고요. 그의 돌봄을 받은 제니퍼 일리 역시 적당히 세속적이고 주인공에게 호의도 갖고 있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하는 역이죠. 주인공의 친구만 해도 주인공을 걱정하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고요. 특별히 주변 사람들을 위악적으로 설정해 놔서 주인공을 몰고 가는 설정은 아닙니다.

<더 위치>에서처럼 마녀로 몰리는 인물이 정말로 마녀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몰아가는 건지 아리까리해지는 지점이 있듯이 이 영화에서도 실제로 공중부양이 나오는 등 주인공의 망상만이 아니라 종교적 열락을 체험하는 듯 해  보이는 장면을 보여 줘 놓는 식으로 아리까리하게 해 놔서 결말이 더 아쉬운 감도 있어요. 그 결말도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그것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 중간에 주인공이 신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에서 나오는 언어가 영어도 라틴어도 아닌 것 같았는데 감독 말에 따르면 웨일즈 어라고 하네요. 웨일즈 인인 모피드 클락이 자매와 웨일즈 어로 통화하는 것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고 모피드 클락이 신의 목소리도 연기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주께 영광 있으라" 역시 웨일즈 어로 말한 거라고 하고요.

웨일즈 어는 기독교 신이 아닌 이도교 신의 언어인데 재미있는 선택이네요.


공중 부양 보고 저는 <페니 드레드풀>도 생각했는데 그 드라마에서 바네사는 잔 다르크같은 자기 희생을 통해 구원을 성취합니다. 


새삼스레 마틴 스콜세지나 폴 슈레이더같은 사람들이 괴물들- 축구로 따지면 페노메노-이 아니었나 싶네요. <세인트 모드>감독같은 사람들은 영화학교같은 데서 열심히 배우고 감각있다 정도 이상의 생각은 안 듭니다. 


저번에 봤던 <더 터닝>은 훠얼씬 못 만들었고 음악도 <유전>따라 하려는 느낌 났는데 이 영화 음악도 <유전>모방인 듯 한 느낌이 나요.


자막이 "You got carried away"를 "선을 넘었다" 한 것은 그게 틀리지 않았다고 보는데 "never waste your pain"을 "고통에서 구원하기를"이라고 한 것은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버호벤의 <베네데타>를 기대해 봅니다.




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베니스의 죽음>에 나온 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란 호칭을 얻은 비요른 안데르센의 다큐입니다. 이런 날씨에 보기에는 너무 쓸쓸하고 슬픕니다.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에서 연예 산업이 재능있고 아름다운 팝스타를 갈아 마시는 모습을 보여 준 것처럼 아무 준비와 자의식없이 영화계에 던져지고 유명해진 소년이 겪어야 했던 과거의 일과 현재의 모습이 나옵니다. 비스콘티가 영화 촬영이 끝나자 자신을 데리고 갔던 게이 바에서 벌어졌던 일을 회상하고 파리에서 돈 많은 남자의 장신구가 되어 돈을 받았던 얘기, 일본에 가서 자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오스칼 캐릭터를 창조했던 <베르사유의 장미> 만화가를 만나 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 제작진의 접근을 안데르센이 허용했고 편집에도 관여했는지는 모르지만 노년의 모습은 참 쓸쓸합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다큐가 스피어스를 이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스타가 직접 내러티브를 통제하고 자신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되기를 바라게 되듯이 이 다큐 역시 안데르센에게 유리하게 이용되었으면 합니다. 아들은 잃었지만 딸이 있고 딸과 만나는 모습이 나오는데 본인 입장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 주거나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영화 출연 기회가 좀 더 가는 쪽으로 나아졌으면 합니다. 안데르센은 sns는 하지 않는 듯 하더군요. <베니스의 죽음> 촬영을 했던 베니스 해변에 간 모습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칸 영화제에서 비스콘티는 불어로 유창하게 기자들과 질답을 주고받더군요. 과거 밀라노 공국을 지배했던 비스콘티 왕가의 후손이자 LV가 Louis Vuitton이 아니라 Luchino Visconti의 약자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았을 정도로 물질적인 부에서나 지적으로나 윤택한 환경에서 큰 사람이니까요. 반대로 불어를 이해하거나 할 문화 자본이 없는 안데르센은 위축된 모습이었죠. 그 둘의 관계는 영화제작 당ㅇ시에도 불균형이 있었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란 비전을 쫓는 감독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피사체로서 고용된 배우, 그리고 안데르센은 영화에서도 대사가 없다시피했죠. 비스콘티가 선택했던 미남들 - 알랭 들롱,헬무트 버거, 마시모 지로티 등-이 그 이후에도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간 것에 비해 안데르센은 배우로서의 야심도 없었고 연기 수업을 들으라고 조언해 주거나 할 사람도 없었죠. 할머니가 손자를 연예계에 떠민 거였고요. 그 할머니를 원망은 안 한다는 거 같기는 합니다. 본인이 배우라고 자각한 것도 한참 후에서였습니다. 다큐 제작진들이 몇 년 걸려 설득했다고 하는데 피사체로만 존재했던 그가 주체가 된 계기였으면 합니다. 키도 크고 마르고 자세도 그만하면 꼿꼿한 편이고 성형으로 얼굴을 망가뜨리거나 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골격이 주는 아름다움은 꽤 남아 있더군요.



Documentary “The Most Beautiful Boy in the World,” about the teenage actor in Luchino Visconti’s “Death in Venice,” has been sold to numerous territories by Berlin-based sales agency Films Boutique.

The Swedish film, directed by Kristina Lindström and Kristian Petri, premiered in Sundance in the World Cinema Documentary Competition. It receives an online market screening at Cannes’ Marché du Film on Tuesday at 9.30 A.M.

The film will be distributed in the following territories: Japan (GAGA), U.K. (Dogwoof), Australia and New Zealand (Madman), Korea (Watcha), BeNeLux (Amstel), Spain (Filmin), Germany, Austria and Switzerland (Missing Films), Italy (Just Wanted), Greece (Carousel), China (Moviezone), Czech Republic and Slovakia (Film Europe), Denmark (Film Bazar), Norway (Another World), Poland (Against Gravity), Ex-Yugoslavia (Five Stars) and Israel (Lev Cinema).



https://variety.com/2021/film/global/cannes-the-most-beautiful-boy-in-the-world-films-boutique-1235011583/

왓챠에 올라와서 봤습니다. 이런 다큐때문에 왓챠를 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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