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14분. 스포일러는 하던대로 마지막에 흰 글자로 몰아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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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장르와 스토리를 짐작할 수 없는 망측한 포스터네요. 하단의 잭키 글리슨씨는 왜 홀로 깜찍하구요. ㅋㅋㅋ)



 - 당시 기준 36세의 매우 젊고 잘 생긴 폴 뉴먼씨가 파트너 아저씨와 함께 술집에 들어가요. 어디로 출장 가는 길이고 어쩌고... 하는 대화를 하다가 파트너랑 심심풀이 내기 당구를 치는데, 파트너가 자꾸 이기는 가운데 술에 쩔어서 계속하자고 고집을 부리네요. 그러다 파트너가 못 견디고 차로 가 버리자 "여기 누구 나랑 붙어줄 사람 없수~ 판돈 두 배~~" 라며 진상을 부리는데... 술집 손님 중 한 명이 거기에 응하고, 큐를 잡고 공을 바라보는 순간 눈빛이 확 변하는 폴 뉴먼씨. 파트너와 짜고 치는 사기 당구 꾼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일단 이 분이 노리는 것은 미네소타의 최강자라는 미네소타 뚱보씨구요. 다짜고짜 그 뚱보가 서식한다는 당구장에 가서 죽치고 기다리겠죠. 잠시 후 당사자가 나타나자 승부를 제안하는데,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15년간 진 적이 없다는 미네소타 뚱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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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흑백 영화입니다! iptv에 있는 버전은 일단 화질이 그리 좋진 않더군요. 감상에 방해될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구요.)



 - ...라고 적고 끝내 버리면 영화의 실제 분위기랑은 아주 달라지겠는데요. ㅋㅋㅋ 사실 이거 되게 다크하고 우울한 영화입니다.


 말하자면 '중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에디 젊은이는 물론 돈 때문도 있겠지만 그냥 승부, 그리고 승리 그 자체에 중독된 인간입니다. 그래서 계속 남들이 이해 못할 뻘짓을 해가며 승부에 집착하구요. 당연히 주변에는 남아나는 사람이 없고 본인은 점점 고독해지지만 그러니까 더 승부에 집착하는. 뭐 그런 식이구요. 런닝 타임상 잠시 후에 이 분이 만나게 되는 애인도 마찬가지에요. 이 분은 알콜 중독입니다. 그리고 관계에 집착을 해요. 결국 이렇게 별로 아름답지 못한 것에 중독된 두 사람이 별로 희망차지 않은 관계로 만나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점점 더 망가져가는... 기본적으로는 이런 비극적인 드라마를 깔고 가구요. 덧붙여서 이 분이 노는 터가 거액 판돈이 오가는 내기 도박판이니 당연히 신변이 늘 위태위태하겠죠.


 도덕적인 교훈담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끝날 때쯤 되면 자연스럽게 주인공 본인과 주변이 다 황폐해져 있는데, 그나마 다행히도 주인공이 뭔가 깨달음을 얻고, 조금은 덜 멍청한 인간이 되면서 끝나는 이야기에요.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끝까지 정신 못차리는 것보단 비교적 희망적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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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키 글리슨씨가 맡은 '미네소타 뚱보'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집니다. 배우님은 코미디언 쪽이 본업이셨나봐요. 본인 이름 붙인 쇼도 있고 그러셨던 듯.)



 - 당구 보단 캐릭터 구경하는 재미가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 물론 당구 연출이 별로라는 건 아니구요. ㅋㅋ

 일단 폴 뉴먼의 주인공 캐릭터가 괜찮습니다. 하는 일이 당구이긴 하지만 뭔가 옛날 영화에 자주 나오던 민폐 예술가 비슷한 캐릭터인데요. 왜 있잖습니까. 재능은 뛰어난데 인간이 덜 되어 먹고. 자기 중심적이고. 그러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 다 날려 먹고 악인들 손아귀에 놀아나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이런 캐릭터를 '참으로 멀쩡하게 잘 생긴 미국 미남 배우'의 대표격 중 하나인 폴 뉴먼이 맡아서 연기를 하니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파이퍼 로리가 연기하는 박복한 알콜 중독 여인네 역시 되게 고전적인 캐릭터입니다. 사실 이 분 캐릭터는 재미는 없어요(...) 근데 시대가 시대이니 그러려니 하구요.


 의외로 가장 재밌었던 캐릭터가 조지 C 스콧옹께서 연기한 빌런 캐릭터였습니다. 주인공의 재능을 활용해서 자기 욕심 채우고 재미도 즐기려는 인간 말종 갑부 아저씨 캐릭터인데요. 그렇게 계속 주인공을 나쁜 길로 이끄는 빌런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정방향으로나 역방향으로나 주인공의 사부 같은 역할을 해요. 되게 악당 같으면서도 허술한 구석도 자주 보이고... 그래서 되게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살짝 튀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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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놈은 아주 나쁜 놈 맞는데 가만 보면 맞는 말도 많이 하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이 이 빌런을 안 만났음 끝까지 정신 못 차렸을 스토리라 참 오묘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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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파이퍼 로리님이 맡은 이 캐릭터는... 그냥 이 짤 그대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거의 맞습니다?)



 - 당연히 영화 내내 주인공은 당구를 치고, 승부를 합니다. 고로 스포츠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당구 룰을 하나도 몰라도 다 충분히 이해하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당구 시합 그 자체에 그렇게 집중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겠죠. 그래서 당구 시합의 비중도 좀 애매합니다. 초반에 '미네소타 뚱보'와 벌이는 대결은 무려 30분을 할애해서 길게 보여줍니다만, 이후에 벌이는 시합들은 대충 몽타주 같은 식으로 넘어가요.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당구는 드라마를 끌고 나가기 위한 소재일 뿐이고 이 영화는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실력을 갈고 닦아 승리하는 감동적인 스포츠 무비... 같은 거랑은 아주 거리가 머니까요. 암튼 포인트는 당구 문외한도 이 영화를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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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저 시절 미국인들은 참을성이 많았나봐요.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내기 당구 치는데 이 주인공놈처럼 깐족거리면 바로 주먹 날아갈 겁니다. ㅋㅋㅋ)



 - 다시 말하지만 매우 우울하고 칙칙한 이야기입니다. 씐나고 감동적인 스포츠물 같은 거랑은 아예 거리가 멀고, 역경 극복의 인간 성공담 같은 것도 아니에요.

 아주 도덕적인 교훈이 담긴 어두컴컴 고전적 비극 이야기에 당구 토핑을 씌운 정도... 의 이야기인데요. 뭐 스토리도 흠 잡을 데 없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또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는 했지만 어쨌든 당구 시합도 제대로 보여줄 때는 나름 재미가 있었구요. 종합적으로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소감 끄읕.




 + 이 시절 사람들이 즐기던 당구는 요즘식 나인볼이 아니더라구요. 처음엔 좀 의아했습니다. 그런 룰로 한 번도 쳐 본 적이 없어서... ㅋㅋㅋ



 ++ 근데 이렇게 승부와 승리에 중독된 인간이 실력도 끝내주면서 왜 선수로 안 뛰고 저러고 살지... 라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네요. 대회 돌면서 상금 타서 살면 되잖니!!?



 +++ 올레티비 vod로 봤구요. 아마 OTT에는 없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갑자기 60년 넘게 묵은 흑백 영화를 제가 찾아 본 이유는 곧 구독 기간이 종료되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얼른 봐 버리고 싶은 다른 영화 하나가 있어서... ㅋㅋㅋ



 ++++ 흑인 캐릭터가 둘인가... 정도 나오는데 대사도 없고, 하는 일도 당구장 심부름꾼으로 하인처럼 뛰어다니며 일만 하고 그럽니다. 뭐 그 시절 영화니까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대충,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에디씨는 미네소타 뚱보와 24시간이 넘는 장기간 동안의 혈투를 벌인 끝에, 체력과 멘탈 관리에 실패해서 대역전패를 당합니다. 그러고선 중간에 뜯어 말리던 자기 파트너와 결별하고 혼자 길을 헤매다가... 어여쁘고 상냥한 알콜 중독 처녀를 만나서 연인이 되죠. 그러고선 그 집에 얹혀 삽니다.

 승부 밖에 모르는 승부 바보라서 '미네소타 뚱보랑 재대결 할거얌!'이라고 외치지만 판돈이 없죠. 그래서 동네 허름한 당구장들을 돌며 자기 실력을 속여서 판돈을 키운 후 한 방에 벌어 버리는 방식의 사기 당구를 계속 하다가 여기서 쫓겨나 저기서 두들겨 맞고... 참 구질구질하게 사는데요. 그러다 미네소타 뚱보와의 대결 때 안면을 익혔던 부자 한량 아저씨를 만나 영입 제안을 받아요. 너, 나 따라다니면서 시키는대로 하면 돈 벌 수 있다. 판돈은 내가 대 주고 니가 이기면 번 돈은 7:3으로 나누고. 오케이?

 해서 당연히 주인공은 그걸 수락하구요. 점점 사랑이 깊어지는 애인님께서는 그걸 뜯어 말리려고 노력하지만 승부! 승리에 눈이 먼 주인공에게 그런 건 어디 멀리서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 뿐이죠. 그래서 점점 더 승부와 돈에 집착하는 애인을 지켜보던 애인님께선 깊은 고독과 좌절 속에 자살을 해 버립니다.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는 에디지만 말 그대로 이미 늦었죠.


 마지막은 애인이 자살하던 날 번 돈을 판돈 삼아 주인공이 미네소타 뚱보를 찾아가 벌이는 재대결이 장식을 합니다. 마침 그 자리엔 빌런 역할의 부자 한량 아저씨도 있었구요. 뭔가 많이 인간 되고 어른 된 듯한 대사를 하나씩 읊으며 우리의 주인공은 뚱보에게 압승을 거둡니다. 그러자 부자 아저씨는 '전에 계약한대로 번 돈의 절반을 내놓아라!'라고 요구하면서 내놓지 않으면 니 팔 다리를 다 부숴 놓겠다... 라고 협박을 합니다만. 주인공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은 후 대략 이렇게 말합니다. 니 말대로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나 때문에 세상 떠난 애인 볼 면목이 없다. 난 절대 니 말대로 하지 않을 테니 하고 싶은 일 있으면 맘대로 해라. 다만 날 두들겨 팰 거면 차라리 죽이는 게 나을 거다. 왜냐면 목숨이 붙어 있다면 언제든 다시 돌아와서 널 죽여 버릴 테니까.


 이 서슬퍼런 선언에 쫄아버린 부자님은 결국 '다시는 큰 당구판에 돌아오지 마라'는 말만 남기고 주인공을 보내주고요. 주인공은 참으로 심경 복잡한 표정을 하고서 당구장을 떠나요. 아마도 다시는 큣대를 손에 들지 않을 듯한 기세로 당구장을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 후 천천히 엔드 크레딧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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