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바낭] 결심한 이후로

2013.08.21 19:46

물고기결정 조회 수:9291

"1. 우리 감정은 그냥 내버려두면 우리를 건강과 미덕으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방종, 분노, 자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이렇게 감정은 과녁을 넘어가거나 못 미치기 십상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이성을 이용하여 감정을 적절한 목표로 이끌라고 충고해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서워할 만한 것인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2. 당신은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제가 제일 못하는 부분이기에 저에게 하는 말이에요. 특히 그 문제가 반복적이고 비슷한 패턴이라면, 더욱이 제 감정을 해소하질 못하고 참고 누르기만하죠. 그러다 제가 폭발하든 원인제공을 한 사람이 질리든 둘 중 하나였던게 제 연애패턴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문제가 해결되면 뒤끝없이 해소하는 편인데, 세상엔 그리 깔끔하게 해결되는 일이란 많지않았어요.

결혼을 하기전엔 신기할 정도로 단 한번도 싸운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신기하게 보는 지인들에게 우리는 대화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니 싸울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죠.

하지만 결혼하고나니 같이 살면서 발생하는 당연히 거쳐가는 문제들을 떠나서 듣도 보도 못한 상대방의 태도들에 당황스럽고 시부모님께서 원인제공한 문제에 대한 남편의 방관하고 우스개처럼 보는 대처들은 절 실망스럽게했죠.

조용히 이야기도 여러번 해보고 여러번 반복되면 언성을 높였고 그제야 눈치를 보며 알았다 밀하고 좀 변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기본적으로 대하는 태도들은 그대로인겁니다.

요 몇달간은 정하 대화하다가도 못들은 것처럼 무시도 많이 당했어요. 본인은 집중하느라 그랬다지만 tv보거나 컴퓨터로 애니보면서 제 말이 갑자기 안들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요. 몇번은 제가 말하면 쳐다보고도 무시하고 자기 할 일 한 적도 여러번이죠. 그리고 항상 성내며 집중하는거 몰랐냐 말하는 것도 참기 어려워요.

그래서 제 부모님께 전화로 말씀드리고 직접 찾아뵙고 상세히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내 가족들은 시어머니께서 먹는 걸 강요하시는 문제에 대해선 완고하게 거절하지 않고 먹었으니 제 잘못이라 말합니다. 결혼도 우리가 떠밀었지만 어차피 결정은 네가 했으니 제 잘못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폭행이나 도박같은 큰 문제를 일으킨게 아니니 참고 살라 말하세요. 이정도에 이혼하면 누구와도 결혼생활 하기 어렵다고요.

제 의견을 그리 지지해줄거란 확신은 하지않았어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해 자취를 시작하고 중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의 오빠이자 6촌 친척이 절 도촬한 사진을 온라인에 뿌리겠다며 협박하고 본격적으로 절 스토킹한사건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어이없게 동기가 자기가 좋아하는 선배가 절 좋아한다며 괴소문을 만들어 퍼뜨이고 절 왕따했죠. 그런 와중에 부모님께선 스토커를 제지해주지않고 타박과 질책만 하셔서 사실 제 트라우마 같은 시기였고 여전히 전화를 잘 못받은 절 부모님께선 이해못해주시죠.

어찌보면 위 사건으로 인해 제 감정을 제가 다스리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저 문구를 보며 내 감정 내가 다스려 그로인해 상처받지않아야지라며 다짐하지만, 그대로 전부를 이행하기란 쉽지않아요.

그래도 말이죠. 제가 고집 부리고 확대해석한다해도 말이죠. 부부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대화하고 상의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하잖아요. 하지만 그게 없어요. 남편은 날 사랑한다지만 애인은 커녕 부부다운 애정도 없어요. 먼저 애정표현을 하고 손이나 팔짱을 끼면 덥다며 제 손을 뿌리친 일도 많았어요. 문제에 대해서 언성을 높여야 그제야 귓구멍이 열리고요.

아무리 주변의 일이나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버틸 수 있게 하는게 부부간의 신뢰와 정인데, 애와 정이 메말라갔어요.

이런 와중에 남편이 이제부터 잘하겠다한 말에 좀더 같이 살아보고 이혼을 결정하라는 건 그저 시간을 까먹는 일이에요. 감정을 더 소모하고 회복할 여유가 없어지는 거죠.

이미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눈물이 잘 멈추지않는데, 공감이나 위로는 받지 못하면서 다시 돌아간다는 건 제겐 지옥같은 일이에요.

남편은 싸우지도않았는데 이러는 제가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제가 몇번 결혼에 회의적인 말이나 제 우울한 감정에대해 이야기 했음에도 밖에서 활동하면 좋아질 것 같다지만, 이미 집안에서의 부부사이의 문제로인한거고 밖에서 활동할땐 괜찮다가도 집으로 갈때나 집에 있으면 우울하니까요. 애초에 원인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정말 몸도 마음도 건강을 챙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은 이해를 안해주고 같이 살라는 말만 하시니 답답해 결국엔 그냥 뛰쳐나왔습니다. 일단은 집에서 옷가지들을 챙겨 작업실에 갈 생각이에요. 결혼생활하며 통장에 있는 돈은 거의 생활비로 써버렸으니 작업실에서 좀 지내다가 돈 벌며 일단은 원룸이라도 알아볼 생각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3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2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18
125508 인터넷 알바(혹은 댓글부대) 업계 이야기 [35] 피로 2012.01.06 9292
» [결혼바낭] 결심한 이후로 [53] 물고기결정 2013.08.21 9291
125506 여러 가지... [11] DJUNA 2011.07.15 9291
125505 강남사람들 왜 욕하나요? [29] 늦달 2010.06.03 9291
125504 80a보다 70a가 더 섹시한겁니다 [45] 나니아 2015.03.08 9290
125503 한국인의 찢어진 눈? (미국 스타벅스 사건) [83] 프레데릭 2012.02.14 9279
125502 <Cuvie>만화가<19금> [2] catgotmy 2010.08.25 9277
125501 이력서에 희망연봉 적으라는 건 어떻게 쓰면 되나요? [11] 머루다래 2011.09.03 9273
125500 이게 최선입니다. [34] 라곱순 2013.10.18 9272
125499 찌질이 기자들이 여왕님을 노엽게 했었군요.... [6] soboo 2010.06.06 9271
125498 김인서에게 주먹을 날리는 최민식 [13] 스위트피 2010.08.12 9269
125497 고대 의대생 사건, 전북대 병원 사건, 연달아 빵빵 터지는군요. [17] 푸른새벽 2011.06.04 9267
125496 라면에 버터를 넣었더니 [7] 오명가명 2013.04.07 9265
125495 토요일 오후에 홍대/영화보고 영어로 수다떨기모임에 대해.. [2] 라인하르트백작 2011.04.03 9264
125494 국가별 자살율 순위.JPG [9] 쥐는너야(pedestrian) 2010.12.09 9264
125493 요조 어느 대학 나왔어요? [22] 실천잉여비판 2010.11.05 9256
125492 미국 사람들이 '강남 스타일'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죠? (강남 스타일 현상에 대한 CNN 보도 포함) [14] scramble 2012.08.03 9253
125491 뭐라고? [13] DJUNA 2023.03.10 9248
125490 갈등회피형 타입의 사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34] maxi 2013.01.21 9248
125489 결국 김혜리 양 사기친 것 맞네요.. [33] 잉여공주 2011.01.25 92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