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닥터 진
드라마가 재미있어요. 속도가 빠르고 스토리도 흥미롭죠. 예전 <허준>을 보면서 느꼈던 기분이랑 비슷합니다. 실제로 시간여행 이후의 설정은 <허준>이랑 흡사하죠.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닥치는 위기와 그것을 의술로 해결하는 주인공...

하지만 진혁(송승헌)이 위기에 처한 순간 때맞춰 쓰러지는 김병희(김응수)를 보면서 피식... 의사에게 환자들이 모여드는 것은 기본 설정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앞으로 저런 우연은 좀 자제했으면.


신사의 품격
반면 이 드라마는 재미는 약한데 비해 우연만 강조되다 보니 황당하게 느껴지죠. 한 번 따져 보겠습니다.

 

카페 창문을 통해 김하늘을 보고 반하는 장동건 (우연1)
길에서 김하늘 니트의 빨간 실이 장동건 옷에 걸려 다 풀리고 (우연2)
장동건 야구 팀 여자 심판이 김하늘이고 (우연3)
장동건에게 금품 갈취하려 한 고딩들 담임이 역시 김하늘 (우연4)

 

신인 작가도 아니고 - <부탁해요 캡틴>에서 그랬듯 신인작가라고 해서 우연에 의존한 전개가 용서되는 건 아닙니다. - 이렇게 안이하게 드라마를 전개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게다가 장동건과 김하늘을 얽히게 하기 위해 작가가 준비한 마지막 에피소드 말이죠. 장동건에게 폭행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려 한 고딩들한테 주위 사람들이 합의하라고 종용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아무리 미성년자라고 하나 쟤들이 하려고 한 행동은 준범죄인데, 김수로가 "아직도 합의 안 해 줬냐?"하는 걸 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신품월드 속 어른들은 저런 걸 당연히 용서하고 합의해 주는 게 암묵적인 규칙인가 봅니다.
여태까지 김은숙이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의존한 작품들을 상당수 써 왔어도 기본적인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이 드라마 보고 생각이 좀 바뀌더군요.
이런 와중에 작가는 여전히 전작의 성공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나 봅니다. <시크릿 가든>의 장면을 갖다 놓고, 배우에게 "작가가 작두 탄 것 아니냐"는 대사를 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본격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드라마의 근본적인 문제는 남자 캐릭터들이 별반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40대 남자들이 아무리 멋있고 중후한 척 해도 알고 보면 어린아이 같은 면모가 있다'는 것과 '40대 남자들은 애들이다'는 것은 다른 명제죠. 그런데 이 드라마는 후자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전개하고 있죠. 현실적이지도 않고 이상적인 매력도 없고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게 문제죠.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개성이 넘칩니다.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다 엉뚱하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한 김하늘, 섹시하고 매력적이지만 허술한 부분도 있는 윤세아,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속 끓는 부자 연상녀 김정난, 가장 나이가 어린 만큼 귀여움으로 승부를 거는 윤진이 등. 이야기도 여자들 쪽이 재미있죠. 특히 윤세아와 김정난, 윤세아와 윤진이 간의 알력과 갈등이 재미있고 뻔하긴 하지만 김하늘과 윤세아 간의 예고된 갈등도 볼 만하죠. 그런데 결국은 이런 여자들이 남자 캐릭터들의 파트너로서 종속되어 있다 보니 개성의 발휘에 한계가 있습니다. 차라리 여성판 섹스 앤 더 시티를 쓰지 그랬어요. 지금보다는 더 재미있었을 텐데.


<월화>
추적자
직선적이지만 앞으로 펼쳐질 복수담은 기대됩니다. 근래 주연들의 연기를 신경 쓰지 않고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드라마이기도 하고요. 연출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3회에서 손현주 아내 김도연이 입원한 병원에 PK 준이 입원하러 들어올 때에는 역시 피식... 병원이 하나 뿐인가.

 


하도 언론에서 이민정 연기를 혹평하길래 걱정했는데 그렇게 욕먹을 연기는 아닌데 왜 이렇게 욕을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이민정 연기에 징징대는 모습이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아니에요. 다만 여주인공이 착하고 수동적인 캐릭터다 보니 매력이 덜 하긴 합니다. 착할 땐 착하더라도 당찰 때에는 당차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드라마가 강한 흡입력을 가지진 못 하고 중간중간 쳐지고 그렇군요. 공유의 몸매는 듣던 대로 좋네요. 여성 시청자들 환호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군요.

 

<수목>
유령
미스터리와 복선을 깔고 예측불허의 반전까지 곁들이는 이 드라마는 올해 드라마 중 가장 맘에 드는 초반부를 보여 줍니다. <싸인> 때에도 느꼈지만 전 이 드라마 제작진과 파장이 잘 맞나 봅니다. 앞으로 잘 해 준다면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아쉽죠. 이연희야 두말하면 입 아프고, 소지섭의 초반 연기가 비굴한 모습을 반영해서 연기 톤을 낮추었다고 해도 대사 전달이 안 되었죠.

 

각시탈
극본도, 연출도, 연기도 모두 무난합니다. 거기에다 소재까지 중장년층이 좋아할 소재이고, 볼 거리도 많고 전개 속도도 적당하니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한 게 이해가 갑니다.
문제점이야 다들 아실 겁니다. 각시탈이 그룹인가 싶을 정도로 화면마다 엑스트라가 바뀌는 것이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보조출연자 사망 관련 문제나.

 

아이두 아이두
드라마 보기 전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김선아와 이장우 캐릭터나 상황이 - 다소 붕 뜬 듯한 <신사의 품격>에 비하면 - 땅에 발을 딛은 듯한 현실감을 보여 줍니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도 우연이 만만치 않은데도 - 교통사고로 만나게 된 남녀가 하룻밤 같이 보내고, 짝퉁 구두 파는 이장우가 하필이면 단속나온 김선아에게 걸려 경찰서에 끌려간다든지, 이장우가 구두 디자인 최우수상 받으며 입사하게 된 회사가 김선아가 다니는 회사라든지 -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2회 이장우가 이것저것 일하는 장면이나 김선아가 혼자서 신세타령하는 부분이 너무 길어서 분위기가 가라앉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2회 시청률이 1회보다 떨어졌더군요.
수목 드라마는 셋 다 매력이 있고 '어떻게 프라임타임에 이런 작품이 편성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의 졸작은 하나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임수향은 <신기생뎐>보다 이 드라마 캐릭터가 더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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