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4자 <대선토론> 관전평

2022.02.04 05:50

soboo 조회 수:1262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예상외로 2시간이 순삭 느낌이 들 정도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 있었어요.


 궁금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유독 토론을 기피했던 윤항문 때문이었어요.

 다른 후보들의 경우 후보간 토론 혹은 패널간 토론방식을 이미 여러차례 소화했던 반면 

 윤은 단한번도 토론방식 포맷의 프로그램을 소화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 현대정치사상 이렇게 토론을 기피했던 후보는 전무후무할듯 싶어요.

 도대체 어느정도 수준이길래 이러나 싶은 마음에 호기심이 커졌죠.


 그런데 그 수준이 그 당의 이전 후보였던 박근혜나 홍준표보다 크게 모자라 보이지 않더군요.

 아니 저렇게 두리뭉실하게 헛소리 그럴듯 하게 늘어 놓아도 저쪽 지지층이야 잘한다 잘한다 빨아줄텐데 뭐가 그리 무서웠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오늘 하는걸 보며 대충 짐작이 간 것은….

 아마 토론 준비 하는것 자체를 후보가 힘들어 했던게 아닌가 싶고(후보의 요청으로 리허설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지난주까지 대부분의 여조에서 부이를 달리는 등 어차피 이길 선거라는 생각에 토론 자체를 득 될거 하나 없는 부담스럽기 거추장스럽게 생각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아하니 그쪽 댓글부대들 총동원령 내려서 윤이 제일 잘했다~ 정신승리중인거 같던데 부디 그게 꼭 진심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윤씨가 더욱 더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토론에 참여하게 되길 바랍니다. 

 혹자는 토론회 따위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토론 무용론을 주장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김대중-이회창 토론회의 경우 김대중에 대한 이전까지의 언론에 의하여 조성된 이미지와 달리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에 대한  (부동층) 대중의 인식에 균열이 생기게 하는

 효과가 분명했고, 노무현-이회창 토론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고….

 지난 대선의 경우 문재인을 끝까지 위협하며 보수진영 후보중 1위를 달리던 안철수가 고꾸라지며 홍준표에게까지 밀리는 결과를 낳았던 것도 토론회가 결정적이었어요

 (“제가 MB아바타입니꽈?”)

 아마 토론 무용론을 펴는 아재들의 편견은 2012년 대선 때문이지 싶습니다.   당시 박근혜가 토론회에서 심각하게 멍청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대통령에 당선되었거든요.

 하지만 박근혜에 대한 지지층의 기대치에는 별 의미가 없었고 문재인이 박근혜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만들 정도로 토론을 잘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내용을 떠나 문재인은 딕션과 딜리버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던 사람이고;;

 여하간 토론회는 모두 다 잘못하는 경우(2012년)가 아니라면 잘하면 잘하는대로 확실히 점수를 따고 못하면 못하는대로 확실히 점수를 잃는 매우 중요한 기회입니다. 


 각설하고


 후보자별로 짤막히 촌평을 하자면 

 (총점이 아니라 득10점 만점, 실10점만점으로 평가)

 순서는 (예상)기호순 


 이재명 : 득6, 실1

 이재명은 일단 30% 중반의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후보들 중 4050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고 이 연령층은 후보를 잘 바꾸지 않는 계층입니다. 이 4050에게는 역시 이재명이라는 평을 들었을거 같고

 그래서 정치저관여층인  2030 여성 부동층과 60대 초반의 부동층이 공략 대상인데

 이 부동층을 대상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았던 토론이었다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이 듀게에서만 봐도 김부선이 일방적으로 주장했던 스캔들이 다 사실이라고 길길이 날 뛰던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이재명에게는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이상한 루머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토론회에서는 이재명의 이런 약점? 보다는 정책 디테일에 강하고 스피치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탁월한 딕션과 딜리버리가 돋보이는 기회였고 크게 잘난척하지도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공격적이고 거친’ 모습도 자제하고 꽤 상대 의견을 경청하고 포용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나름 후보의 토론 대응팀이 전략적으로 잘 준비한거 같아요.

 다만, 심상정의 젠더이슈 제기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다른 개저씨 후보들과 별 차이 없는 태도를 보인것은 감점 요인입니다.

 이재명에게 남은 밭이 있다면 바로 거기거든요.  진보적인 2030 여성층 말이죠.


 윤석열 : 득3, 실8

 오늘 토론으로 윤석열의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이 흔들릴거 같지는 않지만 일단 더이상의 확장성은 날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RE100이 뭔지도 모르는 탈원전 반대론자라니;;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탈원전을 반대한다면서 RE100을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대통령이라면 꼭 알아야 될 지식은 일반인보다는 더 많이 요구 됩니다.

 꼭 알아야 할 지식 중에 RE100은 교양필수가 아니라 전공필수급이에요. 

 RE100 말고도 다른 모든 중요 정책 사안마다 이해가 안된 상태에서 대충 외워서 떼워 왔던게 여기 저기 팡팡 터집니다.

 이러면 부동층에서는 점수를 잃을 수 밖에 없어요. 정권 교체를  민주당과 문재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겠다는 유권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국가에 대한 기대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윤은 오늘 망했어요.

 하지만 후보 본인이나 지지자들은 아주 잘한 토론으로 생각한다니 아주 고무적입니다. 앞으로 계속 토론에는 도망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차곡 차곡 점수를 잃기를 기대합니다.


 심상정 : 득8, 실0

 심상정 후보는 잃을게 없는 토론회일까? 아닙니다. 심상정은 워낙 토론 잘하기로 소문이 나서 만약 윤석열급으로 말아 먹는다면 기존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탈할 유권자들 많아요.  그런데 이번 토론회에서 여하간 큰 실수도 없고 기대치 정도에 걸맞는 활약을 했으니 일단 실점은 없어 보입니다.

 득이 많은건 워낙 언론에서 외면하는 후보인데다 당 선거조직 자체가 조족지혈 동아리 수준인 애들이라 존재감 0로 수렴되는 후보니

 전국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방송 토론회 참여는 (게다가 아직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참여 가능한 토론회!)  수십억 적자 살림에 허덕이는 정의당 후보로서는

 천금같은 기회이고 기본만 해주면 무조건 남는 장사죠.

 일단 윤석열에게 김지은씨에 대한 공개사과를 끌어낸 것과 남은 시간을 윤에게 넘겨주면서까지 윤의 개무식함을 스스로 폭로하게 만드는 장면은

 토론회 관련 헤드라인 여러컷 만들어낼 장면이었고 이왕의 2030 여성 지지층의 충청도를 더 높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거 같아요. 

 여하간 찍을 후보 없다는 소리하지 말고 나도 좀 봐달라~ 하는게 심상정팀의 전략인데 그에 부합되는 토론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다른 세명의 후보들 중 본인에게 유일하게 질문을 한 이재명에게 (이재명이 정책 토론을 기대하고 질문하는데)  기계적 네거티브로 받아치느라 

 공동주택공급에 대해 무식한 헛소리를 해버린건 옥에 티였습니다.  뭐 물론 저같은 (전문가급)사람에게나 보이는 티였을테니 그닥 큰 실점은 아니었을거 같구요;


 안철수 : 득8, 실3

 내용적으로는 꽤 좋았어요. 확실히 2017년 대선보다 많이 발전된 느낌이 듭니다. 공부 많이 한거 같아요.

 스피치면에서도 정치입문 이전의 자기 스피치로 상당부분 돌악가고 작위적인 파워스피치를 버린건 잘한거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부자연스럽다는게 함정;; 

 윤석열과 같은 보수 후보이면서 그나마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점수를 얻을듯 싶습니다. 

 여기 게시판을 보니 내용보다 스피치와 이미지에서 부정적인 평가 일색인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정상에 가까운 보수정치인 하나 좀 나와야 하는데….ㅠ.ㅜ 


 

 혹시 못 본 분들 유튜브에 편집본도 있고 전체본 있으니 취향것 골라 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무편집본을 추천합니다.

 특히 찍을 후보 없다고 생각한 분들은 꼭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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