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와 초원의 빛

2022.02.13 08:55

가끔영화 조회 수:271

남 사는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릴 뿐이고 가끔 나 사는 모습을 옭가메는 끈도 느슨해져 뭐냐 이게 생각될 때가 있지만 다 이것들이 세상의 처음과 끝이 되겠습니다, 사평역은 글쓰는 젊은이가 중얼거리는거 같고 초원은 늙은이가 끝까지 힘내 사는 수밖에 없네 하는,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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