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해군 전투기(USNF)'는 1994년에 첫번째 버전이 나왔습니다.
브렌트 아이버슨이 개발한 이 게임은 아이버슨의 91년도 히트작 '척 예이거 장군의 공중전'에 스테로이드를 잔뜩 때려부은 것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거의 똑같았고, 몇년 지나는 동안 컴퓨터 하드웨어가 어마무시하게 발전한 걸 반영해서 더 복잡한 연산과 사실적인 시뮬레이션을 구현한 건 물론이고 시청각적으로도 엄청난 업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당시에 EA 자회사로 있던) 오리진의 '윙코맨더'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 비행 도중에 시시각각 변하는 드라마틱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백메가가 넘어가는 크기의 동영상 컷신으로 구성된 스토리라인 까지 있었습니다.
'윙코맨더'는 자칭 우주 시뮬레이션이긴 해도 사실은 액션게임이었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스토리나 배경음악 이딴건 굳이 있어야할 필요를 못느끼고 있던 정통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이런 화려함을 선보인 건 꽤나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투기 게임들이 공군 위주였는데 이 게임처럼 해군에 몰빵해서 항공모함 작전 위주로 구성되어있던 게임이 흔하지는 않았기도 하죠.


'예이거' 때처럼 강력한 치트 편집 기능으로 '윙코맨더' 저리가라할 액션 게임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니(미사일을 수십발 연발로 쏴대면 연기가 줄지어 나가는게 마크로스 생각도 나고 그랬어요ㅎㅎ) 시뮬레이션이 너무 어려워서 접근해볼 생각조차 못했던 사람들도 화려한 그래픽과 음악이 깔린 액션게임 한다는 기분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정통 시뮬레이션으로서도 꽤 인정받았었고요. 그래서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성공했습니다.

(근데... 개업 초기만 해도 비행기 시뮬레이션 매뉴얼 번역에 유별나게 공을 들어던 D 모사도 그새 방침이 바뀌었는지 'USNF'의 한국판 매뉴얼은 걍 두께만 원본 그대로... 번역은 다른 D사 게임들과 비슷한 수준이 됩니다.)

얼마후 '해병대 전투기'라는 미션 디스크(요즘식으로 하면 DLC 추가미션)를 내놓았고, 좀 더 지나선 '해군 전투기'와 '해병대 전투기'를 합본한 골드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얼마후 EA는 군사정보 전문으로 이름난 제인스 그룹과 제휴해서 제인스의 이름을 달고 게임을 내기 시작하는데 그 첫 작품이 1996년에 나온 'ATF'였습니다. 당시 아직 완전공개는 되지 않아 신비의 기종 취급받고 있던 F-22를 비롯해 차세대 최신 전투기를 다루는, 일종의 가상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이 'ATF'는 'USNF'를 그대로 들고와서는 전투기 기종과 시나리오만 바꾼 게임이었습니다(물론 기술적인 부분의 마이너한 업그레이드는 있지만...) 사실상 본편 없어도 실행되는 또다른 미션디스크라고 봐도 될 정도...

게임의 틀은 그대로지만 제인스가 제공한 양질의 정보와 각종 사진, 동영상 등으로 시디를 채우고 있다는 게 자랑이었습니다. 'USNF'는 200메가도 안되는 게임(그중 대부분이 스토리 동영상)이라 CD가 널널하게 남았었거든요.
대신이랄까 스토리 동영상은 폐지됩니다. 뭐 용량문제도 있지만 정통 시뮬레이션 팬들한테는 그게 딱히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는 안된다고 판단했을지도요.

얼마후 유럽의 차세대 기종을 다룬 미션 디스크 '나토 전투기'를 내더니 역시나, 'ATF'와 '나토 전투기'를 합본한 'ATF 골드'를 냅니다.

시대가 바뀌어 컴퓨팅 환경이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자 EA는 'USNF'의 윈도우 버전을 냅니다.
이때 'USNF'도 제인스 시리즈에 편입되어 지금은 오리지날 버전도 걍 시리즈 일부로 간주되고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컨버전만 해서 내면 우려먹기라고 욕먹을까봐 찔렸는지(이미 우려먹기 꽤 한 시리즈니까...) 이번엔 베트남전 시나리오와 그시절 전투기들을 추가했습니다. 이제까지 'USNF' 시리즈가 당대의 현역이나 최신 전투기들만을 취급해왔으니 매력적인 부분이었죠. 뿌리가 되는 '예이거' 게임도 월남전을 포함한 여러 시대를 두루 다루는 게임이었으니 나름 초심을 되짚어보는 걸 수도 있고...

글구, 원본에는 없었던 제인스 정보도 포함되어 있으니 도스버전 가진 사람들도 사볼만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내놓은 것이 '파이터스 앤솔로지'(정발명 세계 전투기 걸작선)입니다.
'USNF' 우려먹기의 결정판. 'USNF'와 'ATF'를 합본한 게임입니다. 당연히 그때까지 나온 미션도 전부 포함하고 있고요.
CD 두장에, 나오는 전투기 가짓수만 해도 100종 이상, 미션은 수백개. 볼륨으로는 역대급이었죠.
사실 모조리 합본한 게임 데이터를 다 모아도 CD 반장도 못채울 수준이었지만 그동안 쌓인 제인스의 데이터들을 CD 한장에는 다 넣지 못해 두장이 된 거였습니다.

'USNF'가 처음 나온 건 94년, '걸작선'이 나온 건 97년입니다. '예이거'에서 'USNF'가 나오기까지의 기간과 쌤쌤이죠. 그러니 그동안 하드웨어는 또 미친듯이 발전했지만 'USNF' 시리즈는 거의 변한 거 없이 그대로 계속 나왔습니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다는 말이긴 하지만, 97년에는 사실 좀 낡아보이는 모습이었죠. 그니까 뭐 땡처리용으로 나온 거라 해도 할말 없습니다. 기존에 나온 것들을 샀던 사람은 호구되는 거고....


이미 세상은 부두카드로 대표되는 3D 가속기가 등장한 때였으니 더이상 같은 엔진을 우려먹는 신작을 낼 수는 없었고... 그래서 'USNF' 엔진으로 낸 게임은 '걸작선'이 마지막, 그 뒤론 제인스 게임들도 부두지원으로 나오죠.

그치만 이 '걸작선'은 괜찮은 물건이었어요.
그만큼 우려먹기 하는게 가능했다는 건 그만큼 잘나갔다는 소리니까, 이거 하나면 시리즈를 한방에 몽땅 다 챙길 수 있는데다 미션편집기로 시리즈에 나오는 온갖 전투기들을 내맘대로 갖고놀 수 있습니다. 글구 첨부된 제인스의 정보들도 게임마다 따로 나눠져 있던 걸 하나로 모을 수 있으니... 제인스에서 나온 디지탈 백과 하나 장만한다 생각하면 그것만 해도 나쁘지 않았죠.

이 제인스 백과가 당시에는 꽤 가치있는 거였어요. 평소에 보기힘든 다양한 사진이나 영상 데이터 정보같은게 이만큼 정리되어 있는게 당시엔 드물었으니까... 항덕이나 밀덕에겐 무척 귀중한 거였죠. 뭐 지금은 인터넷 치면 훨씬 더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가 줄줄이 나오니까 별 의미 없지만...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기 전에는 잠깐동안 시디롬 멀티미디어 백과류가 흥했던 적이 있죠.

뭐 어쨌든... 이 '세계 전투기 걸작선'은 해외에선 아직까지도 하고있는 사람이 나름 있는 모양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15
125390 폼페이 최후의 날 [3] 돌도끼 2024.02.02 208
125389 프레임드 #693 [6] Lunagazer 2024.02.02 66
125388 즐겨찾기 목록 catgotmy 2024.02.02 88
125387 [KBS1 독립영화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1] underground 2024.02.02 232
125386 Chita Rivera 1933-2024 R.I.P. 조성용 2024.02.02 102
125385 벨링엄이 그린우드한테 한 말 조사 daviddain 2024.02.02 111
125384 [넷플릭스바낭] 이거슨 매우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품격있는 사람들' 잡담 [8] 로이배티 2024.02.01 668
125383 프레임드 #692 [4] Lunagazer 2024.02.01 76
125382 무리뉴 ㅡ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2.01 145
125381 영화 러브레터 catgotmy 2024.02.01 206
125380 이런저런 정치 잡담...(이준석) [2] 여은성 2024.02.01 586
125379 [왓챠바낭] 스나이퍼가 아닌 표적들의 이야기, '다운레인지'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2.01 230
125378 '유열의 음악앨범'을 봤어요. [12] thoma 2024.02.01 409
125377 킬러들의 쇼핑몰 5-6화 소감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1.31 311
125376 프레임드 #691 [4] Lunagazer 2024.01.31 73
125375 옛날 멕시코 공포 영화 daviddain 2024.01.31 163
125374 삼성당 문학전집 남주인공들 [7] 김전일 2024.01.31 314
125373 자유형 접영 발차기 [6] catgotmy 2024.01.31 283
125372 [왓챠바낭] 본격 시골 백합 스릴러(?), '그녀의 취미 생활'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1.31 421
125371 [EBS1 위대한 수업] 켄 로치 감독 [3] underground 2024.01.30 3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