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편의 이 인트로를 아주 좋아합니다.



스팅 & 에릭 크랩튼의 노래도 좋고. 그게 또 불길 영상이랑도 잘 어울리구요. 또 뭔가 리썰웨폰스런 분위기도 살아 있고 그래요. 이야말로 '불같은 약속'

마지막에 불길이 3 모양인 걸로 밝혀지는 부분은 지금 보면 좀 어설픕니다만. 1992년 갬성으론 그것도 간지였던 걸로!

결국 앨범도 찾아 사서 한참을 들었죠. 근데 왜 이런 소릴 하냐면... 지금 이거 들으면서 글 적는 중이라서요. 하하.




- 2편은 1편으로부터 2년 후. 1989년에 나왔습니다. 결국 시리즈의 절반은 80년대 영화, 절반은 90년대 영화가 된 셈이네요.

 감독은 리처드 도너가 그대로, 4편까지 쭉 맡지만 각본은 2편부터 바뀌어요. 셰인 블랙은 1편 각본만 썼고 이후 영화들에도 이름은 올리지만 캐릭터 창작자의 위치일 뿐 다시 스토리를 맡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매 편마다 작가가 다른 시리즈였던 거죠.


 2편은 그야말로 '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 속편의 공식'의 샘플이죠. 더 많은 제작비로 더 많고 더 큰 총질과 폭발을 추가해서 비로소 영화가 '블럭버스터'처럼 보여요. 근데 사실 2편에서 스펙터클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로 끌어 집 무너트리기 장면도 지금 보면 소박하지만 일단 당시 기준!!

 그리고 그 장면은 마틴 릭스의 돌아이 스피릿과 넘나 잘 어울려서 지금 봐도 여전히 인상 깊습니다. 진짜로 그냥 무지막지하잖아요. 집을 무너뜨리다니. ㅋㅋㅋㅋ


 액션과 함께 파워업한 부분이 바로 코믹함이었죠. 확실히 2편은 1편보다도 훨씬 웃깁니다. 아내 죽음의 비밀이 밝혀지고 새 여자친구가 하루도 안 돼서 수장당해 버리는 비극 속에서도 1편보다 유머가 강해요. 추가 캐릭터에 힘 입은 바가 크죠. 조 페시의 '리오 게츠' 캐릭터가 여기서 등장하니까요. 별 거 아닌 역처럼 등장하고 실제로도 큰 역할은 안 하지만 주인공 둘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수다를 엄청난 속도로 쏟아 부으니 존재감은 대단. 듣다보면 재미를 넘어 짜증이 날 지경이지만 그 때마다 우리의 두 주인공이 먼저 짜증을 내주니 괜찮았구요. ㅋㅋ


 저 말고도 시리즈 팬들 중엔 이 2편을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압니다.

 다 떠나서 그냥 더 웃기고 더 화끈해졌으니까요. 마틴 릭스의 비극적인 연애사도 당시 관객들을 몰입 시키기에 충분했구요. (사실 지금 보면 영 급전개... ㅋ)

 1편의 표정만 무섭고 영 오합지졸 느낌이었던 악당들에 비해 2편의 남아공 아저씨들은 그래도 좀 더 사악하면서 힘도 있어 보이고. 또 대놓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 죽이는 맛(...)도 좋구요. 액션도 그냥 스케일만 키운 게 아니라 나름 아이디어들이 생겼습니다. 못 박는 공구를 무기로 쓰는 장면을 처음 본 게 이 영화였던 것 같아요. 앞서 말한 건물 무너뜨리기도 그렇고, 나름 포인트 장면들이 생겼죠.

 그리고 마지막 싸움 후 흘러 나오는 '노킹 온 어 헤븐스 도어'와 '치어 다운'의 OST 콤보는 정말 영화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



(의외로 유튜브에 제대로 컷 된 영상이 없어서 걍 'Cheer Down'에다가 하일라이트 편집해 넣은 영상으로 때우고요.)



 - 3편은 1992년에 나왔으니 3년 후네요. 팬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여기서부터 이제 호불호가 격하게 갈리기 시작합니다. ㅋㅋ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요 마틴 릭스찡의 이야기가 사실상 2편에서 다 정리된 거나 다름 없었고. 그렇게 정리되는 와중에도 릭스의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가 되었거든요. 고독한 한 마리 승냥이!! .... 였는데. 3편에서 새 여자 친구를, 그것도 아주 튼튼하고 든든한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 애초에 릭스 캐릭터 인기 비결이었던 똥폼과 비장함이 상당히 사라집니다. 스토리상으로도 번뇌는 머터가 맡고 릭스는 큰 고민이 없다는 것도 그걸 거들어 주고요.

 게다가 그 여자 친구를 여성 버전 마틴 릭스 비슷하게 만들어 놓다 보니 이 분이 액션씬의 지분까지 상당히 가져갑니다. 쏴나이! 들의 고독한 악숀 무비가 이렇게 되다 보니 뭐 대놓고 싫다 까진 아니어도 좀 위화감을 느낄 사람이 많았던 건 자연스러운 일 같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과적으로 3편은 그야말로 경쾌 발랄한 코믹 액션 활극이 되어 버렸습니다. 1편의 그 다크한 분위기를 좋아했던 팬들로선 실망할 수밖에요.


 하지만 이게 몇 번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스토리의 '완성도' 자체는 다른 편들에 비해 모자랄 게 없구요. 단순하게 액션씬만 놓고 보면 시리즈 최강이기도 합니다. 특히 후반의 경찰서 지하 -> 지하철 ->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총격 & 추격전은 지금 보니 상당히 고퀄이더라구요. 또 나름 포인트가 될 장면들을 열심히, 많이 만들어서 심어 놨어요. 하키장에서의 난장판 추격전이나 릭스의 개 유혹(...) 장면, 상처 자랑 배틀, 수미상관의 건물 붕괴씬 등등 재밌는 장면도 많고 보이즈 투 맨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례식 장면이나 멘탈이 무너져 술독에 빠진 머터와 릭스의 보트 대화씬처럼 나름 찡한 장면들도 있구요. 서두를 장식하는 스팅의 노래나 엔딩을 힘차게 마무리하는 에릭 클랩튼 노래도 좋았어요. 

 한 마디로 릭스의 '고독한 승냥이' 캐릭터가 약해진 것만 좀 감안해주면 오락물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괜찮은 영화였다는 생각입니다.



(역시 하일라이트 편집 영상. 노래는 엘튼 존 & 에릭 크랩튼의 Runaway Train.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던 곡이죠.)




- 대망의 마지막, 그리고 문제의 4편. 리썰웨폰4!!!! 로 말하자면...

 얘는 1998년이니 6년만에 나왔네요. 갑자기 길어진 간격의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요. 3편의 엔딩을 생각해보면 4편은 안 나와도 상관 없는 영화였거든요. 릭스는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했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으며 늘 '난 이런 짓을 하긴 너무 늙었어!'를 입에 달고 다니던 (그래서 매 편이 시작할 때마다 꼭 자신의 은퇴 기한을 제시하던. ㅋㅋㅋ) 머터는 경찰로서 사명감에 격하게 눈을 떠 빠른 퇴직을 포기하고 민중의 오랜 지팡이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걸로 충분한 완결이에요. 하지만... 어쨌든 나와버렸죠. 하하.


 그리고 그 결과물은 뭐... 얘는 정말로 문제 투성이죠. 제가 3편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그래도 쉴드를 쳐보는 편인데 4편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냥 납득하고 넘어갑니다. ㅋㅋ 

 여기선 이제 삼합회와 중국 불법 이민자들이 중심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정말 지금 봐서야 말할 것도 없고 당시 기준으로 봐도 너무 대놓고 인종 차별적인 이야기였어요. 착한 중국인은 다 무슨 강아지마냥 순둥순둥하고 약한 사람들이고. 나머지 중국인들은 다 쿵후 고수에 잔혹무도한 악당들이구요. 악당이야 악당이니 그렇다 쳐도 착한 중국인들을 다루는 톤이 문제였죠. 그들을 무슨 길에서 주워온 유기견 다루듯 쓰다듬쓰다듬하는 주인공들의 시혜자 행세도 참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고...


 근데 사실 당시 한국에서 이 영화를 격하게 싫어했던 이유들 중엔 이연걸의 문제도 컸죠. 아니 지금 우리의(?) 황비홍 형님을 데려다가 저런 멋대가리 없는 살인 기계로 만들어놔? 그걸 또 저 발차기 하나도 폼나게 못하는 노땅 아저씨들에게 두들겨 맞고 꼬챙이가 되어 비참하게 죽게 만들어!! 불쾌하다!!!! 이런 반응도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ㅋ

 그리고 그 외에도 좋게 말해주긴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자꾸 이연걸의 쿵후 실력 자랑으로 흘러가다 보니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미미해지는 액션씬들도 그렇고. 이야기 자체도 잘 짜여졌다고 봐주긴 힘들구요. 


 하지만 가만히 보면 또... 그냥 주인공들끼리, 그리고 주인공 가족들끼리 일상을 보내는 장면이나 주인공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의 재미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6년이란 세월을 반영해서 그 인간 흉기 마틴 릭스마저 '나도 이제 예전 같지 않네요...' 라는 식으로 전개해서 시리즈를 죽 따라오며 함께 나이 먹은 팬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구요. 그리고 뭐 다 필요 없구요 4편은 그저



 이 엔딩 하나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하.

 아니 세상에 이런 액션 블럭버스터 최종편이 어딨습니까. 잇고 잇고 또 잇다가 인기 다 떨어져서 어느 순간 그냥 끝나버리는 게 인지상정인 것을. 혹은 괜히 비장한 분위기 잡아 본다고 몇 년을 아껴온 고정 캐릭터 몇 날려 버리고 우워어어 하다가 정 떨어지는 게 흔한 일이구요.

 이렇게 캐릭터 하나하나 다 챙겨가며 (머터의 자식 배우들 캐스팅까지 모두 1편부터 그대로입니다) 마지막에 행복한 서비스샷으로 완벽하게 끝내주는 훈훈한 액션 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가 어딨어요. 심지어 이 장면 직전에는 내내 개그캐로만 소비되던 리오 게츠 캐릭터에게 나름 찡하고 많이 중요한 역할까지 준다고요. 


 그렇게 영화를 끝내주니 이어지는


 (노래가 뭔가 되게 토이스토리삘... ㅋㅋ)


 이런 크레딧도 훈훈하고 찡한 기분으로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던 거구요.



 - 암튼 참 좋아하는 시리즈입니다. 

 1편은 시작이니까 좋고. 2는 걍 잘 만들어서 좋고. 3도 재밌어서 좋고. 4는 영화는 별로일지라도 너무나도 감사한 팬서비스 엔딩 덕에 싫어할 수가 없으니 결국 네 편 다 좋아하는 걸로.

 5편 제작 루머가 솔솔 도나본데... 음... 리처드 도너도 이미 별세한 상황에서 주인공 배우들 나이 생각하면 '너무 무리하지 마셔'라는 생각부터 듭니다만. 게다가 4편의 엔딩을 제가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그보다 더 행복해질 거 아니면 걍 손 대지 말았으면 싶구요. ㅋㅋㅋ

 그래도 일단 나오면 한 번 보긴 하겠죠?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니만큼 만약 10년 후에도 듀게가 안 망하고 있으면 그때 또 '정주행했습니다' 면서 비슷한 글 쓰고 있을 겁니다 전. 음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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