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작들/DVD 직행작들에 대한 짧은 잡담

 

 

내 아이들의 아버지

영화 도입부는 자상한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인 한 제작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실제 프랑스 영화 제작자에게 일어난 일에 영감을 받은 감독 미아 한센-뢰브의 각본은 스포일러 상 언급할 수 없는 사건을 계기로 중반에 국면 전환됩니다. 그에 이어 영화는 지울 수 없는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면서 삶을 계속 이어가는지를 감동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참고로 한국 감독이 통역자와 함께 와서 제작사를 방문하는 장면은 꽤 재미있더군요. (***)

 

Mesrine: Killer Instinct - Mesrine: Public Enemy No.1

이 2부작 갱스터 영화는 실제로 프랑스에서 악명을 떨친 범죄자 자크 메스린의 삶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1부는 그가 어떻게 범죄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고 그에 이어 그 세계에서 그가 명성을 쌓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2부에서는 이미 1부 시작에서부터 예고된 결말로 그가 치닫게 되는 과정을 그려 갑니다. [어썰트 13]의 감독 장 프랑스와 리셰는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네미]와 비교해 볼만 한 건조하고 냉정한 스타일의 갱스터 영화를 만들었고, 호연을 보여주는 주연 배우 뱅상 카셀은 관객들에게 알랑거리지 않는 가운데 싸이코패쓰에 가까운 전문가 범죄자를 흥미진진한 연구대상으로 그립니다. (***)

 

체 1부: 게릴라 - 체 2부: 아르헨티나

뒤늦게 본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는 4시간 넘는 총 상영 시간을 고려해보면 거작입니다만, 딱 두 가지에 객관적으로 집중합니다. 하나는 쿠바에서의 성공을 체 게바라의 뉴욕 UN 방문과 겹쳐가면서 이야기하고 다른 하나는 볼리비아에서의 게릴라 활동 실패와 그에 따른 결말을 맞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쉽게 따라갈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더버그의 작은 영화들이 연상되는 접근방식으로 이야기가 묘사되는 것은 흥미롭고 이런 대비 속에서 [체]는 대하 전기물이라기보다는 베네치오 델 토로에 의해 훌륭하게 재현되는 체 게바라에 관한 덩치 큰 캐릭터 드라마로 다가옵니다. (***)

 

레바논

[바시르와 왈츠를]처럼 80년대 초 레바논 전쟁을 다룬 이 이스라엘 영화는 [특전 유보트]의 지상 버전 같습니다. 밖에 여러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카메라는 한 탱크의 좁은 공간에 거의 내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우리의 눈과 귀는 그 안에 있는 캐릭터들만큼이나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만큼이나 갑갑합니다. 다행히 영화는 90분 정도이고 이는 탄탄한 연출력 아래에서 금방 지나갑니다. (***)

 

The Wackness

벤 킹슬리의 2008년 출연작들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러브 그루]와 같은 영화로 래즈베리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다른 세 영화들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거든요. [트랜스시베리아]에서의 숨 막히는 긴장감에 한 몫을 한 가운데, [엘레지]에서는 별로 정이 안가는 늙은 쾌락주의자로서 호연을 보여주었고, 마지막으로 [The Wackness]에서 대마초에 띨띨해지는 가운데 자신의 대마초 딜러인 주인공(조쉬 펙)에게 그 대가로 상담을 해주는 정신과 의사로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야 전형적인 선댄스 성장영화이지만, 그 부류의 좋은 영화들이 그렇듯이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좋으니 그 나른하고 띨띨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에게 신경 쓰게 되더군요. (***)

 

생선 쿠스쿠스

미국에선 [The Secret of the Grains]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어 최근 크라이테리언에서 DVD와 블루레이로 소개된 이 가족 드라마는 소박함과 상당히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생기와 감정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불만이 있다면, 결말이 나름대로 적절하긴 해도 제가 보기엔 주인공들에겐 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

 

복수

[매드 디텍티브] 보고 나서 두기봉의 영화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최근작 [복수]는 내용물보다는 스타일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한 간단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해서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을 차례차례로 늘어놓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벌판에서 조직원들이 희한한 방식으로 주인공들을 포위하는 장면이 일품이었지요. (***1/2)

 

Just Wright

시카고에서 영화들 관람할 때 그 수많은 예고편들 중 하나가 이 영화 예고편이었는데, 보면서 줄거리가 참 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어느 정도 선에서 퀸 라티파로부터 구조 받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생각은 정확했습니다. (**1/2)

 

당신은 잭을 모른다

안락사 논쟁으로 유명해진 잭 케보키언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 HBO 영화는 민감한 소재를 차분하게 다루면서 여러 생각들을 유도하게 하면서 배리 레빈슨 감독과 얼마 전 본 영화로 에미 상을 받은 알 파치노의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증명해 줍니다. 각각 에미상 후보에 오른 존 굿맨, 수전 서랜든, 그리고 브랜다 바카로도 충실한 조연입니다.(***1/2)

 

템플 그랜딘

올해 나온 또 다른 HBO 영화도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자폐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박사 학위를 따서 가축 전문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 이어 자폐증 전문가가 된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는 흔한 감동 드라마가 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본 영화로 에미상을 받은 클레어 데인즈가 자신의 역에 거의 완벽하게 몰입한 가운데 영화는 우리들과 다른 그녀의 관점을 이해하게 만들면서 그녀가 점차 세상 밖으로 혹은 문 저 너머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감동을 유도합니다. 데인즈 곁에서 든든한 조역 역할을 하는 줄리아 오몬드(에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데이빗 스트래세언(에미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캐서린 오하라(오몬드와 나란히 후보에 올랐었습니다)도 좋습니다.(***1/2)

 

 

 

DVD 직행한 영화들에 대해서...

리포 맨

제 때 할부금 안내면 인공장기를 말 그대로 몸에서 가차없이 꺼내가 버리는 회사 고용원들에 대한 이 SF 영화는 풍자극이 될 가능성이 처음엔 충만하니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선 영화는 결국엔 피를 자주 보곤 하는 밋밋한 액션 영화로 전락합니다. (**)

 

 

브로큰 데이트

전에도 얘기했지만, 4월 달에 시카고 방문하는 동안 그 동네 극장에서 본 영화를 봤습니다. 이야기에 허점이 많지만 그래도 감독 전작인 [박물관이 살아있다 2]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많이 웃기는 편이고 액션도 좋았습니다. 티나 페이와 스티브 카렐의 코미디 실력은 각본에게 과분한 편이지만, 그래도 둘은 이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상식을 유지하면서 곤경에서 빠져나가려는 보통 사람들로 매우 설득력이 있고 늘 웃통 벗고 등장하는 마크 월버그를 비롯한 조연들이 그들 앞에서 코미디를 벌입니다. 여러분, 레스토랑에서 함부로 남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지 맙시다. (***)

 

데스 앳 퓨너럴

예, [브로큰 데이트] 다음으로 봤던 이 영화는 프랭크 오즈의 2007년작 [미스터 후아유]의 리메이크작입니다. 그런데 리메이크라기보다는 리바이벌이란 표현이 적절합니다. 줄거리는 거의 그대로인 가운데 배경과 배우들을 바꾸었거든요. 이 영화의 장례식에선 캘리포니아의 흑인가족이 주인공들인 가운데 피터 딩클리지가 다시 한 번 의문의 불청객으로 등장하고... 예, 그 난장판이 또 웃기게 벌어집니다. (***)

 

루저스

[루저스]는 저처럼 [A-특공대]에 실망한 분들을 위한 액션 영화입니다. 이야기야 별 건 없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재미있는 가운데 영화는 스타일도 있고 느긋함 속에서 유머 감각도 부릴 줄 압니다. 농담 반 진지함 반으로 가는 배역진들도 개성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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