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바낭]혼자 늙어간다는 것

2014.08.08 11:49

여름숲 조회 수:4838

개인적으로 나가는 모임에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존경하는 맘이 자연스레 생기는 분들이 많아요.

모임에서 여럿이 어울러 만나지만 간간히 따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인생에 조언도 듣고 꽤 여러해 그렇게 지내왔는데..

얼마전 그분들 중 한분과 개인적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70에 가까운 싱글 여자분이신데 주말에 만나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기로 했죠.

12시에 만나 8시에 헤어졌는데 영화를 보는 두시간 정도를 제외하곤 그분이 계속 말씀을 하시고 저는 계속 듣고 맞짱구를 치거나 애매한 웃음을 짓거나하는데 모든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임에서 공통으로 아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할 때- 물론 개선을 바라는 안타까운 애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험담은 험담이죠.. - 는 동조하지 않은 선에서 대답을 하기위해 정말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짜서 멘트를 고민하고 때로는 그분에 대한 변명도 해보고

또 혼자 사는 자신에 대한 애잔함보다는 경제적으로 의존하려하는 가족에 대한 험담을 하실때에는 몸둘 바를 모르겠기도 하고

가식으로 똘똘뭉친 친구들에 대한 지난 50년간(세상에나.. 50년지기 친구라니..)에 대한 얘기를 하실때에는 그냥 그 세대 그정도 가진 분들은 많이들 그러셔요~~하며 동조하는 수 밖에...

 

빙수 한그릇을 앞에놓고 해가 져서 8시가 가까워 올 때 저는 여느 만남이었다면 저녁이나 먹으러 가죠!! 라는 말이 나와야 정상인데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라고 하고 일어나고 말았네요.

그리고 다시는 단둘이 만나는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그날 저녁 진이 다빠져서 집에와서 완전 넉다운....

 

연세가 드셔서 현직에서 물러나 프리랜서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꽤 전문직) 하루종일 집안에서 홀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누구랑 말섞을 일이 없다고 본인이 말씀하시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가 생겨서 배우자를 통해 인간관계의 외연이 넓어지고

또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 연관된 이러저러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자녀가 결혼을 한다면 또 그를 통한 인간관계가 생길터인데

그분은 70에 가까운 생을 사시면서 대학때 사귄 동기들 몇과의 50년의 우정과 몇몇 옛직장동료 외에는 도무지 없는겁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은 만날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부모와 형제, 대학동기, 옛직장동료에 대한 얘기를 순서를 정해놓은 듯이 하고 계시는걸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뒤 제모습과 오버랩이 되는군요.
지금 별 불편함 없이 내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저도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어디에서 누군가에서 고장난 라디오처럼 그 옛날 시점의 얘기를 하염없이 반복하며 상대방이 넌덜머리를 내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내 얘기만 뿜어내고 있는 노인이 되어있는건 아닐런지... (아니야 어쩌면 벌써 그러고 있는지도 몰라..)

 

홀로 늙어가야한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고민해봐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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